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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이 있는 과학

최신 소식 속에 담긴 다양한 과학정보에 대한 해설입니다.

노래 가사 태반이 사랑 타령인 이유

인류 직립보행이 음악 능력 꽃피워

인간의 조상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둘 다든, 분명한 언어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기 전에 멜로디와 리듬으로 서로를 매혹시키려고 했다.

- 찰스 다윈, ‘인간의 유래와 성에 관한 선택’(1871)

기하, 산술, 천문, 음악.
서양 중세시대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배우기 전에 들어야했던 4개 과목이다. 음악이 이렇게 높은 자리에 오른 것은 그 수학적 성격 때문. 고대 그리스시대 철학자들은 현의 길이를 바꾸면 음높이가 달라지는 현상으로부터 현 길이의 비가 2:1일 때 두 음이 가장 조화로운 소리가 나고 3:2, 4:3일 때도 제법 어울리는 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 뒤 사람들은 현의 길이와 소리의 진동수가 반비례함을 알아냈다. 위의 관계를 진동수로 표현하면 1:2, 2:3, 3:4이고 각각을 옥타브, 완전5도, 완전4도라고 부른다.
오늘날 음악교육은 중학교만 올라가도 찬밥신세다. 화성법이나 대위법 같은 고급 이론은 대학 전공자들이나 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음악은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의 생활에 가깝게 다가와 있다. 길거리에는 음악이 넘쳐나고 젊은이 가운데 mp3 플레이어가 없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영화나 드라마의 주제음악은 흥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도대체 음악은 왜 이처럼 우리주위를 맴돌고 있을까?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
음 진동수의 정수비에서 수학적 비례의 아름다움을 느끼려고 음악을 듣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음악의 ‘구조’나 ‘원리’를 알면 음악 감상의 깊이가 깊어질 수는 있겠지만 이런 지식이 없어도 음악을 즐기는 데는 별 상관이 없다. 타자가 친 공을 외야수가 잡을 때 속도와 가속도, 마찰력 같은 물리학 지식을 알든 모르든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음악을 들을 때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연구가 지난 10여 년 동안 축적되면서 많은 사실이 알려졌다. 무엇보다도 음악을 들을 때 귀 옆에 있는 측두엽의 청각피질 뿐 아니라 뇌 전반에 거쳐 활동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음악의 매력이 뇌 전체를 사로잡고 있는 셈이다.


레슬리 하워드와 노마 셔러가 주연한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 로미오의 감미로운 세레나데에 끌려 발코니로 나온 줄리엣을 그린 이 장면은 낭만적인 연애의 아이콘으로 남아 있다.

음악의 정서적 효과를 설명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는데 실마리를 준 첫 연구결과는 1999년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됐다. 캐나다 맥길대 신경심리학과 로버트 자토레 교수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협화음으로 이뤄진 유쾌한 음악과 불협화음으로 구성된 불쾌한 음악을 들려준 뒤 양전자단층촬영(PET)으로 뇌혈류량 변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정서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변연계의 복측 줄무늬체, 편도체, 중뇌와 전두피질이 활성화됐는데 그 패턴이 서로 달랐다.

맥길대 심리학과의 대니얼 레비틴 교수팀은 2005년 PET보다 해상력이 좋은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기분 좋은 음악을 들었을 때 뇌의 활동을 정밀 조사했다. 그 결과 복측 줄무늬체에 있는 중격의지핵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뇌의 보상센터라고 알려진 중격의지핵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는데 도파민은 뇌의 쾌락과 보상 체계와 관련돼 있다. 마약이나 도박, 섹스 등에 탐닉하는 것도 중격의지핵의 도파민 분비와 관련이 크다. 레비틴 교수는 “음악은 동기부여, 보상, 정서에 관여하는 원시적인 뇌 구조와 훨씬 관계가 깊다”고 설명했다.


음악을 들으면 정서에 관여하는 중격의지핵(NAc)과 시상하부(Hyp), 안와전두피질(OFC)이 활성화된다.



