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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광우병 환자 프리온이 MM형인 이유


광우병은 이해하기 힘든 질병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두려워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광우병의 원인물질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단백질인 변형 프리온. 자외선을 쪼여도, 펄펄 끓여도 사라지지 않는다.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변형 프리온이 정상 프리온을 자신과 같은 구조의 단백질로 바꾸는 메커니즘을 파헤치고 인간광우병 환자의 변형 프리온이 MM형인 이유를 분석했다. 또 광우병 소에서 변형 프리온이 몰려 있다는 특정위험물질의 실체를 보여주고 인간광우병의 치료가능성을 살펴봤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을 대폭 완화한 협상 결과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과연 미국 소들은 광우병에서 얼마나 안전할까. 이에 대해서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엇갈리면서 일반인들은 더 혼란스럽다. 광우병 문제의 근원을 올라가면 ‘프리온’이라는 단어를 만난다. 광우병과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 즉 인간광우병을 일으키는 주범인 변형 프리온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같은 생명체도 아닌 자그만 단백질 분자일 뿐이다. 게다가 프리온은 우리 몸 곳곳에 퍼져 있다.

도대체 프리온은 왜 생겨나서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걸까? 한국인은 MM형 프리온이 많아 인간광우병에 취약할 수 있다는데 왜 그럴까? 1982년 처음 실체가 밝혀진 뒤 과학 상식을 뛰어넘는 현상들을 보이며 수많은 과학자들을 경악시킨 단백질 ‘프리온’은 아직까지도 많은 부분이 베일에 쌓여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프리온의 실체를 들여다보자.








변형 프리온 종류 따라 CJD 증상도 달라
프리온(prion)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의대 스탠리 프루시너 교수가 1982년 사이언스 논문에서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단백질성 감염성 입자’(proteinaceous infectious particle)를 뜻한다. 뉴기니 고지에 사는 포레 부족의 풍토병인 ‘쿠루’와 매년 100만 명에 한두 명이 걸린다는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 양이나 염소가 걸리는 ‘스크래피’가 모두 프리온 단백질이 일으키는 질병이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모든 포유류의 게놈에 프리온 유전자가 있고 이 유전자가 발현돼 만들어진 프리온 단백질이 몸에 분포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물론 CJD을 일으키는 프리온은 정상 프리온이 아니라 변형 프리온이라는 점도 몰랐다. 정상 프리온 단백질 입장에서 보면 부당한 이름을 받은 셈이다. (프리온 발견에 대해서는 과학동아 2008년 2월호 118쪽 ‘오리지널 논문으로 배우는 생명과학’ 참조)

프리온은 세포막 바깥쪽에 붙어 있는 단백질이다. 몸의 조직 대부분에 분포하는데 특히 신경계와 면역계 조직에 많다. 그렇다면 정상 프리온의 원래 역할은 무엇일까. 1992년 연구자들은 프리온 단백질이 없는 생쥐를 만들었지만 실망스럽게도 이 녀석들은 정상 생쥐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좀 더 면밀히 조사한 결과 이 녀석들은 신경계의 시냅스 전달 과정이 비정상적이었고 생체 리듬과 수면 주기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편 프리온 단백질에는 구리 이온(Cu2+)이 붙어 있다. 따라서 프리온이 구리 이온의 대사나 전달 과정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 구리 이온은 항산화효소인 SOD(superoxide dismutase)를 비롯해 여러 효소가 작용하는데 필수 성분이다. 혈액 내 구리 이온 농도가 높으면 손이 떨리고 언어장애가 나타나는 윌슨씨병에 걸린다. 최근 프리온을 못 만드는 쥐가 윌슨씨병에 더 잘 걸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편 프리온처럼 상황에 따라 구조가 바뀌는 단백질이 장기 기억 형성에 관여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프리온도 비슷한 기능을 할 것임을 시사하는 연구결과도 있다.

