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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병 걸린다’는 말 진짜네

국내 병원 의사와 간호사에서 항생제 내성균 검출

처방전 없이도 항생제를 살 수 있는 스페인에서는 아이가 예쁘다는 표현으로 얼굴을 쓰다듬지 않는다.
천진난만한 아이의 콧속에 항생제 내성균이 득실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 초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이 ‘소아과학저널’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 아이들이 코를 통한 호흡 과정에서 항생제(메티실린)에 내성을 보이는 슈퍼박테리아인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 대상인 1300명 중 31명(2.4%)이 MRSA에 의한 발병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예상보다 수치가 매우 높았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국내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에게서 항생제인 메티실린에 내성을 가진 황색포도상구균(MRSA)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손 자주 씻을 수밖에 없어
최근 서울여대 이연희 교수팀은 지난 2004~2005년 소비자보호원이 전국 7개 지역의 13개 병원에서 시료를 채취해 MRSA 감염 여부를 분석한 결과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냈다. 환자와 접촉하는 의사와 간호사의 손과 코에서 MRSA가 검출된 것.

모두 95개 시료에서 MRSA가 검출됐는데 그 중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32균주가 의사와 간호사에게서 나왔다. 부위별로는 코가 35균주로 손(51균주)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환자에게서 MRSA가 검출된 적은 있지만 의사나 간호사에게서 균이 검출되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의사와 간호사가 MRSA 같은 항생제 내성균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은 이 균이 환자와 보호자에게 쉽게 옮겨갈 수 있음을 뜻한다. 의사와 간호사가 내성균의 진원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 교수는 “내성균의 2차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의료진이 손을 자주 씻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의사가 손을 씻는 싱크대에서 내성균이 많이 검출됐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런 상황은 얼마나 위험할까. 최근 영국에서는 병원에서 감염되는 MRSA로 목숨을 잃는 환자들이 늘면서 병원에서의 항생제 내성균 감염이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7월 중순 국내 한 방송사는 골수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영국의 17세 소녀가 어이없게도 MRSA에 감염돼 장기에 염증이 생겨 결국 목숨을 잃은 사례를 보도해 병원의 위생 상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교수는 “의사나 침대, 수술도구 등 병원의 모든 것이 항생제 내성균의 감염 경로가 될 수 있다”며 “면역력이 떨어지는 어린아이나 65세 이상 노인은 특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 교수팀은 MRSA가 페니실린 등 다른 항생제 12종에 대해 얼마나 내성을 지니는지 분석한 결과 메티실린과 같은 계열인 페니실린과 옥사실린에는 당연히 100% 내성을 나타냈고, 에리트로마이신(72.6%)과 시프로플록사신(69.4%)에도 60%가 넘는 높은 내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혔다. 유일하게 내성을 띠지 않은 항생제는 현재 가장 강력한 항생제로 불리는 반코마이신 뿐이었다.





문제는 반코마이신에도 내성을 가진 환자가 국내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계속 보고되고 있다는 것. 특히 한국은 약을 ‘즐겨’ 먹는 문화 때문에 항생제 내성균의 ‘천국’이나 다름없어 장티푸스나 콜레라 같은 법정전염병에 내성이 생긴 사람들이 대거 등장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 교수는 “국내에는 항생제 내성균 전문가가 10명 안팎으로 내성균에 관한 기초연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서 “항생제 내성 문제를 얕잡아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999년부터 ‘항생제내성균주은행’장을 맡아 슈퍼항생제 연구에 필요한 항생제 내성균 연구를 진행하면서 학계와 산업계 등 필요한 곳에 균주를 분양하고 있다. 현재 이 교수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국제 저널에 싣기 위해 논문을 준비 중이다.

| 글 | 이현경 기자 ㆍuneasy75@donga.com |


메티실린에 내성을 가진 황색포도상구균(MRSA). 현재 MRSA를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는 반코마이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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