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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가 석 자] 자전거는 달리고 싶다

주차타워까지 스며든 유럽의 자전거 사랑

어제 아침, 자전거를 타다 축구공에 걸려 넘어져 결국 사망한 사람에게 구청이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는 반가운 뉴스를 들었습니다. 그동안 보도가 많이 되어 아는 분은 다 알겠지만, 간략한 얘기는 이렇습니다.

2006년 6월, 서울의 안양천 둔치에서 자전거를 타던 박모씨는 갑자기 날아온 축구공에 걸려 넘어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그만 숨을 거두고 맙니다. 갑작스런 가장의 죽음이 그야말로 황당했던 박모씨의 가족은 시설을 책임지고 있는 구로구청이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사고가 일어났다며 구로구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냅니다. 이후 2년이 넘는 긴 재판 끝에 결국 대법원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 받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왜 이 뉴스가 반갑냐구요? 국민을 위해 애쓰는 구청이 자전거 타는 사람까지 일일이 책임져야겠냐구요? 혹시 이렇게 반문하시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처한 ‘시대’를 생각해 본다면 반문했던 생각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합니다.

두 말 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지금은 그야말로 에너지 위기의 시대입니다. 경유차를 두렵게 만들 정도로 가속화된 고유가 시대에 에너지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도, 피할 수도 없는 발등의 불이 되었지요. 원유의 시대는 185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처음으로 하루에 15배럴을 생산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오늘날에는 전 세계에서 하루에만 8500만 배럴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을 소비하고 있지요. 특히 원유의 소비는 점점 가속화되어 최근 50년 동안 원유의 90%를 소비했을 정도랍니다.

게다가 세계의 연료 소비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율이 34.3%(2004년 기준)로 가장 높고, 특히 자동차나 비행기 등의 수송은 96.5%(2005년 기준)가 원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산유국들이 원유를 얼만큼 생산해서 얼만큼 수출하느냐는 세계 경제의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수치들을 보면 원유 소비에서 자동차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짐작이 되시죠?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원유 소비국 중 9위라는 사실입니다.

물론 1위는 미국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세계 원유 생산국 3위이기도 하지요. 우리나라는 원유 생산국에선 몇 위일까요? 아무리 찾아봐도 생산국 목록에 코리아는 없습니다. 대신 원유 주요 수입국에서 미국, 일본, 중국, 독일에 이어 당당히 5위를 차지했네요(2004년 기준). GDP를 기준으로 수입량을 나눠 본다면 아마 우리나라가 1위가 아닐까요?

고유가 시대를 맞아 생활 속에서 에너지를 아끼는 방법으로 이야기되는 것이 바로 자전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자전거족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실 저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조마조마합니다. 앞뒤에서 버스나 승용차가 달리는 도로 한켠으로 가냘픈 자전거가 지나가는 모습은 금방이라도 사고가 날 것처럼 보이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 다녀온 유럽에서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이 무척 당당해 보였습니다. 잘 닦인 자전거 도로가 도시 전체에 깔려 있었고, 누구나 쉽게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도록 곳곳에 대여소가 있었습니다(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는 마치 자동차 주차타워처럼 4~5층 되는 자전거 주차타워가 있답니다).

관광객도 누구나 일정금액을 내고 자전거를 탈 수 있더군요. 공중도덕을 가르칠 때 자전거 도로에선 그 무엇보다 자전거가 먼저라는 걸 가르칠 정도라니, 유럽인들의 자전거 사랑은 우리보다 한 발, 아니 열 발쯤은 앞서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자전거 대여 등을 실시하는 자치구가 늘고 있긴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시내에서 자전거 전용도로나 대여소를 찾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자전거는 아예 대중교통에 싣고 탈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지요. 한 마디로 자동차에 비해 홀대를 받고 있는 셈이지요.

앞의 자전거 관련 소송이 반가운 이유는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관리할 사회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자동차 무서워 도로에서 잘 달리지도 못하는데 축구공까지 무서워 자전거를 못 탄다면 있던 자전거족마저 그나마 줄어들게 되지 않을까요?

유명한 경제학자들은 오늘날 에너지 위기를 “배고픔을 느끼기 시작한 것으로 봐서 저녁 식사 시간이 다 되었다”라고 표현했다고 합니다. 칠흑 같은 밤이 오기 전에 자전거족의 허기부터 달랠 방법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고선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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