프리온의 존재가 밝혀진 이후에도 쿠루나 CJD가 정말 변형된 프리온 단백질 때문인가에 대한 반론이 여전했다. 왜냐하면 프리온 관련 질병의 증세가 꽤 달랐기 때문이다. 동일한 프리온 단백질이 변형돼 병이 생겼다면 증세가 비슷해야 한다. 그런데 산발성(sporadic) CJD(sCJD)나 병원에서 옮은(iatrogenic) CJD(iCJD) 환자들의 병의 진행과정이나 사후 뇌조직 검사를 해보면 대체로 3가지 타입으로 나뉘었다.

이를 타입1, 2, 3이라고 이름 붙였다. 1990년대 이것들과는 또 다른 증상을 보이는 CJD가 발병해 변형(variant)) CJD(vCJD)라고 불렀고 타입4로 분류했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CJD 환자의 조직에서 추출한 변형 프리온을 조사한 결과 타입마다 구조와 조성이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매년 100만 명당 한두 명이 걸리는 sCJD는 정상 단백질 가운데 몇개가 우연히 변형돼 발병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음료수 캔을 던지면 대부분은 옆으로 눕지만 어쩌다 한 번은 똑바로 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렇게 정상 인간 프리온이 스스로 바뀌어 변종으로 가는 데 세 갈래 길(타입1, 2, 3)이 있는 셈이다.

따라서 사람의 정상 프리온은 스스로 인간광우병을 일으키는 변형 프리온 구조로는 바뀌지 못한다. 그러나 이런 구조로 변형된 프리온과 접촉하면 그 안내를 받아 바뀔 수도 있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 바로 소에게 광우병을 일으키는 변형 프리온인 셈이다.

변형 프리온은 정상 프리온을 자신과 같은 구조의 변형 프리온으로 바꾸는 ‘드라큘라’ 단백질이다. 따라서 소의 변형 프리온을 만난 인간의 정상 프리온은 소의 변형 프리온처럼 변한다.












MM형은 광우병에 취약한가?
한림대 김용선 교수의 2004년 논문이 알려지면서 한국인의 94%가 보인다는 MM형 프리온이 인간광우병에 취약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프리온은 253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뤄져 있는 비교적 크기가 작은 단백질이다.

CJD 환자를 분석한 결과 가족력, 즉 유전되는 프리온은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밝혀진 돌연변이 종류는 20가지가 넘는다. 돌연변이 프리온 단백질은 구조가 불안정해 변형 단백질로 바뀔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에 이런 유전자를 갖는 사람들이 CJD 증상을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아미노산은 돌연변이가 일어나도 정상 단백질의 안정성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이 경우는 변형 단백질로 바뀔 확률이 낮아 나이가 들어도 CJD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129번째 아미노산인 메티오닌(M)이 발린(V)으로 바뀌는 경우. 염색체는 두 쌍이므로 사람은 MM형, MV형, VV형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무슨 근거로 129번 아미노산은 메티오닌이 원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영국 런던 유니버시티칼리지 신경학 연구소 존 콜린지 교수팀은 지난 2003년 4월 25일자 ‘사이언스’에 낸 논문에서 V형이 약 50만 년 전 인류에게서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포유류의 프리온은 M형인데 사람에서만 V형이 보이는 이유다. 그렇다면 왜 사람의 프리온에서 V형이 생겼고 이런 돌연변이가 도태되지 않고 상당한 비율을 유지한 채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일까. 연구자들은 ‘쿠루’에서 의미있는 발견을 했다.





