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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고호 출항 나흘째




권영인 박사와 강동균 씨가 9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아나폴리스항을 출항하기 앞서 동아사이언스기를 장보고 호 마스트에 걸고 있다. - 동아일보 자료 사진

컴컴한 바다에서 라면 특식

9일 오전 미국 메릴랜드 주 아나폴리스 항을 출항한 장보고 호 탐사대는 첫 정박지인 북위 38도 17분 361초, 서위 75도27분 133초 해상에 무사히 도착했다. 달빛이 조용히 쏟아지는 바다 한 가운데 첫날의 설렘을 달랜 권영인 박사(47 전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와 강봉균(41 개인사업)대원은 항해 사흘째인 11일 밤 항해 성공을 기원하며 라면으로 특식을 마련했다.

그러나 뜨끈한 국물맛을 보는 것도 이번이 거의 마지막이다. 앞으로 항해에서는 군용 비상식량을 주로 먹어야 한다. 실험장비를 싣기 위해 장보고호에는 가볍고 보관하기 간편한 군용식량이 침실 2개 부피로 준비돼 있다.

위성전화를 이용한 통화에서 권 박사는 “아무런 문제없다. 아직까지 모든 게 순조롭다”고 말했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목소리였다.
그의 결심은 이미 411일간의 대항해를 준비할 때부터 굳건했다. 이번 탐사를 위해 지난 4월 20년 넘게 다니던 연구원을 그만둘 때 주위 동료들은 “정신 나갔다”고 했다. 지난해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되는 가스하이드레이트를 동해에서 발견한 주역이었기에 주변의 충격 은 컸다.

아내와 두 자녀에게도 “힘들겠지만 1년만 참아달라”며 이해를 구했다.

채 1억원이 안 되는 퇴직금과 사재 2억을 합쳐 탐사비 3억원을 마련했다. 411일간의 대항해를 위해 튼튼한 배와 견고한 실험장비를 사는 것이 우선이었다. 먹을거리와 입을 거리를 구입하는 일은 당연히 뒷전에 놓았다.




본격적인 출항 준비를 위해 7월 12일 미국에 도착한 뒤에도 모텔과 셋방 신세를 전전하며 탐사비를 아꼈다. 전화도 값비싼 로밍 휴대전화 대신 미리 시간 약속을 하고 값싼 인터넷 전화를 사용했다. 위급시를 대비한 위성전화도 딱 500분 분량만 채웠다.

배에 풍력발전기와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한 것도 만의 하나 물자보급이 끊겼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것.

출항 한 달 전에는 함께 탐사를 가기로 한 동료가 ‘금전적’ 이유로 포기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1년 넘게 가정살림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탐험도 좋지만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도 먹고 살아야지요. 어떻게 1년 넘게 집을 버리고 나서라고 강요할 수 있겠습니까.”
최악의 상황에서도 권 박사는 “안 먹고, 안 입고해서라도 이번 항해를 꼭 성공적으로 마치겠다”며 활짝 웃었다.

권 박사와 강 씨에게 이번 모험은 잊혀졌던 청년시절의 꿈을 실현하는 도전 여행이나 다름없다. 이미 오래전 이를 위해 항해에 필요한 항해사 자격증과 아마추어무선통신사 자격증도 일찌감치 따둔 것도 이 때문이다.

그의 노력을 현지 외국인들에게는 색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장보고호 건조회사인 미국 퍼포먼스 크루징 사는 탐사비 부족에 허덕이는 일행의 딱한 사정을 듣고 "돈 걱정 말라"며 배 건조비의 15%를 깎아줬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의 후원자. 연구원 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독일 프라나테크 미헬 메이슨 사장은 이산화탄소 측정 장치를 공짜로 내어줬다. 출항 전 항구로 찾아온 메이슨 사장은 권 박사의 오래된 노트북을 보고 자신의 고성능 노트북을 즉석에서 내주기까지 했다.





탐사대의 유일한 바람은 인터넷과 위성전화를 통해 자유롭게 국민들과 누리꾼들에게 생생한 탐사현장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 수집한 생태사진과 환경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해 동료 과학자들에게 연구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 싶다는 꿈도 내비쳤다.
권 박사는 “이번 탐사를 통해 한국 사회에 던지고 싶은 것이 한 가지 더 있다“고 했다.

“해양 탐험이라는 게 어쩌면 무모해보일 수 있는 도전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넓디넓은 바다는 앞으로 우리에게 가져다 줄 것이 많습니다. 이번 탐험의 성공으로 탐험가들에게 인색한 문화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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