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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컬 에세이] 나비처럼 세상을 뜬 카오스의 대부


지난 5월 5일 ‘토지’의 작가 박경리 씨가 작고했다. 신문과 방송은 추도사와 일대기를 실으며 고인의 가는 길을 추모했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분들의 죽음 소식을 접할 때마다 잊고 있었던 그 분들의 삶과 업적을 되돌아보게 된다.

과학분야도 마찬가지다. 지난세기 후반 과학의 진보를 이끈 저명한 과학자들이 21세기 들어 여럿 우리 곁을 떠났다. ‘사이언스’ 5월 23일자에는 4월 16일 91세로 타계한 카오스 이론의 개척자 에드워드 로렌츠를 추모하는 글이 실렸다.





미국 MIT 지구대기과학과 명예교수였던 로렌츠는 ‘북경의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뉴욕에 폭풍우를 일으킨다’는 ‘나비효과’라는 말을 만든 장본인이다.

로렌츠는 원래 수학을 공부했지만 2차 세계대전 때 공군에서 날씨예보 임부를 수행하면서 인생의 행로가 바뀌었다. 제대 후 MIT에서 기상학을 공부해 1948년 박사학위를 받은 뒤 MIT에 자리를 잡아 그 뒤 60년을 연구에 헌신했다. 1960년대 초 기상 방정식 컴퓨터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한 특이한 현상(훗날 카오스로 불리게 될)에 주목해 연구한 결과를 ‘결정론적인 비주기적 흐름’(Deterministic Nonperiodic Flow)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정리해 1963년 ‘대기과학학술지’에 발표했다. 이 논문은 오늘날 카오스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논문이 됐다.

글을 읽다보니 로렌츠 교수가 1993년 일반인을 위해 ‘The Essence of Chaos’라는 책을 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서울대 도서관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 2006년 ‘카오스의 본질’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서가 나왔다. ‘혹시 회사에 있을까’싶어 책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순간 분홍색 띠지를 두른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럴 수가!’ 놀랍게도 ‘카오스의 본질’이라는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신간도 아닌데 뭔가 홀린 것 같았다.




지난 주말 ‘카오스의 본질’을 읽었다. 내용이 난해해 고생을 했지만 카오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흥미로운 사실 가운데 하나는 ‘카오스’란 용어가 정착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 부분. 이 용어는 1975년 한 논문에서 오늘날의 의미로 처음 쓰이기 시작했지만 정착되는데 시간이 걸렸다. 로렌츠 교수 자신도 1983년까지는 카오스란 말 대신 ‘불규칙성’(irregularity)이란 용어를 주로 썼다고 한다. 그런데 1987년 뉴욕타임스의 과학기자였던 제임스 글리크가 쓴 책 ‘카오스: 새로운 과학 만들기’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확고한 과학 용어를 자리를 굳혔다고 한다.

기자 역시 학부 때인가 대학원 시절 글리크의 ‘카오스’를 흥미있게 읽은 기억이 난다. 매일 쏟아지는 과학뉴스를 제대로 소화하지도 못한 채 소개하는데 급급한 기자로서는 이런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러다보니 ‘카오스’란 용어의 의미를 얘기하지 않았다. 카오스란 ‘초기 조건에 민감하게 의존하는 비주기적인 거동을 보이는 현상’을 지칭한다. 주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보는 카오스 현상이 바로 날씨. 로렌츠 교수도 기상학자답게 날씨에 여러 페이지를 할애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단기 예보는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장기 예보는 사실상 믿을 수 없다는 것. 올 봄 황사가 심할 거라는 예보가 보기 좋게 빗나간 것도 ‘날씨 즉 카오스의 본질’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한 일례다.





로렌츠는 1987년 교수직을 물러난 이후 명예교수로 있으면서 연구를 계속했다고 한다. 그의 딸 체릴 로렌츠에 따르면 로렌츠 교수는 죽기 1주일 전까지 동료들과 제출할 논문을 다듬었다고 한다. 90세가 넘어서도 연구를 놓지 않았던 거장의 죽음을 애도하며 ‘나비효과’의 오리지널 버전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이야기는 내가 1972년 워싱턴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 ‘예측 가능성: 브라질에 있는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몰고 올 수 있는가?’(Predictability: Does the Flap of a Butterfly's Wings in Brazil Set off a Tornado in Texas?)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고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 글 |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ㆍsukki@donga.com |






로렌츠가 1963년 논문에 발표한 카오스 시스템. 변수 3개가 교묘하게 조합된 방정식 3개로 구현했는데 시간에 따라 변수들의 값이 비주기적으로 변한다. 시간에 따른 X, Y값의 궤적(아래)과 Y, Z값의 궤적(위)을 보여주는 그래프. (사진제공 대기과학학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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