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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유체의 환상적 만남


파란 나비의 날개와 파란색 물감은 서로 다른 원리로 파란 빛을 낸다. 파란색 물감은 파란 색소로 돼있어 한 방울을 떨어뜨려도 여전히 파랗다. 하지만 나비의 날개는 잘게 부수면 뿌연 가루만 남는다. 파란 색소 없이 파란 빛을 낸다는 것이다. 날개 속에 무슨 비밀이 숨겨진 것일까?

나비날개를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수백 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의 얇은 막이 겹쳐 있다. 각각의 막은 구슬모양의 공기방울이 규칙적으로 채워져 있다. 이 결정은 다른 색의 빛은 통과하지만 푸른 색 빛은 반사한다.

결정의 구조로 다양한 색을 낼 수 있다는 자연의 가르침은 여러 연구자에게 영감을 주었다. 하지만 자연이 준 영감에 아이디어를 집어넣어 성과를 내는 것은 연구자의 몫이다.

1998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파인 교수는 작은 공기방울이 섞여있는 콜로이드에서 공기방울이 스스로 결정구조를 이룬다는 사실을 발견해 ‘네이처’에 발표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양승만 교수는 절친한 파인 교수의 한 마디 권유가 계기가 돼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양 교수가 이끄는 광자유체집적소자연구단은 세계 광자결정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양승만 광자유체집적소자연구단장

물방울 속에 나노입자 쌓기
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칩에는 전자가 돌아다니는 회로가 있다. 전자회로에는 전자의 흐름을 조절하기 위해 반도체인 실리콘을 사용한다. 반도체는 회로에 장애물을 만들어 전자의 흐름을 조절하는 물질을 말한다. 전자가 뛰어넘을 수 있도록 장애물을 낮추면 전기가 흐르고 장애물을 높이면 전기가 흐르지 못한다. 이러한 낭떠러지의 간격을 ‘밴드갭’이라고 한다.

최근 활발하게 연구 중인 광컴퓨터에 사용될 광칩에도 광자가 돌아다닐 수 있는 회로가 필요하다. 광자회로에서 광자의 흐름을 조절할 때도 밴드갭의 원리를 사용한다. 즉 광칩을 만들기 위해 빛의 밴드갭 즉 파장을 조절할 빛의 반도체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광자결정이다.

양 교수가 이끄는 광자유체집적소자연구단은 수 nm 크기의 입자와 수백 nm 크기의 입자를 머리카락 굵기의 절반인 5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크기의 물방울 속에 집어넣었다. 물을 증발시키면 입자들이 스스로 규칙적인 광자결정구조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결과는 2006년 ‘네이처’에 비중있게 소개됐다.




공초점 레이저 주사 현미경. 작은 물방울 속에 형성된 광결정 구조를 레이저를 이용해 분석할 수 있다.

액체로 물질의 색 조절하기
광자결정의 구조는 한번 만들어지면 바꿀 수 없다. 연구단은 광자결정 속으로 액체를 흘려 빛의 밴드갭을 바꾸는 방법을 개발했다. 결정 사이에 들어있는 공기는 굴절률이 1이지만 굴절률이 1.4인 아세톤을 한 방울 넣어주면 다른 색의 빛을 반사한다. 아세톤 대신 다른 액체를 사용하면 같은 광자결정에서도 다양한 빛의 색을 낼 수 있다.

굴절률이 1.33인 순수한 물을 주로 사용하는데 물에다 염화칼슘(CaCl2)를 넣어주면 굴절률이 더 커진다. 그래서 물로 채웠을 때 붉은 빛을 내던 광자결정이 염화칼슘을 녹인 물에서는 초록 빛을 낸다. 이와 같이 유체로 광자결정의 색을 조절할 수 있는 연구결과는 영국왕립화학회 학술지인 ‘랩온어칩’ 3월호 표지논문으로 소개됐다.




세계가 주목한 연구,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활용
연구단은 모양과 크기가 균일한 광자결정을 순식간에 만들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지금까지 물을 증발시켜 광자결정을 만들려면 하루 정도 걸렸다. 연구단은 똑같은 물질에 각각 다른 세기의 자외선을 쪼이니 순식간에 광자결정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해 재료과학 분야의 최고 권위지인 ‘어디밴스드 머티리얼스’ 9월 표지논문에 게재했다. 이 연구는 굴절률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로 인정받아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포토닉스’에도 비중있게 소개됐다.

