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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파일 나는 믿고 싶다


메디컬 평점 ★★★★★ 의학적 한계에 대한 물음

멀더(데이비드 듀코브니 분)와 스컬리(질리언 앤더슨 분)는 초자연 현상을 해결하는 임무를 전담했던 전직 FBI 요원이다.
냉철한 판단력을 갖춘 스컬리와 뛰어난 직관력을 지닌 멀더는 오랫동안 파트너로 활약하며 미지의 사건을 해결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의사인 스컬리는 병원으로 돌아가고 멀더는 FBI를 피해 은신한다.
그러던 어느 날 눈 덮인 벌판에서 한 여자 FBI 요원이 납치된다.
이때 FBI 앞에 영매를 자칭하는 가톨릭 신부 조셉(빌리 코놀리 분)이 나타나 납치된 요원이 눈에 보인다는 믿을 수 없는 주장을 펴는데….





초자연 현상에 맞선 사람들의 이야기
영화 ‘엑스파일: 나는 믿고 싶다’는 미스터리 판타지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진 TV시리즈 ‘엑스파일’(The X-Files)의 극장판이다. 1990년대 미국 폭스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엑스파일 시리즈에서 멀더와 스컬리는 과학으로 입증할 수 없는 초자연 현상을 밝히는 FBI 요원으로 활약했다.

영화는 FBI 요원 수십 명이 조셉 신부와 함께 사방이 눈으로 덮인 벌판을 수색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일렬로 늘어선 요원들이 막대로 눈 속을 탐색하는 동안 헬리콥터에선 적외선 탐지기로 땅속을 수색하지만 결과는 탐탁지 않다.

그런데 이때 조셉 신부가 갑자기 앞으로 뛰쳐나가더니 바닥에 쌓인 눈을 파헤치고 죽은 사람의 팔 한 짝을 찾아낸다. 과학수사의 상징인 FBI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신부의 초자연적인 무언가가 해결한 셈이다. 이에 놀란 FBI는 초자연 현상을 해결했던 전직 FBI 요원인 멀더와 스컬리를 찾아 해결을 부탁하기로 결정한다. 과연 두 사람은 예전처럼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당뇨병을 수술로 치료할 수 없는 이유
의사인 스컬리는 FBI를 떠난 뒤 샌드호프(Sandhoff)병을 앓는 어린이의 주치의를 맡고 있다.
샌드호프병은 유전성 신경계 질환으로 현재까지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어 그대로 놔두면 대부분 6세 이전에 사망한다.
스컬리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뇌수술을 감행하고 병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환자를 요양원에 보내라고 강요한다.

샌드호프병은 지방분해 효소인 헥소사미니디아제 A와 B가 결핍돼 생기는 유전질환으로 뇌와 척수의 신경세포에 지방이 축적되는 병이다.
원래 지방은 지방세포에 축적돼야 하는데 엉뚱한 곳에 쌓이는 셈이다. 신경세포에 지방이 축적되면 신경세포가 파괴된다. 이 때문에 환자는 시력을 잃고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거나 주위 환경에 무관심해진다.
체리 스폿(cherry spot)이라는 점이 온몸에 생기고 간질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1993년 9월 10일 폭스TV에서 첫 방영된 TV시리즈 ‘엑스파일’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주인공 멀더와 스컬리는 영화에서도 초자연적인 현상을 뒤쫓는다.

영화에서 스컬리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뇌수술을 하는데, 이는 샌드호프병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옥에 티다. 지방분해 효소인 헥소사미니디아제는 신경세포뿐 아니라 몸속 모든 세포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신경세포의 경우 지방 축적에 좀 더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고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샌드호프병처럼 효소가 문제를 일으켜 몸속 모든 세포에 병이 생기는 경우를 가리켜 대사성질환이라고 한다. 당뇨병, 갑상선기능항진(또는 저하)증이 대사성질환에 속한다. 대사성질환은 약이나 호르몬으로 치료할 수는 있어도 수술로 치료할 수는 없다.

다만 영화 후반부에 스컬리가 환자에게 줄기세포 치료를 시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지난해 3월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의대 연구팀은 태아에서 추출한 신경줄기세포(성체줄기세포)와 인간 배아줄기세포로 만든 신경줄기세포가 샌드호프병에 치료 효과가 있음을 동물실험으로 밝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하기도 했다.




냉동인간 아직은 불가능
영화 중반, 조셉 신부는 실종된 요원을 찾았다며 눈 덮인 설원으로 FBI를 이끈다. 스컬리는 뒤늦게 합류하지만 “이 모든 걸 믿어요? 저 사람은 사기꾼이에요”라며 멀더에게 의구심을 표현한다. 멀더가 “나는 믿고 싶을 뿐이에요”라고 대답하는 순간 조셉 신부가 땅을 파기 시작하고 곧 얼음 밑에 갇힌 FBI 요원이 발견된다. 혹 요원이 살아있지는 않을까.