죽은 사람의 뇌를 먹어 걸리는 쿠루는 한 때 포레 부족의 1%가 매년 이 병으로 죽어나갔을 정도로 창궐했다. 그런데 쿠루로 죽은 사람의 발병 나이를 분석한 결과 MM형이나 VV형처럼 염색체 쌍에 같은 타입의 프리온이 있는 경우는 평균 19세였는데, MV형 즉 다른 타입이 하나씩 있는 경우는 30세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50세가 넘는 여성 30명을 조사한 결과 23명이 MV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왜 다른 타입의 프리온 유전자를 하나씩 받은 사람이 쿠루에 잘 안 걸리고 걸려도 늦게 발병할까? 연구자들은 “두 가지 단백질이 같은 타입의 단백질끼리 상호작용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프리온 질병에 저항성이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효과는 산발성 CJD에서도 보인다. 지난 2004년 한림대 김용선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MM형이 94.3%, MV형이 5.5%, VV형이 0.2%(조사대상 529명 가운데 1명)이다. 김 교수팀은 산발성 CJD 환자 150명의 유전형을 조사한 결과를 2005년에 발표했는데 150명 전원이 MM형이었다.

비율대로라면 MV형이 7~8명은 나와야 하는데 한 명도 없었다. 이런 결과는 영국도 마찬가지. 영국인은 MM형이 37%, MV형이 51%, VV형이 12%인데 영국인 산발성 CJD환자 45명을 조사한 결과 MV형이 5명으로 11%에 불과했다.


변형 프리온 종류에 따라 CJD환자의 뇌조직 손상 패턴도 다르다. 전형적인 CJD 환자의 뇌(1)는 구멍이 숭숭 뚫린 부분이 많지만 인간광우병(vCJD) 환자의 뇌(2)는 상대적으로 구멍은 적은 반면 갈색 침전물이 많다.

인간 광우병 즉 vCJD의 경우는 이런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 소의 프리온은 MM형이지만 전체 아미노산 서열 가운데 사람과 다른 부분이 몇 군데 있다. 따라서 소의 변형 프리온은 소의 정상 프리온을 변형시키기보다 사람의 정상 프리온을 변형시키기가 좀 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 프리온이 MM형일 경우는 그나마 비슷하기 때문에 변형을 시킬 수 있다. 존 콜린지 교수는 2007년 11월 9일자 ‘사이언스’에 실은 리뷰 논문에서 “129번째 아미노산이 발린(V)인 프리온은 광우병을 일으키는 소의 변형 프리온 구조로 바뀌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발병한 인간 광우병 환자 200여명 모두가 MM형인 이유다. 최근 VV형인 사람이 vCJD에 걸린 사례가 보고 됐는데 증상이 달라 아직 결론은 내리지 않은 상태다.






유전자가 존재하는 이유가 CJD에 대한 저항성 때문이라면 이 돌연변이가 일어난 수십만 년 전에도 쿠루와 비슷한 역병이 있었다는 말인가. 존 콜린지 교수팀은 2003년 ‘사이언스’ 논문에서 그럴 확률이 매우 높다고 추측했다. 실제로 고고학 유물을 보면 인류의 조상들은 동물의 골수를 먹었으며 식인을 한 흔적도 여러 곳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식인과 관련된 프리온 질병이 퍼져 부족 구성원이 대량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했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MV형인 사람이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쿠루 역시 우연히 산발성 CJD 같은 질병에 걸린 사람의 뇌를 먹어 발생했다고 추측했다. 실제로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3월 3일자에는 쿠루를 일으킨 프리온이 산발성 CJD의 프리온과 가장 비슷하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1980년대 중반 광우병이 처음 보고되고 약 10년 뒤에 인간 광우병이 발생했다. 소의 변형 프리온이 사람의 정상 프리온을 변형시킨 경우로 1라운드에 해당한다.