언어처럼 악기를 배우는 일도 때가 있어 늦게 배울수록 능숙해지기 어렵다.
음악과 춤은 짝짓기 수단


사람의 친척인 침팬지는 두발로 서 있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리듬에 맞춰 춤을 추지 못한다.

“생물학적 인과관계로 볼 때 음악은 무용지물이다. 오래 살거나 자손을 보거나 세상을 정확하게 지각하고 예측하려는 목표를 위해 설계됐다는 징후가 전혀 없다. 언어, 시각, 사회적 추론, 신체 능력과 달리 음악은 우리 종에서 사라진다 해도 우리 삶의 양식에 사실상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

1994년 언어의 기원과 구조를 탁월하게 분석한 책 ‘언어본능’을 출간해 일약 스타가 된 하버드대 심리학과 스티븐 핑거 교수는 3년 뒤 펴낸 제2탄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서 음악을 이렇게 평가절하했다. 음악활동을 하거나 감상할 때 설사 뇌 전체가 관여하더라도 이건 언어를 처리하기 위해 진화한 뇌의 장치를 빌려 쓸 뿐이라는 것이다.

미국 뉴멕시코대의 진화심리학자인 제프리 밀러 교수는 이 해석에 의문을 제기했다. 음악이 우연한 부산물이라면 정서나 미적 감각에 이처럼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에게 이런 영감을 준 사람은 진화론의 대부 찰스 다윈. 1859년 출간한 ‘종의 기원’에서 ‘자연선택’ 개념을 소개한 다윈은 1871년 펴낸 ‘인간의 유래와 성에 관한 선택’에서 또 다른 진화의 원동력으로 ‘성선택’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성선택(sexual selection)이란 생존 자체에는 별 상관이 없거나 오히려 불리한 특징이 생물학적으로나 성적으로 더 적합한 징표이기 때문에 선택된다는 이론이다. 대표적인 예가 공작의 화려한 꼬리. 공작 수컷이 거추장스럽기 이를 데 없는 꼬리를 지니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건강하고 강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꼬리가 화려할수록 암컷과 짝짓기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다윈은 이 책에서 새의 노래나 인간의 음악이 성선택으로 진화한 행동이라고 추측했다. 즉 리드미컬한 소리를 내는 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천적이나 먹이에게 위치를 알려주는 불리한 행동이지만 짝이 될 상대에게 자신이 건강하고 젊다는 걸 과시하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다윈은 “많은 새가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와 다양하고 신기한 울음소리는 주로 번식기에 들려온다”며 “만일 암컷이 그런 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고 그 소리에 흥분과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면 수컷들의 이 끈질긴 노력과 수컷들만이 갖고 있는 수많은 복잡한 기관은 완전히 쓸모없다는 얘기인데, 이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음악과 열정적인 연설에 얽힌 수수께끼는 우리 조상들이 멜로디와 리듬을 이용해 구애를 했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풀린다”고 덧붙였다.

밀러 교수는 다윈의 아이디어가 100년이 넘도록 주목받지 못한데 의아해하면서 성선택을 통한 음악의 진화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공동 저자로 참여해 2000년 펴낸 ‘음악의 진화’에서 “짝짓기에 부적합 한 상대, 즉 병들었거나 상처입거나 늙거나 우울한 사람을 구별해내는 방법이 춤과 음악”이라며 “리듬에 맞춰 장시간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심신이 건강해야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레퍼토리가 다양하고 율동이 세련될수록 짝짓기에 더 적합한 상대인데 그만큼 지능과 운동신경이 뛰어나다는 증거이고 먹고 사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되는 활동인 음악과 춤에 시간을 쓴다는 사실은 현재 돌봐야 할 배우자나 자식이 없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음악의 이런 측면은 여전히 남아있다. 어릴 때는 음악학원에 안 가겠다고 떼를 쓰던 아이도 사춘기가 되면 기타를 맹렬히 연습하고 이어폰을 끼고 산다. 대중가요의 가사를 보면 열에 아홉은 사랑이야기다. 밀러 교수는 “대중음악 작곡가의 생산성을 보면 사춘기를 지나며 작곡을 시작해 이성관계가 가장 빈번한 청년시절 피크에 오르고 나이가 들고 자녀가 생기면서 하강곡선을 그린다”고 설명했다.