안타깝지만 얼음 속에 사람이 갇히면 살 수 없다. 의학적으로 인간의 죽음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심폐기능이 정지되거나 뇌사 상태가 되는 것이다. 심장과 폐가 정지하면 뇌로 피가 공급되지 못하고 이때부터 5분이 지나면 뇌사가 된다. 만약 의사가 심폐소생술을 처치해 심장과 폐가 다시 움직이더라도 일단 뇌사가 되면 대개 2주 이내에 자연사한다. 뇌사자의 장기를 다른 환자에게 이식하는 일이 윤리적으로 타당성을 인정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종된 FBI 요원을 찾을 수 있다는 가톨릭 신부의 말을 믿어야 할까. 멀더는 “믿고 싶을 뿐”이라고 말한다.

사람이 얼음처럼 매우 추운 곳에 갇히면 체온이 급격히 내려가기 때문에 뇌사가 진행되지 않으므로 만약 재빨리 해동해 뇌에 피를 공급할 수만 있다면 살아날 가능성은 있다. 실제로 얼어 있던 강물에 빠진 사람이 30분 만에 구조되고도 살아난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아직 얼어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났다고 학계에 보고된 적은 없다.

물론 ‘냉동인간’의 가능성을 믿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5월 말 MBC의 한 프로그램에서는 100년 넘게 얼음에 묻혀 있던 냉동인간이 깨어났다는 내용이 방영됐다. 지난 1845년 북극을 탐험하다가 얼음 속에 묻힌 존 토링톤이 1983년 과학자들에게 발견된 뒤 1998년 독일의 한 연구팀에 의해 비밀리에 독일로 운송된 뒤 부활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연구팀은 토링톤이 서 있는 모습의 사진까지 제시했다.

또 미국 알코르생명연장재단이라는 곳은 냉동인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 과학자들은 2045년쯤 냉동상태에서 깨어난 최초의 사람이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냉동인간 문제는 ‘믿거나 말거나’다. 토링톤의 얘기가 알려진 당시에도 사람들은 믿지 않았고 현재는 생사 여부도 확인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인간을 냉동시킬 때 가장 큰 문제는 물이 얼면서 부피가 늘어나 세포가 파괴된다는 점인데, 아직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장기이식과 줄기세포치료
영화 후반, 제2의 용의자를 추적하던 멀더는 한적한 시골에 있는 허름한 공장에서 납치된 사람들의 목을 떼어내는 수술 현장을 목격한다. 이들은 폐암말기 환자의 머리를 다른 사람의 몸에 붙이는 괴상망측한 이식수술을 하고 있었다. 멀더는 경악해 이들에게 총구를 겨누지만 그때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아 의식을 잃는다.

장기이식은 말 그대로 질병이나 사고로 제 기능이 다한 인체의 장기를 떼어내고 다른 사람의 장기를 떼어내 붙이는 일이다. 장기 기증자가 이미 죽은 사람일 때는 카데바이식, 뇌사자일 때는 뇌사자이식, 살아있는 사람일 때는 생체이식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장기이식이 가능한 장기에는 간, 신장, 췌장, 심장, 폐, 각막 등이 있다. 이 중 떼어내도 재생이 되는 간이나 몸에 2개가 있는 신장은 생체이식을 할 수 있지만 나머지 장기는 한 개밖에 없어 카데바나 뇌사자이식만 가능하다.




과학수사의 상징인 FBI. 영감에 따라 수사를 펼치는 멀더(1)와 과학적인 판단 아래 이성적인 분석을 고수하는 스컬리(2)가 이번에도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장기를 이식받은 뒤에는 항상 생체거부반응이라는 현상이 뒤따른다. 장기를 받은 사람의 면역체계에서 이식된 장기를 ‘적’으로 간주해 파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를 이식받은 환자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최근에는 돼지처럼 인간면역체계의 영향을 덜 받는 동물 장기를 인체에 이식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한편 생명공학자들은 뱃속의 태아가 성장하면서 수정란 1개에서 시작한 세포가 분화해 눈, 코, 입을 만들고 심장, 폐, 간, 골수를 만드는 현상에 주목해, 이렇게 기능 분화를 일으키는 성체줄기세포를 장기에 이식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하지만 성체줄기세포는 찾기가 매우 힘들어 배아줄기세포를 원하는 대로 배양하려는 연구가 국내외에서 시도되고 있다. 다만 배아줄기세포는 그 자체를 인간 생명으로 볼 수도 있어 윤리적 문제가 남아 있다.

강석훈 전문의 >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2006년부터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던 영화와 드라마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 지난해 방송된 SBS 의학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의 보조작가로 활동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현재 대한의학회에서 건강정보심의위원회 실무위원을 맡아 잘못된 건강정보를 바로잡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 글 | 강석훈 가정의학과 전문의 ㆍkingla@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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