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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장치 내부온도 100℃로 맞춰라!


약 400km 상공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은 하루에 지구를 약 16바퀴 돌기 때문에 해가 뜨고 지는 장면을 16번 볼 수 있다. 간간히 창밖으로 보이는 지구는 언제나 아름답지만, 둥근 지평선(또는 수평선) 멀리 여명이 밝아올 때나 석양이 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ISS 안에 있으면 낮과 밤이 언제 바뀌는 지 제대로 알 수 없다. ISS는 창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자연광이 거의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ISS의 낮과 밤은 내부 등을 켜고 끄는 일로 구분한다.

대부분 지상과 같은 길이의 시간으로 하루 일과를 보내지만, 가끔 우주인의 임무 스케줄 때문에 24시간보다 길거나 짧은 하루를 보내는 날도 있다.

하루 일과가 모두 끝나면 마지막 임무를 마무리하는 우주인이 실내의 모든 조명을 끈 뒤(물론 문단속을 할 필요는 없다) 잠자리에 들고, 기상 시간이 돼 자명종이 울면 가장 먼저 일어나는 우주인이 조명을 켜 ISS의 아침을 맞이한다.




ISS에서는 해가 뜨고 지는 장면을 하루 16번 볼 수 있다. 사진은 2003년 ISS에서 찍은 일몰 장면



이소연 박사가 ISS 도킹연결부에서 제올라이트 결정성장 실험 장치를 점검하고 있다.

양지바른 도킹연결부 실험실
우주에 떠 있는 ‘동굴’ 같은 ISS에서 그나마 햇빛이 가장 잘 드는 곳은 ISS의 각국 모듈 사이를 잇거나 지구에서 올라온 소유스 우주선이 연결되는 도킹연결부다. 도킹연결부에는 러시아의 시스템을 이용해 우주유영을 할 때 ISS 밖으로 나가는 해치가 있는데, 여기에 난 창이 꽤 커서 햇빛이 잘 든다.

양지바른 도킹연결부는 제올라이트 결정성장 실험과 금속-유기결정성장 실험을 진행하기에는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두 실험 모두 고온의 오븐을 오랜 시간 켜두기 위해 전원을 계속 사용해야 하는데, 수십 가지 실험이 반복되는 즈베즈다 모듈에서는 전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알루미늄, 실리콘, 산소, 알칼리 금속으로 이뤄진 제올라이트는 수 nm(나노미터, 1nm=10-9m) 크기의 구멍이 수 없이 많이 뚫려 있는 신소재다. 그 구멍에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유기물질을 붙이면 촉매가 되고, 수분이나 양분을 넣으면 토양보습제가 된다. 또 반도체를 집어넣으면 광컴퓨터나 광통신의 스위치가 되는 등 활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제올라이트를 지상에서 만들면 중력 때문에 시료가 아래쪽으로 가라앉아 결정의 크기와 모양을 일정하게 만들기 어렵다. 따라서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에서라면 품질이 훨씬 좋은 제올라이트를 얻을 수 있을 수 있다는 게 실험을 제안한 서강대 윤경병 교수의 생각이었다.

금속-유기결정성장 실험도 금속과 탄소 원소로 이뤄진 고품질 다공성 물질을 우주에서 만드는, 제올라이트 결정성장 실험과 비슷한 실험이었다. 이번 실험을 위해 포스텍 김기문 교수팀이 개발한 실험장치와 차세대 무공해 연료인 메탄과 수소를 안전하게 대량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MOF-5’ 같은 금속-유기물을 여럿 ISS에 가져갔다.




문제 해결 위해 실험 일정 바꾸기도
실험은 간단했다. 결정성장 실험용 오븐에 시료를 넣고 스위치를 켠 뒤, 100℃를 유지하는지 1~2시간 마다 확인하고 기록을 하면 됐다. 하지만 제올라이트 실험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오븐의 내부온도가 반응이 일어나는 온도인 100℃보다 낮았던 것이었다. 오븐의 온도가 낮으면 결정을 제대로 성장시킬 수 없다.