언어 사용 대가로 절대음감 잃어
고고학자인 영국 레딩대의 스티븐 미슨 교수는 음악이 언어의 우연한 부산물이라는 핑커 교수의 주장을 다른 관점에서 반박한다. 음악은 언어가 나오기 훨씬 이전부터 진화해왔다는 것. 즉 인류의 직립보행이 음악을 낳았으며 언어가 발명되기 전까지 의사소통의 핵심적인 수단이었다고 주장한다. 도대체 직립보행과 음악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화석을 토대로 분석해보면 현생인류 같은 완전한 직립은 약 200만 년 전 모습을 드러낸 호모 에르가스테르부터다.

완전한 직립을 하면 네다리로 이동할 때보다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훨씬 정교한 조절능력이 있어야 한다. 두 발로 걷거나 달리려면 발을 내딛고 구르는 타이밍이 완벽하게 맞아야 한다. 즉 리듬감이 있어야 한다. 미슨 교수는 “완전한 직립보행을 할 수 없는 침팬지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미슨 교수는 2004년 펴낸 책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에서 25만 년 전쯤 유럽에서 진화했고 약 3만 년 전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이 현대인류보다도 음악능력이 탁월했다고 추정했다. 이들은 해부학적으로 현생인류와 가까우면서도 아직 언어를 발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리듬과 운율이 실린 발성이나 제스처로 의사소통을 했으며 절대음감을 유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음악적 의사소통에서는 음높이 자체가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새소리는 짝을 매혹시키려는 행동이다. 실제로 레퍼토리가 다양한 수컷이 짝짓기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한편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나타난 현생인류는 언어를 발명해 정보교환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이제 자음과 모음으로 이뤄진 분절음이 정보를 전달하게 됐다. 절대음감을 지닐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실제로 아기는 절대음감이 있지만 자라서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그 능력을 상실한다. 반면 윌리엄 증후군처럼 선천적인 언어장애가 있는 아이는 커서도 대부분 절대음감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언어사용에 문제가 없음에도 여전히 절대음감을 보이는 사람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2001년 ‘사이언스’에는 절대음감에 유전적 요인이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실렸다. 연구자들은 일란성쌍둥이와 이란성쌍둥이의 음높이 지각 능력을 비교했는데 유전자가 동일한 일란성쌍둥이 쪽이 능력이 비슷했던 것. 지난해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절대음감에는 유전자 하나가 관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 그 실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결국 언어발명으로 절대음감이 생존에 필요해지지 않자 절대음감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소수만이 정상 유전자를 갖고 있는 셈. 미국 국립보건원(NIH) 데니스 드라냐 박사는 “그럼에도 절대음감 유전은 멘델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며 “절대음감이 유지되려면 음악을 많이 접하고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음악가 집단의 절대음감 소유자 비율이 높은 이유다.

미슨 교수는 “언어가 정보교환의 역할을 맡게 되면서 음악은 감정표현이나 정서전달 쪽으로 특화됐다”며 “사람들은 음악으로 사회적 결속을 도모하고 즐거움을 찾는다”고 말했다. 한편 언어가 음악을 위축시킨 것만은 아니다. 미슨 교수는 “노래는 음악과 언어를 하나의 의사소통 체계로 재결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늘날 사람들이 듣는 음악 대부분이 노래임을 생각하면 언어는 음악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 셈이다.




