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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만에 돌아온 다윈




국립과천과학관 특별전시실에 마련된 ‘다윈의 방’에서 다윈처럼 복장을 갖춘 사람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다윈이 200년 만에 돌아온 듯하다.


다윈이 쓴 ‘종의 기원’.


“나는 갑작스런 죽음에 대비해 이 글을 쓰고 있소. 이 초안을 좀 더 수정하고 내용을 보충해 발행해줄 수 있는 유능한 편집인을 찾아 비용으로 400파운드를 주기 바라오. 편집인은 박물학자 겸 지질학자라면 좋겠소. 라이엘 씨가 가장 좋겠고 다음으로 후커 박사에게 부탁해 보시오.”

이 글은 1844년 7월 5일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종(種)에 관한 글을 다듬어 초안을 완성하고 아내인 엠마에게 보낸 편지다. 다윈은 1859년 11월 24일 ‘종의 기원’을 출판했는데, 발간 하루 만에 1250권이 매진됐다. 이 책은 “생물은 변이를 일으키고 그 중에서 환경에 가장 적합한 개체가 살아남는다”는 내용의 진화론을 담고 있어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고풍스런 탁자 위엔 현미경, 플라스크, 비커, 책이 흩어져 있고, 소파 한쪽에는 빈 종이와 함께 깃털 달린 펜이 놓여 있다. 저 펜으로 아내에게 편지를 쓰고 ‘종의 기원’을 썼을까. 소파에는 흰 수염이 덥수룩하고 까만 중절모를 쓴 이가 편안히 앉아 있다. 바로 다윈이다. 탄생한 지 200년이 된 그가 환생한 것 같다.

19세기 영국 켄트 주 다운에 있던 다윈의 방이 지난 11월 14일부터 국립과천과학관 특별전시실에 고스란히 옮겨져 있다. 2009년 다윈 탄생 200주년,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을 각각 기념해 ‘다윈’을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것. ‘다윈’ 특별전에서는 200년 만에 돌아온 ‘진화론의 아버지’ 다윈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다윈이 쓴 ‘종의 기원’.


태평양에서 건진 비너스빗 만져봐


“사냥, 개 경주, 쥐 잡기만 좋아한다면 너 자신뿐 아니라 집안에 부끄러운 사람이 될 거야.” 어린 시절 다윈은 공부를 못해 의사인 아버지한테 꾸중을 들었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에든버러의대에 입학하기도 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전공을 법학으로 바꿨다가 다시 신학을 공부해 목사가 됐다. 목사가 창조론과 반대되는 진화론을 정립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다.

“삼촌의 정원에서 배운 사격, 케임브리지에서의 딱정벌레 수집, 헨슬로와 함께한 식물 채집, 세지윅과 함께한 지질 답사, 에든버러에서 배운 박제술, 아버지 서재에서 읽은 여행 관련 책. 12세부터 22세까지 그의 인생을 채웠던, 서로 상관없어 보이던 활동이 이제 하나가 됐다. 그 속에서 일과 놀이는 구분될 수 없었고 매일 매일이 생일 같았다.”




펭귄알, 타조알 등을 돋보기로 관찰하다 보면 다윈이 된 것 같다. 다윈은 어린 시절 새알을 모았다.

특별전에 마련된 ‘다윈의 놀이터’를 소개하는 글이다. 다윈은 어린 시절에 새알을 하나씩 모았고, 케임브리지대에서 희귀한 딱정벌레를 수집했으며, 불빛을 비추거나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기도 하면서 40년간 끈기 있게 지렁이를 관찰하고 연구했다. 이곳에서는 다윈이 된 듯 딱정벌레, 지렁이, 펭귄알과 타조알을 돋보기로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으며 값비싼 암석과 따뜻한 태평양에서 건져 올린 조개껍데기를 직접 만져볼 수 있다.

특히 석회동굴에서 나오는 종유석, 루비와 석영이 박혀 있는 파가사이트, 한약재로 쓰이는 암석인 웅황, 자수정, 벽옥, 흑요석, 단백석(오팔 원석), 카넬리언(홍옥수), 아벤츄린(사금석), 조회장석 같은 보석이나 희귀석을 손안에서 주무를 수 있고, 아프리칸터번, 사모아고둥, 인디언고둥, 갈색황제가리비, 비너스빗, 부처님손조개 같은 특이한 조개껍데기도 손맛으로 체험할 수 있다.