실험 장치 내부 온도가 낮은 원인은 실험장치의 외부온도가 40℃가 넘으면 자동으로 꺼지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었다. ISS는 화재 위험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실내 온도를 많이 높이는 실험장치는 반입이 금지될 정도다. 결국 오븐은 실내 온도 40℃를 기준으로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며 반응온도인 100℃ 보다 낮은 온도를 유지했던 것이다.

지구(위)와 우주에서 각각 성장시킨 ‘MOF-5’ 금속-유기물결정. 우주에서 성장시킨 결정이 더 크고 균일하다.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실제로 도킹연결부 실내는 40℃에 이를 만큼 덥지 않았는데, 중력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대류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고민 끝에 실험 장치를 옮기기로 했다.

도킹연결부에는 공기를 순환시키기 위해 설치된 통풍구가 있었는데, 그 근처로 제올라이트 실험 기기를 옮겨 공기 흐름이 생기도록 했다. 예상대로 실내온도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덕분에 오븐 내부온도도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한 고비 넘기나 했는데, 이번엔 이튿날 시작한 금속유기결정성장 실험에 문제가 생겼다. 실험을 시작한 다음날 아침 눈 뜨자마자 실험 장치를 확인했는데 오븐이 꺼져 있었다. 깜짝 놀라 실험 기기와 전원공급 계기판을 확인했더니 전원이 내려져 있었다. 아마도 누군가 지난밤 일과가 끝난 뒤 한창 실험 중인 기기가 전원에 연결돼있는 사실을 모르고 주 전원스위치를 내린 모양이었다.

하는 수 없이 실험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반응 시간을 다시 계산한 뒤, 분 단위로 빡빡하게 짜여진 실험 일정을 수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 만든 시간표대로 무사히 실험을 끝마쳤다.

지구로 귀환한 뒤 실험 결과가 제대로 나왔는지 궁금했다. 제올라이트 결정과 금속유기결정 모두 지상에서보다 2~3배 품질이 좋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우주에 가고 싶은 또 하나의 이유
우주를 가기 전부터 남몰래 고민하던 일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내 얼굴이 보통 여성에 비해 좀 큰 편이라는 점이었다. 우주에 올라가면 중력의 작용이 작아져 다리로 내려가야 할 혈액이 가슴과 머리 쪽에 머물게 되고 그 결과 얼굴이 붓는다는데, 어찌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있으랴.

러시아 가가린훈련센터에서 우주인 훈련을 받는 동안 선배 우주인들은 가끔씩 ISS에서 찍은 사진을 자랑스럽게 보여줬는데, 사진 속 선배 우주인들의 얼굴은 여지없이 부어있었다. 얼굴이 작은 서양 우주인들도 눈에 띌 만큼 얼굴이 붓는다면, 나는 두 말할 필요도 없었다.

더욱 당황스러운 일은 그 사실을 정량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 준비돼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 부은 얼굴이 실험의 결과물이 되는 상황을 눈앞에 뒀지만,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ISS 도킹연결부에서 금속-유기 결정성장 실험을 하던 도중 포즈를 취한 이소연 박사. 동료 우주인이 실수로 전원을 내려 실험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다.

얼굴부종 실험은 얼굴의 어떤 부분이 어떻게 부어올랐고 변했는지 한남대학교 조용진 교수가 개발한 장치를 이용했다.

*무아레 현상을 이용해 특별히 제작한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얼굴의 높낮이에 따라 지도의 등고선 같은 무늬가 나타났다.

날마다 좌, 우, 정면으로 각각 6~7장을 촬영했는데, 얼굴이 붓는 양상은 지구에서 밤늦게 라면을 끓여 먹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나 몸이 아파서 얼굴이 부을 때와는 많이 달랐다. 부어오른 정도는 부위별로 달라 이마의 가운데 부분과 눈두덩이 뒤쪽이 많이 부어 쌍꺼풀이 짧아졌다. 또 코끝과 턱 중앙 아래쪽이 부어 코가 더 오똑해졌고 얼굴은 길어졌다.

