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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방 수술실에서 넘긴 암덩어리 얼리고… 자르고…

일산 국립암센터 ‘병리실 24시’


사람의 몸에서 잘라낸 조직이 투명한 비닐봉투에 담겨 곳곳에 놓여 있다. 한쪽에선 칼을 들고 암 덩어리를 잘게 자르고 있다. 기초의학자인 병리의사들이 눈에 불을 켜고 일하는 수술실 뒤편의 현장. 경기 고양시 일산 국립암센터 4층에 있는 ‘동결절편검사실’은 살풍경한 모습만큼이나 긴장감도 높다.

암 수술을 하려면 없어선 안 되는 이곳은 4개의 수술실 옆에 배치돼 있다. 하루 수십 건의 수술이 진행될 때마다 환자 몸에서 잘라낸 살과 뼈, 장기가 전해진다.

옆 수술실에선 40대 여성 환자가 유방암 수술을 받고 있다. 외과의사가 수술 도중 손톱만 한 조직 서너 개를 보내왔다. 암세포가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것.

알코올의 한 종류인 아이소펜탄에 조직을 담가 30초 안에 꽁꽁 얼린다. 얇게 ‘저며 내기’ 위해서다. 정식 조직검사 때는 파라핀(양초의 주성분)을 쓰지만 긴급 상황에는 이런 동결절편법이 필요하다.

쉴 틈이 없다. 수술실에서는 환자의 피부를 열어놓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외과수술은 최단시간에 끝내는 것이 상식이다.

 


수술실 뒤 검사실에서 병리의사와 임상병리사가 암 조직 표본을 만들고 있다.
구체적인 암의 종류를 판별하고 의료 연구에 사용하기 위해서다.

얇게 잘라낸 조직은 염색과정을 거친다. 유리판에 올리고, 알코올과 물에 씻고, 염색약과 암모니아 용액에 순서대로 담가 색을 만든다. 숙련된 임상병리사들은 모든 염색과정을 3, 4분 안에 끝낸다.

병리의사는 완성된 표본을 현미경으로 살펴보고 즉시 손을 뻗어 전화기를 잡는다. 수술실에 결과를 알려주는 데 걸린 시간은 5분 남짓. 다행히 검사 결과가 좋았다. 수술실에선 병리의사의 판단에 따라 환자의 가슴 일부만을 도려냈다.

수술이 종료됐지만 검사실에선 할 일이 많이 남았다. 수술 중 잘라낸 조직을 전달받아 분류한다. 방금 진행한 검사는 암세포의 존재 여부만을 확인한 것. 똑같은 유방암도 수십 종류로 구분되므로 정확한 조직검사가 뒤따라야 한다.

의료연구용 자료를 수집하는 것도 이곳의 일.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포르말린에 담근 표본도 만든다.

국립암센터에서는 연평균 6000여 건의 수술이 이뤄진다. 이 중 병리의사의 판독을 거치지 않은 사례는 거의 없다. 판독권한을 가진 병리전문의는 8명. 한 사람이 1년간 700여 명의 환자를 진단하는 셈이다. 외과의사들은 연평균 100여 건의 수술을 하고 있다.

이건국 국립암센터 병리과장은 “수술실 뒤엔 항상 병리의사들이 비상대기 상태에 있다”며 “환자와 직접 마주치지는 않지만 난치병의 근본 치료책을 얻고자 노력한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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