싫증나지 않는 곡의 비밀
KAIST 뇌및바이오공학과 정재승 교수팀은 사람들이 왜 음악을 듣는가하는 궁금증을 뇌를 연구해 풀어보는 프로젝트를 최근 시작했다. 평소 음악 감상이 취미인 정 교수는 박사과정이던 지난 1998년 기대감이 음악 지각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실험을 했다. 첫 번째는 사람이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경우로 매번 음 높이가 임의로 배치돼 노래라기보다는 소음이다. 두 번째는 바로 앞의 음보다 한음 높거나 낮은 음이 뒤따르는 배열이다. 앞부분을 조금만 들으면 다음이 예측되는 단순한 구조다. 세 번째는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중간에 해당하는 배열이다.

피험자에게 3가지 곡을 들려준 뒤 평가를 하게 하자 세 번째 곡을 가장 선호했다. 예상불가인 첫 번째나 너무 빤한 두 번째 곡조는 시끄럽거나 지루하게 들렸던 것. 정 교수는 “음악 감상은 능동적인 활동”이라며 “자장가를 들으면 졸린 것도 예측하기 쉬운 멜로디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음대에서 음악학을 전공한 뒤 정 교수팀에 박사과정으로 입학한 이지영씨는 “곡의 흐름에 따른 클라이맥스에서 기대나 보상에 관여하는 뇌의 부위가 활성화되는지를 fMRI를 이용해 알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점잖게 앉아 연주를 감상하는 클래식 공연보다 젊은 남녀들이 모여 열광하는 록페스티벌이 우리 조상들이 진화시켰던 음악의 원형에 가까운 형태다.

아무튼 작곡가들은 이런 기대감을 이용해 작곡을 하는데 때로는 전형을 벗어나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보통 곡의 마무리는 음높이가 내려가 해당 코드의 기본음으로 끝난다. 그런데 싸이가 작곡하고 이승기가 불러 ‘누나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곡 ‘내 여자라니까’의 끝 부분은 이런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있다.

곡은 다장조로 출발하다가 라장조로 조바꿈이 일어난다. 그 뒤 마지막 소절 ‘결국엔넌내여자 라니까-’의 악보는 ‘시시시시시시라 라파#파#-’(굵은 글씨는 높은 음임을 나타냄)로 끝난다. 이 곡을 처음 들으면 곡이 미처 끝나기 전에 중단된 것 같다. 결국 마무리가 안 돼 뭔가 찜찜하고 허전해진 ‘누나들’은 곡을 다시 한 번 듣곤 한다. 가수 성시경은 한 TV프로그램에서 “끝 음이 다른 화음으로 이어져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난다”며 “이런 식의 노래가 유행할 줄 몰랐다”고 촌평했다.

다른 예술 분야와 마찬가지로 음악에 대한 과학적 분석도 아직은 시작단계다. 음악을 깊이 이해하고 싶어 음악가에서 과학자로 변신한 대니얼 레비틴 교수의 말처럼.

“음악은 우리의 뇌가 소리의 연속체에 구조와 질서를 부여한 것으로, 일종의 지각적 착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구조가 어떻게 우리의 정서적 반응을 끌어내는가 하는 것은 여전히 음악의 수수께끼다.”




음높이는 청각피질, 음길이는 소뇌에서 처리




음악은 크게 두 가지 요소로 이뤄져 있다. 음높이와 음길이가 그것이다. 음높이는 소리의 진동수로 진동수가 클수록 고음으로 들린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진동수 범위는 20~2만Hz. 하지만 음악에 쓰이는 범위는 대부분 55~2000Hz이다. 사람 목소리가 낼 수 있는 범위는 최저 87Hz(베이스)에서 최고 1200Hz(소프라노) 수준이다. 현대 음악은 A440을 기준으로 하는데 이는 피아노 건반 중간에 있는 A음(라)의 진동수를 440Hz에 맞춘 것이다.

