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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대 ‘입자 쇼’ 개막


“반(反)물질로 정말 바티칸을 파괴할 수 있을까요?” 지난해 특별한 손님이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를 찾았다.
영화 ‘다빈치 코드’(2006년)를 제작한 론 하워드 감독이 후속작 ‘천사와 악마’를 찍기 전 사전 조사차 CERN을 방문한 것.

‘천사와 악마’는 한 비밀결사단체가 CERN에서 거대한 폭발력을 지닌 반물질을 훔쳐 바티칸을 파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워드 감독의 궁금증이 풀릴까? 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가 거의 모든 준비를 끝내고 가동을 앞두고 있다.

1994년 LHC를 건설하기로 결정한 지 14년 만이다. LHC에서 입자 충돌 실험이 시작되면 ‘신(神)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가 발견되고 우주에서 사라진 반물질의 행적이 밝혀지며 암흑물질의 정체를 밝힐 결정적 단서가 포착될지도 모른다.

전 세계 물리학자들의 눈은 지금 LHC가 펼칠 ‘입자 축제’에 쏠려 있다. 그들의 화려한 ‘쇼’를 기대하면서.

물질은 왜 질량을 가질까. 우주의 약 95%를 차지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는 뭘까. 왜 자연은 반물질(anti-matter)보다 물질을 좋아하는가. 1994년 12월 16일 스위스 제네바 근교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자연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지하 100m 깊이에 ‘원형 터널’을 짓기로 결정했다.

그로부터 14년. 이 ‘지하 터널’은 조금씩 모양새를 갖췄고, 마침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에 걸친 터널 둘레만 약 27km. ‘신의 입자’를 사냥할 거대강입자가속기(LHC)가 그 주인공이다.



거대한 입자 가속기 LHC의 일부인 CMS 검출기. 연구원들이 CMS 검출기를 지하 100m 깊이로 내리고 있다. 현재 LHC는 가동 준비를 거의 끝내고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LHC 대표 임무 5가지
LHC(Large Hadron Collider)는 말 그대로 거대한 입자 충돌기다. 원형 파이프를 따라 빛에 가까운 속도로 달려오는 양성자가 서로 정면충돌한다. 이 순간 발생하는 에너지는 14TeV(테라전자볼트, 1TeV=1012eV).

LHC가 이렇게 큰 에너지를 만드는 이유는 힉스라는 입자를 찾기 위해서다. 힉스는 질량의 원천에 관한 열쇠를 쥐고 있다. 전자의 질량이 왜 9.10938200×10-31kg인지, 양성자의 질량은 왜 1.67262171×10-27kg인지에 대해 현재 물리학자들은 힉스라는 입자가 있어 다른 입자들과 상호 작용해 질량을 부여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힉스는 ‘신의 입자’(God Particle)로 불린다.

힉스는 LHC에서 양성자가 충돌한 뒤 10-25초 동안만 존재했다가 곧 뮤온 입자 4개로 붕괴한다. 힉스를 직접 보긴 어렵지만 뮤온을 검출하면 힉스의 발자취를 보는 셈이다.





초대칭 입자를 발견하는 일도 LHC의 임무 중 하나다. ‘초끈이론’에 따르면 자연계의 근본 물질은 입자가 아니라 진정한 최소 단위인 끈이 다르게 진동한 것이다. 그리고 이 근본 입자들이 초대칭 짝을 갖고 있다고 가정한다.

가령 전자는 초전자를, 중성미자는 초중성미자를, 광자는 포티노를 초대칭 짝으로 갖는다. 초대칭 입자가 발견되면 이론적 주장에 그쳤던 초끈이론의 첫 번째 실험 증거를 얻게 된다.

특히 초대칭 입자는 우리 우주를 이해하는 단서를 갖고 있다. 우주에서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은 전체 질량의 4.6%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암흑물질(23%)과 암흑에너지(72%)인데, LSP(Lightest Supersymmetric Particle) 같은 초대칭 입자는 현재 암흑물질의 제1 후보로 꼽힌다.

LHC가 빅뱅 직후 초기 우주를 재현할지도 관심사다. 빅뱅 이론에 따르면 우주 초기에는 물질과 반물질의 양이 비슷했다. 그런데 지금 우주에는 대부분 물질만 남았다. 반물질의 양은 물질의 100억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사라진 반물질을 찾는 일도 LHC의 숙제다.





한편 LHC에서는 순간적으로 엄청난 에너지가 작은 공간에 모이기 때문에 ‘미니 블랙홀’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미니 블랙홀’이 붕괴할 때 생기는 빛과 에너지에도 물리학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 과학자들도 이 ‘축제’의 일원이다. 지난해 4월 과학기술부(현 교육과학기술부)가 CERN과 협력협정을 맺은 뒤 국내 연구팀도 LHC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 연구진 60여 명 참여
최영일 CMS사업단장(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을 대표로 고려대, 경북대, 서울시립대 등 13개 대학팀에서 60여명의 연구진이 CERN을 오가며 현재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 단장은 “한국 연구팀은 CMS 검출기 조립과 검출기에서 얻을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르면 3년 안에 국내에서도 우수한 논문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LHC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분위기는 희망적이다. 지난 1월 미국의 과학잡지 ‘파퓰러사이언스’가 입자물리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LHC가 힉스 입자를 발견할 확률은 90%로 나타났다. 초대칭 입자를 관측할 확률은 42.8%.

LHC는 오는 8월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전 세계 9000여 명의 물리학자들은 지금 지구 최대의 ‘입자 쇼’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 쇼가 끝나면 우주라는 ‘밥상’에 맛있는 ‘반찬’들이 한 상 가득 오를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차려놓은 ‘밥상’을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된다.





LHC 연표
1994년 12월 16일
LHC 공사 결정.

1995년 10월
LHC 설계도 완성.

1996년 2월 힉스
입자 찾는 CMS와 ATLAS 검출기 실험 결정.

1997년 2월
쿼크-글루온 플라스마 찾는 ALICE 검출기 실험 결정.

1998년 4월 ATLAS 검출기 건설 시작.

2001년 1월 그리드 컴퓨팅 연구 시작.

2004년 9월 29일 CERN 50주년.

2005년 3월
전 세계 31개국 100여개 연구기관이 그리드 컴퓨팅 기술 공유.

2006년 11월 LHC에 초천도 자석 총 1624개 설치.

2007년 12월 CMS 검출기 설치 완료.

2008년 8월
LHC 가동 예정.

| 글 | 이현경 기자 ㆍuneasy75@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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