특별전에 전시된 라미니퍼사슴벌레.



‘다윈’ 특별전에서는 진화론의 아버지인 ‘다윈’을 보고 만지며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전시물로 가득하다.


딱따구리핀치의 부리는 왜 끝이 휘었을까


“갈라파고스 제도의 섬들은 자연조건이 서로 같아 보이는데, 왜 각 섬의 핀치새와 육상 거북은 서로 다를까. 남아메리카의 레아류는 왜 아프리카의 타조와 그렇게 많이 닮았을까.”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다니다 품은 의문이다. 특히 그는 핀치새의 부리에 주목했다.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만난 13종의 핀치새는 진화의 영향을 극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핀치새는 씨앗, 곤충, 과일, 나뭇잎 등을 먹는데, 특이하게도 먹이에 따라 부리의 모양이나 크기가 제각각이었던 것. 예를 들어 크고 단단한 씨앗을 먹는 핀치새는 단단하고 뭉툭한 부리를 가진 반면, 작고 무른 씨앗을 먹는 핀치새는 작고 예리한 부리를 가졌다.

특별전에서는 갈라파고스 제도의 핀치새 부리를 모방한 나무집게를 주목할 만하다. 선인장땅핀치, 큰나무핀치, 채식성핀치, 큰땅핀치, 휘파람핀치, 딱따구리핀치의 부리를 닮은 나무집게를 조작할 수 있다. 선인장땅핀치, 큰나무핀치, 채식성핀치는 씨앗의 크기나 무른 정도에 따라 부리 크기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다양한 나무집게로 손수 콩, 밤, 호두, 공 모양 스펀지를 집다 보면 진화의 신비에 손끝이 짜릿하다. 특히 큰땅핀치가 크고 딱딱한 씨앗을 먹기 위해 커다랗고 튼튼한 부리를 갖도록, 딱따구리핀치가 나무 구멍 속에 들어 있는 벌레를 파먹기 편하게 가늘고 끝이 약간 휜 부리를 갖도록 각각 진화한 이유를 몸소 느낄 수 있다.



핀치새 부리를 닮은 나무집게로 ‘먹이’를 집다 보면 먹이에 따라 부리가 진화한 이유를 느낄 수 있다.



따뜻한 태평양에서 건져 올린 조개껍데기. 아프리칸터번, 인디언고둥, 갈색황제가리비, 비너스빗 등 다양한 조가비를 만나보자.


꼭꼭 숨고, 손대면 나타난다


앗, 어디 숨었을까.’ 숲이나 덤불에 붙어 있는 나방을 찾기가 쉽지 않다. 보호색을 가진 곤충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이유를 게임을 하며 알 수 있는 코너도 놓치지 말자. 20여 종의 나방 자석을 여기저기 붙이다 보면 보호색의 원리를 저절로 이해할 수 있다. 즉 보호색이란 다윈이 제창한 자연선택 사례 중 하나로 여러 동물이 주변 환경에 적응하며 발전시킨 형태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는 것.

아무것도 없는 곳에 손을 댔더니 신기하게도 뭔가 나타난다?! 진화 과정에서 불필요해진 흔적기관을 만져볼 수 있는 코너.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시온잉크를 사용해 인체 그림에 손을 대면 사랑니, 꼬리뼈, 체모, 남자 젖꼭지, 맹장과 연결된 충수, 눈의 반월주름, 귀의 다윈돌기 같은 흔적기관이 드러난다. 흔적기관의 대표적인 예인 고래 뒷다리도 찾아보자.

특별전에서 진화에 대한 수준 높은 지식을 얻고자 하는 관람객은 전시 속의 전시인 ‘다윈 나우’(Darwin NOW)에 꼭 들러보자. 영국문화원이 세계에서 처음 공개하는 전시프로그램으로 다윈이 현재에 영향을 미친 사례를 문답으로 조명한다. ‘게놈이란 어떻게 진화하는가’ 같은 어려운 질문도 있지만 음악이 구애행위에서 비롯됐다는 재미있는 대답도 들을 수 있다.



입장료 성인 9000원, 초·중·고 8000원(워크북 증정), 유아 7000원(입체종이모형 증정). 예매 티켓링크(www.ticketlink.co.kr, 1588-7890). 단체문의 (02)475-0636, 0641. 자세한 사항은 특별전 홈페이지(www.darwin200.co.kr) 참조




| 글 | 이충환 기자 ㆍcosmos@donga.c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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