소리의 높이는 내이의 유모세포가 지각한다. 달팽이관에 있는 유모세포는 피아노 건반처럼 소리의 진동수에 따라 차례대로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분류된 정보는 측두엽의 청각피질에서 처리된다. 청각피질 역시 특정 진동수를 처리하는 영역이 독립적으로 분포한다. 음높이 정보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음 사이의 거리인 ‘리듬’을 인식하는 데는 ‘소뇌’가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소뇌는 ‘파충류뇌’로도 불리는데 대뇌보다 진화적으로 오래된 원초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등동물일수록 뇌에서 소뇌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크다. 소뇌는 움직임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즉 타이밍을 총괄하는데 리듬이 바로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음악가는 일반인에 비해 소뇌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음악과 언어, 비슷한 측면 많아
음악을 충분히 접하기만 하면 의식적인 노력 없이도 호모 무지쿠스가 될 수 있지만 음악의 지각에는 문화적인 영향력도 크다. 예를 들어 귀는 음높이의 차이 즉 음정에 예민하지만 음이 어떻게 멜로디를 벗어나느냐에 따라서 이를 지각하는 민감도는 큰 차이를 보인다. 오늘날 우리가 친숙한 대중가요는 사실 클래식과 같은 뿌리다.

즉 다장조의 경우 한 옥타브 내에서 ‘도레미파솔라시’ 7음만을 골라내 주로 사용한다. 이때 다(도)가 으뜸음으로 가장 안정감을 주고 바(솔)가 그 다음이다. 나(시)는 가장 불안해 다(도)를 지향하는 성향이 가장 크다. 보통 으뜸음-장3도-완전5도로 이뤄진 3화음을 으뜸화음이라고 하는데(다장조의 경우 도-미-솔) 보통 곡은 으뜸화음으로 시작해서 으뜸화음으로 끝난다.




작곡 원리를 몰라도 우리는 이런 패턴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런 구조의 음악에 친숙하다. 따라서 아프리카나 인도 같은 곳의 음악을 들으면 낯설게 들린다. 음악 구조가 멜로디 지각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주는 실험예가 있다. 다장조 멜로디인 ‘도미솔파레솔도미레도’(이탤릭체는 한 옥타브 아래 음)를 들려준 뒤 6번째 ‘솔’을 2온음 올려 ‘시’로 바꾼 멜로디(도미솔파레시도미레도)와 ‘라b’으로 반음만 올린 멜로디(도미솔파레라b도미레도)를 들려준다.

단순히 음높이 차이라는 수학적인 관점에서는 중간의 한 음을 2온음이나 올린 멜로디 변형이 반음 올린 변형보다 원래 멜로디와 차이가 두드러질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첫 번째 변형은 2온음이 바뀌었지만 다장조의 7음을 벗어나지 않았고 딸림화음인 ‘솔-시-레’ 안에서의 변화라서 그 차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반면 반음이 올라간 ‘라b’는 7음을 벗어났고 화음에도 포함이 안 돼 시청자들의 귀에 거슬렸다.




흥미로운 사실은 아기들은 두 가지 변형 모두에 민감했다는 사실. 아기들의 음악 능력에 대한 연구를 해온 캐나다 토론토대 심리학과 샌드라 트레헙 교수는 “음악의 문화적 맥락은 5~7세가 돼야 습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규칙을 따른다는 점에서 음악과 언어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특정한 패턴의 음악에 노출되지 않을 경우 음의 변화에 더 민감한 것은 아직 특정 언어를 배우지 않은 아기가 자음을 잘 구분하는 것과 비슷하다. 즉 한국이나 일본의 성인들은 영어의 ‘l’과 ‘r’, ‘b’와 ‘v’ 음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데 말을 배우기 전 아기들은 그 차이를 알아챈다.

즉 음악이나 언어나 처음 백지상태에서는 어떤 종류나 배울 수 있지만 일단 특정 음악이나 언어를 배우고 나면 다른 유형에 대해서는 오히려 배우기 어렵게 된다. 음악의 경우 10대 때 들은 것들이 평생 기준으로 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지금 10대인 사람이 50년 뒤 60대가 됐다고 해서 ‘눈물 젖은 두만강’을 복받쳐서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 글 | 강석기 기자ㆍsukki@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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