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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의학의 장단점과 메타볼로믹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다. 일에 치이다보니 병원 갈 시간을 놓쳤다. 집에 들어서니 몸에 오한이 든다. 기침에 콧물까지 몸이 말이 아니다. 어머니께서 오시더니 당신이 며칠 전 종합감기약 처방으로 받은 약이 이틀 분 남았으니 그걸 복용하라 하신다.

따로 의사의 처방을 받지 않고도 이틀 뒤 증세는 호전되었다. 그렇다면 이런 만능의 감기약 말고, 항우울치료제, 당뇨병치료제, 또는 항암제 같은 의약품도 환자 간 공유가 가능할까? 정답은 “공유할 수 없다”이다.

예를 들어 보자. 프로작(Prozac)은 항우울치료제로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CYP2D6라는 유전자에 결함이 있는 9세의 소년이 프로작 과다용량투여로 사망한 사건이 2000년 미국에서 일어났다. 이는 동일 약이 동일 증상에 적용될 수 없음을 보여준 극단적 예다.

글루코키나제 활성이 결여된 당뇨병환자에게 이 효소를 활성화시키는 약물이외의 다른 당뇨치료제는 아무런 효과를 나타내지 않을 것이다. 에이즈 치료분야에서 쓰이던 용어인 칵테일 요법이란 혼합약 처방을 말하는데 향후의 암치료 방식은 환자의 특성에 따른 “개인별 맞춤 칵테일 요법”이 대세를 이룰 거란 전망이다.

이처럼 같은 약물이 나타내는 효과와 부작용은 개인차를 반영한다. 개인마다 약물을 흡수하고, 몸 안에서 대사과정을 거친 뒤 배설하는 과정은 개개인의 유전적 요인과 후천적, 환경적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정 의약품은 사람에 따라 약물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괄호 안은 현재 치료제로 쓰이는 약물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정도를 표시한다.

맞춤의약이란 같은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 동일한 약물을 쓰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환자 개개인의 유전적, 후천적 특성을 고려한 특별처방전에 의거해 개인에 맞추는 것이다.
유전적 특성을 고려하는 기술 가운데는 단일염기다형성 (SNP)이라고 하는 인간 유전체에서 한 염기가 다른 염기로 바뀌는 현상을 분석하는 방법이 있다.

보통 1000개의 염기당 하나의 염기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한다. 이 차이가 개인의 유전적 특성을 결정하며, 질병이나 약물에 대한 반응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SNP 종류에 따른 환자 개개인만의 약의 종류와 복용량을 결정하는 맞춤의학이 가능하다.



맞춤의약을 이끄는 메타볼로믹스


메타볼로믹스는 맞춤의약으로 이끄는 또 하나의 첨단분석기법이라 할 수 있다. 인간유전체 염기서열 분석기술을 통해 소위 “오믹스”시대가 열렸다. 한 생명체 전체 핵산을 분석하는 기술인 지노믹스, 단백질 전체를 분석하는 프로테오믹스, mRNA 전체를 분석하는 트랜스크립토믹스가 그것이다.

메타볼로믹스는 한 생명체가 먹고, 마시고, 소화하고, 배설하는 모든 대사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대사체(메타볼라이트) 전체를 분석하는 기술을 말한다. 사람의 경우 수 만 개의 대사체가 존재할 것으로 생각하며, 이 중 최소한 3,000여개의 대사체가 정상적인 성장과 발생에 필요한 1차 대사체일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특히 아미노산, 탄수화물, 당류, 지방 같은 저분자 물질이 질병이나 약물대사 같은 과정에 어떤 실마리를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오줌, 혈액, 혈장, 혹은 침 등이 대사체 변화를 읽기 위한 시료가 된다. 이러한 시료를 대상으로 특정 대사화합물을 분석할 수도 있고, 대사체 전체의 패턴을 분석할 수도 있다.

특정 약물에 대한 시간별, 장기별, 환자별 대사체 분석이 동물실험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개인별 시료의 대사체 분석은 개인의 약물에 대한 반응정도, 투여량, 대사경로 등을 예측케 함으로써 개인에 맞춘 의약 처방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특정 대사체는 질병을 감지하는 바이오마커로 이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혈액 내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심장병 위험이 높다거나 소변에 포도당 수치가 높다면 당뇨병을 의심해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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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볼로믹스는 질병을 진단하는 첫 번째 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다. 조직을 파괴하거나 시료 채취가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신약 개발 과정 초기에 동물실험 등을 통한 대사체를 분석함으로써 부작용이나 독성을 예측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사망원인 가운데 약물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이 네 번째 순위를 차지할 만큼 높다. 또한 신약개발을 위해서 1조원의 최소비용이 든다고 한다. 하지만 시장에 나간 뒤 약물 부작용으로 시장에서 철수한 신약도 왕왕 보고 된다. 메타볼로믹스는 이를 해결할 복지적, 경제적 이점을 제공할 대안으로 떠오른다.




미래의학-표적피료제와 맞춤의약


그러나, 메타볼로믹스 기술은 아직 극히 초보적인 단계라 할 수 있다. 다른 오믹스 기술에서 다루었던 대상인 핵산과 단백질은 화학적 특성이 단순하여 통일된 방법론적인 접근과 자동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대사체는 대사과정에서 생겨나고 분해되는 역동적인 화학적 특성으로 인해 분석기술적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현재 대사체를 분석하기 위해서 크로마토그라피, 질량분석기술, 그리고 핵자기공명기법이 복합적으로 쓰이고 있다. 여기서 얻은 대사체정보는 앞서 얻은 오믹스 데이터와 더불어 IT기술을 응용한 생물정보학으로 데이터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표준물질에 대한 대량정보의 수집도 선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21세기의 의학은 표적치료제와 맞춤의약으로 요약된다. 표적치료제는 정상세포는 살려 두고, 암세포에만 나타나는 표면단백질을 선택적으로 골라 죽이는 항체의약품을 말한다. 맞춤의약은 환자의 유전자 이상에서부터 신진대사기능 등의 데이터를 토대로 환자 개개인 중심의 맞춤형 치료를 일컫는다.

올 가을과 겨울엔 복고적인 긴 머리와 굵은 웨이브 형태의 펌, 패션은 검정색인 모스컬러와 길이가 긴 상의, 그리고 짧은 하의가 유행할 것이라고 한다. 시내 곳곳엔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의 이런 유사 차림이 눈에 많이 띈다.

상점으로 들어간 젊은 연인들은 파트너와 상품을 번갈아 보며, 파트너의 피부와 스타일에 맞는 화장품과 악세사리를 골라준다. 나만의 유전적, 대사적 환경에 근거한 맞춤의약은 이제 나 만을 위한 특별 처방전을 만들 것이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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