이러한 연구단의 성과는 차세대 화면표시장치(디스플레이)에 쓰일 수 있다. 현재 전자제품의 디스플레이는 대부분 발광소자(LED)를 쓴다. LED는 뒤쪽에서 빛을 쏴주면 색을 조절하는 필터와 액체 크리스탈을 거쳐 다양한 색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뒤에서 빛을 쏘려면 전기가 필요하고 햇빛에 비해 어두워 대낮 야외에서는 잘 안 보이는 단점이 있었다.

광자결정을 이용한 광학소자는 빛을 반사하기에 광원이 필요없을 뿐 아니라 대낮에 더 잘 보인다.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는 미국의 퀄컴과 같은 기업에서는 이미 “나비날개에서 디스플레이를 만든다”고 광고하고 있다.

연구단은 앞으로 광자유체소자를 만들고 집적하는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연구단의 성과는 차세대 광통신이나 광컴퓨터의 핵심 소재로 쓰일 수 있다. 생리물질이나 화학물질을 검출하기 위한 분석소자 등에도 활용가능해 생명공학(BT)과 나노기술(NT) 그리고 정보통신(IT)이 융합된 연구로 세계의 주목이 집중되고 있다.




굴절률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기술 개발.
연구단은 같은 물질을 사용해 다양한 굴절률을 갖는 입자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 9월호 표지논문에 게재됐다.
양승만 교수 약력
1976년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 학사
1978년 KAIST 화학공학과 석사
1985년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화학공학과 박사
1985년~현재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2006년~현재 창의연구단장(광자유체집적소자연구단)






광자유체집적소자연구단

광자유체집적소자연구단은?
광자유체집적소자연구단은 작고 손쉽게 조작할 수 있는 미세유체소자와 신속하고 정교한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나노광자소자를 결합한 광자유체소자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단은 현재 박사후연구원 1명, 박사과정 6명, 석사과정 8명, 사무원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연구 성격이 여러 분야가 융합된 형태여서 박사후연구원은 물리와 화학분야에서 각 1명씩 참여했지만 예전 연구원이 떠나고 다음 연구원을 찾고 있는 중이다.

단장인 양승만 교수는 스스로를 ‘공학자’라고 소개한다. 과학자가 지식을 창출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은 지식을 실용화하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그는 지식을 결합하고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보태 생활에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이 공학자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공학자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면서도 그는 자신의 즐거움은 조금 다른 곳에 있다고 말한다.

“저는 맹자가 말한 세 가지 즐거움 중 세 번째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을 한껏 누리고 있는 사람입니다.” 학생과 있는 것이 좋아서 외부 출장도 가능하면 가지 않으려 한다는 말 속에 진심이 느껴진다. 연구단의 성과를 훌륭한 학생의 공으로 돌리는 스승 때문일까? 해마다 연구실에 들어오려는 학생이 끊이지 않는다.





새로운 학생에게 양 교수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실험결과가 나왔을 때 이유가 무엇인지 찾고자 하는 궁금증에 푹 빠져들라고 말한다. 연구자는 자신의 연구에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학생 중에 최고참인 박사과정 김신현 씨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 그는 얼마전 미국 하버드대에서 8개월간 연구할 기회가 있었다. 그 기간 동안 논문을 ‘피지컬 리뷰 레터즈’와 같은 저명한 학술지에 논문을 2개나 발표해 미국 교수의 칭찬이 지금까지도 이어진다고 전한다.

양 교수는 또한 “생각하면서 행동하라”고 가르친다. 자기 생각에 갇혀 시작하기 전에 포기해서도 안 되지만 아무 생각없이 이것저것 실험부터 하려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목표를 분명히 세워서 방황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든 연구원이 하나된 분위기 속에 연구에 가속도가 붙은 연구단에서 양 교수는 달리 어떤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 좋은 환경에 좋은 사람이 모여 있기에 자율로 맡겨두기만 해도 좋은 성과가 나온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 글 |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ㆍilju2@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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