2라운드는 사람에서 사람으로?
2라운드는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될 경우. 식인 풍습이 사라진 지금 인간 광우병에 걸린 사람을 먹어서 이런 일이 일어날 리는 만무하다. 문제는 헌혈이다. 소의 변형 프리온에 감염됐지만 아직 인간 광우병이 발병하지 않은 사람이 헌혈을 할 경우 그 피를 받은 사람들이 병에 걸릴 수 있다. 실제로 영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

2004년 의학전문지 ‘랜싯’에 두 사례가 보고됐는데 한 사람은 수혈을 받고 6년이 지나 발병해 13개월 뒤 죽었고 한 사람은 5년 뒤 다른 병으로 죽었는데 부검 결과 인간 광우병 증세가 발견됐다. 두 사람 다 vCJD가 발병하기 전 헌혈을 한 사람의 피를 받았다. 이 사람의 피를 받은 사람은 66명이나 됐다.

세 번째 희생자는 2006년 보고된 23세 청년으로 수혈을 받고 7년 반 만에 증세가 나타난 경우다. 최근 수혈로 인해 vCJD가 발생한 4번째 사례도 영국에서 보고됐다. 존 콜린지 교수는 “vCJD 환자의 변형 프리온이 정상 프리온을 변형할 때 광우병 소의 변형 프리온 경우처럼 종 사이의 ‘장벽’을 뛰어 넘을 필요성이 없기 때문에 감염 뒤 6~7년 만에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혈로 발병한 사람 가운데 한명은 MV형이라는 사실도 감염 장벽이 낮아졌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광우병은 정말 불치의 병인가? 현재까지는 그렇다. 일단 증세가 나타나면 100% 죽음에 이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떻게 해서 증상이 나타나는지도 아직 정확히 모르고 있다. 처음에는 세포밖에 쌓여있는 변형 단백질 덩어리가 병을 일으킨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실험결과가 여럿 있다.









즉 프리온 질병으로 죽은 동물의 뇌에 변형 프리온의 양이 적은 사례들이 보고됐고 프리온을 만들지 못하는 쥐는 변형 프리온을 고농도로 주입받아도 프리온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변형 프리온 자체는 독성이 없고 대신 정상 프리온을 변형하는 과정에서 세포독성이 강한 프리온 조각이 떨어져 나온다고 가정했다.

영국 런던 유니버시티칼리지 신경학연구소 사라 타브리지 박사팀은 프리온 조각의 세포독성은 세포내 프로테아좀의 작용을 방해한 결과라는 연구결과를 2007년 4월 27일자 ‘몰리큘러 셀’에 발표했다. 세포는 소포체에서 만들어진 단백질 가운데 잘못된 것을 제거하기 위해 단백질분해효소 복합체인 프로테아좀을 갖고 있다.

저자들은 “프로테아좀은 잘못 접히거나 손상을 입은 단백질을 찾아내 제거함으로써 이런 단백질이 뭉쳐져 독성을 띨 가능성을 차단한다”며 “세포내 신경독성은 잘못 접힌 프리온 단백질 조각이 프로테아좀에 달라붙어 프로테아솜의 기능을 무력화시킨 결과”라고 설명했다.





1982년 프리온의 실체가 밝혀진 이후 프리온 연구는 단백질의 구조 변화가 질병, 특히 신경퇴행성 질병이 생기는데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통찰을 낳았다. 즉 알츠하이머병의 뒤에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변형이 있고, 파킨슨병은 알파-시투클레인 단백질이, 헌팅턴병에는 헌팅틴 단백질이 있다. 본 모습을 버리고 변신해 말썽을 일으키는 이들 단백질을 통제하는데 성공하느냐 여부가 앞으로 인류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할 전망이다.

돌이켜보면 광우병과 인간 광우병은 소의 사료를 바꾸어서 초래한 인재다. 도축한 동물의 찌꺼기가 아까워 사료로 활용해 이득을 보려던 영국의 축산업자들은 소 200만 마리를 소각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이런 교훈을 목도하고서도 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동물성 사료가 쓰이고 있다. 문득 옛 사람의 말이 떠오른다.
“바꾸어서 그리 이득이 없는 것, 그것은 바꾸지 않는 편이 낫다.”

| 글 | 강석기 기자 ㆍsukki@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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