우주에 다녀온 뒤 주변 분들에게 “우주에서 인터뷰할 때 화면발이 잘 받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처음엔 그저 고생한 것에 대한 칭찬이나 위로로 한 말 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조 교수님의 실험 보고서를 보니 실제로 우주에 머무는 동안 내 얼굴이 전체적으로 ‘동안’의 형태를 띠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얼굴 전체가 부어오를 거라는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외려 더 예뻐지다니, 다시 우주에 가고 싶은 이유가 또 하나 생긴 셈이다. 무엇보다 내 얼굴에 대한 자료가 나중에 이어질 우주부종 연구에 기초자료가 될 뿐만 아니라 우주복이나 헬멧 설계에도 기여하길 기대해본다.

위에서부터 지상, ISS 도착 첫날, ISS 도착 3일째의 이소연 박사. 점차 턱이 좁아지고 코가 오똑해져 ‘동안’이 됐다.

무아레(Moire) 현상*
두 개 이상의 주기적인 패턴이 겹쳐질 때 빛의 간섭무늬가 나타나는 현상.

이소연 선임연구원 >
KAIST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3만6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한국최초우주인으로 선발돼 2008년 4월 8일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을 방문했다.




ISS에 숨겨놓은 이야기, ISS에서 열린 릴레이 올림픽
ISS에서 수개월을 머무는 우주인들에게 기분전환을 위한 놀이는 단조로운 생활을 극복하게 해 주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루는 ISS의 선장 페기 윗슨이 날아와서 “오늘은 저녁 식사 전에 잠깐 시간 비워두도록 해. 무슨 일 인지는 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 내가 준비한 비밀 이벤트거든”이라고 말 하고는 휙 날아가버렸다. 오후 내내 무슨 일일까 궁금해하며 저녁 시간을 기다렸다.

이윽고 저녁 시간이 되자 우주인 모두가 미국 모듈에 모였다. 윗슨은 ISS에 최근 유럽 콜럼버스 모듈과 일본의 기보 모듈이 새로 붙은 뒤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면서, 어렸을 적 했던 기차놀이를 하자고 했다. 미국 데스티니 모듈 끝부분에 수직 방향으로 붙은 콜럼버스 모듈과 기보 모듈에 세 명씩 나뉘어 들어가 있다가 양쪽에서 한 명씩 나와서 차례대로 허리와 발을 잡고 미국모듈 끝까지 날아가는 놀이였다.




이소연 박사는 ISS에서 동료 우주인들과 릴레이 경주를 한 뒤 ‘포스트잇’으로 메달을 만들었다(원 안).

윗슨이 선곡한 신나는 음악에 맞춰 우리는 기차놀이를 시작했고, 점점 신이 나서 허리춤을 추기도 하고 웨이브 댄스를 추는 뱀의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기차놀이가 끝난 뒤 미국 우주인 게럿 리즈먼의 제안으로 ‘이어날기’를 하기로 했다. 윗슨과 리즈먼, 그리고 러시아 우주인 세르게이 볼코브가 한 팀을 이뤘고, 러시아 우주인 유리 말렌첸코와 올레그 코노넨코, 그리고 내가 한 팀이었다.

아무래도 우주에 오래 머문 우주인이 빨리 날았다. 나는 리즈먼에게 많이 뒤쳐져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우리 팀의 마지막 주자 말렌첸코에게 바통을 넘겼다. 말렌첸코는 베테랑 우주인답게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고, 앞서 날던 새내기 우주인 볼코브의 발목을 잡더니 휙 낚아채서 뒤로 날려버리고는 결승점에 먼저 도착했다. 그 장면을 보던 우리 모두는 우주정거장이 떠나갈 만큼 크게 웃었다.

놀이를 마무리 하고 저녁 식사를 하기 전 나는 개인물품으로 갖고 올라간 물품 중에 노란 별모양 포스트잇에 ‘Relay MVP’라고 써서 메달을 만들었다. 그리고 윗슨에게 메달을 건네주며 시상식을 하자고 했다. 윗슨은 말렌첸코 가슴에 메달을 달아 줬고, 말렌첸코는 그 메달을 다시 볼코브 가슴에 달았다. 그 메달은 현재 ISS 벽에 붙어있다. 다음 ‘ISS 올림픽’에서는 누가 그 메달을 가슴에 달지 궁금해진다.

| 글 | 이소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유인우주팀 선임연구원 ㆍsoyeon@kari.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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