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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log)는 인류의 본능


100m, 200m, 400m, 800m, 1500m, 3000m, 5000m, 10000m.
올림픽 육상 트랙 종목이다. 100m에서 10000m까지 8종목인데 어떤 기준으로 나눴을까. 아마도 이 범위 내에서 치우치지 않고 각 종목이 독자성을 띠게 하는 게 거리 선정의 기준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가장 균등하게 나눈다면 1250m 단위로 끊어야하지 않을까.

1250m, 2500m, 3750m, 5000m, 6250m, 7500m, 8750m, 10000m.
이렇게 놓고 보니 뒤로 갈수록 왠지 중복같이 느껴진다. 왜 그럴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로그 척도로 세상을 지각하기 때문. 고등학교 1학년 때 배우는 공통수학책을 보면 ax=b일 때 x=logab로 나타내고 ‘x는 a를 밑으로 하는 b의 로그’라고 정의한다.

트랙 종목을 조금 다른 형식으로 써보자.
100x1, 100x2, 100x4, 100x8, 100x16(원래는 15), 100x32(원래는 30), 100x64(원래는 50), 100x128(원래는 100).

다음에 2를 밑으로 하는 로그값을 취해보자.
log2100, log2100+1, log2100+2, log2100+3, log2100+4, log2100+5, log2100+6, log2100+7.

끝으로 각각에 log2100를 빼주면 아래와 같다.
0, 1, 2, 3, 4, 5, 6, 7.
결국 육상 트랙 8종목은 10000m를 로그 척도로 균등 분할한 셈이다.








프랑스 연방연구소(IFR) 스타니스라스 데하네 박사팀은 사람은 수의 차이를 로그 척도로 인식하지만 교육을 통해 선형 척도로 교정한다고 ‘사이언스’ 5월 30일자에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수년 전 미국 카네기멜론대 심리학과 로버트 지글러 교수팀의 실험결과를 주목했다.

지글러 교수팀은 선분의 왼쪽 끝에는 0, 오른쪽 끝에는 100을 표시한 뒤 아이들에게 주어진 숫자가 해당하는 위치를 표시하게 했다. 만일 선형 척도를 따른다면 50을 가운데 표시할 것이다. 흥미롭게도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1년생들은 50을 100에 가까운 위치에 표시했다. 대신 20이나 30을 중앙에 표시했다. 전형적인 로그 척도인 셈. 반면 초등학교 2학년생들은 선형 척도에 따라 표시했다.

데하네 박사팀은 이런 변화가 수학을 배운 결과인지 아니면 뇌의 발달 과정에서 저절로 일어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이들은 아마존 밀림에 사는 문두루쿠(Mundurucu)족 사람들을 택했다. 이들은 수학 교육을 접해보지 않았기 때문.




연구자들은 왼쪽에 1, 오른쪽에 10을 표시한 뒤 사이의 숫자를 보고 커서를 움직여 위치를 표시하게 했다.
그 결과 이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로그 척도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5나 6 대신 3이나 4가 선분의 중앙에 놓였다.
반면 대조군인 미국인은 선형 척도였다.

왼쪽 끝에 점 1개, 오른쪽 끝에 10개를 놓고 주어진 점의 개수를 커서를 이용해 위치로 표시하게 했다. (사진제공 사이언스)



문두루쿠족 사람들은 로그 척도를 보이는 반면 미국인들은 선형 척도로 표시했다. (사진제공 사이언스)

연구자들은 “서구 아이들의 숫자 척도 변화는 단순히 성장 과정이 아니다”라며 “덧셈과 뺄셈을 배우면서 연속되는 자연수 사이의 간격이 1로 일정하다는 걸 인식하면서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로그 척도로 세상을 바라볼까.

2004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뇌가 수를 처리할 때 로그 척도로 인식하기 때문. 즉 숫자가 커질수록 차이도 커져야 작은 숫자의 작은 차이를 느낄 때 정도의 식별력을 보일 수 있다는 것. 사과 10개와 20개에서 느껴지는 차이는 90개와 100개가 아니라 50개와 100개일 때 경험한다는 얘기다. 이는 사람 뿐 아니라 원숭이도 마찬가지다.

17세기 초 스코틀랜드의 귀족 네이피어가 로그를 발견했지만 사실 로그는 인류의 본능이었던 셈이다.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ㆍ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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