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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소가 소를 먹인다


7년 전 박호용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한 기관에서 고위 인사가 방문 기념으로 심은 비싼 나무가 갑자기 말라 죽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기관에선 ‘곤충 박사’인 그에게 혹시 원인이 곤충 아니냐며 나무를 살려달라고 다급하게 요청했다.

나무를 살펴본 박 박사는 원인을 찾아냈다. 하늘소의 애벌레가 속에서 나무를 갉아 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때부터 혼자 다소 엉뚱해 보이는 상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하늘소를 이용하면 나무를 쉽게 분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늘소 배 속에 사는 신비의 미생물
박 박사의 꿈은 마침내 실현됐다. 그는 최근 털두꺼비하늘소를 이용해 목재나 쌀겨, 콩 껍질 등을 쉽게 분해할 수 있는 효소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먼저 쓰일 곳은 가축사료다. 소나 돼지가 잘 소화하지 못했던 곡물 껍질을 이 효소로 분해해 먹이로 주면 소화효율을 높이고 사료값을 줄일 수 있다.

박 박사는 “외국의 한두 회사가 곰팡이로 비슷한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우리 제품이 두 배 가까이 효과가 좋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동물 실험을 거쳐 지난달 ‘인자임’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나왔고 중국 동남아 등에도 수출할 계획이다.

털두꺼비하늘소가 딱딱한 나무를 먹고 살 수 있었던 비결은 배 속에 있었다. 장 속에 목질을 분해하는 미생물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연구팀은 막대기 모양의 ‘패니 바실러스’라는 이름의 미생물에서 목질을 분해하는 효소, ‘자일라네이즈’를 찾아냈다.

박 박사는 “곡물 껍질 속에는 소가 소화할 수 있는 셀룰로오스를 자일란이라는 딱딱한 물질이 둘러싸고 있다”며 “미생물 효소가 자일란을 분해하면 셀룰로오스가 떨어져 나온다”고 설명했다. 자일란 자체도 가축이 소화할 수 있는 물질로 바뀐다. 연구팀은 4월 독일의 미생물 관련 학술지에 이 연구를 발표했고, 국내 특허도 받았다.





○ 힘센 하늘소가 자동차도 밀까

연구팀은 메뚜기 노린재 풍뎅이 등 식물을 잘 갉아 먹는 곤충 40여 종의 배 속을 모두 조사했다. 가장 강력한 미생물을 가진 곤충이 털두꺼비하늘소였다. 박 박사는 “털두꺼비하늘소는 우리나라 전역에 사는데 연구에 이용된 건 충청도의 한 산속에서 찾았다”고 밝혔다.

털두꺼비하늘소는 몸길이가 15∼25mm로 몸이 울퉁불퉁해 마치 두꺼비의 등처럼 생겼다고 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어른벌레는 나무껍질을 갉아 먹으며 살다가 교미가 끝나면 목질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몇 달 동안 목질과 수액을 먹으며 산다.

연구팀은 하늘소 배 속의 미생물이 바이오연료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옥수수 등 곡물로 만든 바이오연료는 곡물값을 폭등시키고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가지 대안은 목재나 쓰고 남은 작물을 이용해 바이오연료를 얻는 것이다. 박 박사는 “목재 속의 셀룰로오스를 어떻게 꺼낼 것이냐가 문제인데 미생물 효소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박사는 2004년 무당거미의 배 속에서 아라자임이라는 소화효소를 발견해 주목을 받았다. 이번 연구도 곤충의 배 속을 계속 뒤진 결과다. 그는 “곤충과 미생물은 지구에서 가장 번성한 생물”이라며 “다양한 환경에 적응한 곤충의 몸속에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 글 |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ㆍdream@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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