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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환경 전사, 레버쿠젠에 모이다




18개국 대학생 50명이 참가한 바이엘 청소년 환경대사 프로그램(BYEE)이 11월 2일 독일 레버쿠젠에서 열렸다.

부드러운 눈매에 가냘픈 체구이지만, 열대우림 앞에서는 ‘잔다르크’가 된다. 인도네시아 젬버대에 다니는 베니 세비아는 헐값으로 벌목권을 팔아넘긴 정부를 상대로 계약무효 소송을 이끈 당찬 여대생이다. 그는 한 고위 관리가 친인척 관계에 있는 기업과 벌인 협상 비리를 끝까지 파헤쳤다. 결국 베니가 이끄는 소송 집단이 승소, 해당 지역의 열대 숲을 무차별 벌목의 위기에서 구해냈다.

“대규모 벌목 때문에 최근 홍수가 잦아진 것 같아요. 귀국하면 자바 섬에 있는 본도와소 지역에 나무심기 운동을 펼칠 겁니다. 이미 마련한 5000여 개의 묘목 중 2000개를 우기가 오기 전에 심을 거예요.”

페루 카예타노 에레디아대 안드레 세실리아는 페루의 날씨가 열대 기후로 변해가는 게 걱정스럽다.
“기후변화는 페루도 예외가 아니에요. 점점 더워지고 습도가 높아지고 있어요. 도시가 커지면서 위생 상태도 나빠졌죠. 전에 볼 수 없었던 말라리아 같은 열대성 질병이 창궐하고 있어요.”

의대생인 안드레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지역 주민들에게 손 씻기, 깨끗한 식수 관리 등 환경 교육을 하고 있다. 수인성 전염병 예방은 개인의 위생 습관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구촌 곳곳에서는 이처럼 저마다의 이슈로 환경 운동을 펼치는 대학생들이 있다.




터키의 젬 세리가 재활용 폐기물을 이용해 직접 그린 그림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환경교육용 그림책을 만들어 초등학교에 배포하고 있다.


바이엘 청소년 환경대사 프로그램 BYEE 2008


환경을 모토로 한 세계미인대회‘미스 어스(earth)’케냐 출신으로 물을 쓰지 않는 ‘환경변기 설치 운동’을 이끄는 케냐의 에마 마데과, 재활용 폐품으로 만든 의상을 입고 도심에서 환경에 관한 퍼포먼스를 하는 필리핀의 제무엘 가르시아, 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플라스틱병 10만개 모으기’시합을 진행하는 싱가포르의 재스퍼 즈하오소, 재활용 폐기물로 직접 만든 그림책을 초등학교에 나눠주는 터키의 젬 세리, 이산화탄소가 악당으로 나오는 환경 만화영화를 대학방송국에서 제작해 인근 초등학교에 배포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마리아 호세 자발라 등.

이들 열혈 ‘환경전사’들이 지난 11월 2일 독일 레버쿠젠에서 만났다. 18개국 대학생 50명이 참가한 바이엘 청소년 환경대사 프로그램(BYEE)이 이 곳에서 열린 것.
바이엘과 유엔환경계획(UNEP)이 주최한 이 행사는 동남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대학생들이 각국을 대표하는 환경대사로 선정돼 5박6일간 레버쿠젠의 선진 환경시설을 탐방하고 지구촌 환경 이슈와 고민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축구공 만든 환경기업의 자랑, 폐수정화시설


환경대사들이 첫 날 방문한 곳은 바이엘 본사의 홍보전시관. 이 곳 한 켠에 마련된 축구공 모형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차범근 감독(수원 삼성)이 1983년부터 7년간 뛰었던 독일 분데스리가의 축구팀 ‘바이엘 레버쿠젠’을 소개하는 곳일까?

국내에는 바이엘이 아스피린을 개발한 제약 기업으로만 잘 알려져 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공인구인 ‘팀가이스트’와 유로 2008 공인구인 ‘유로패스’가 바이엘의 첨단재료와 설계기술로 만들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드물다.

사실 바이엘은 다양한 플라스틱 재질이나 살충제 등 첨단 화학재료와 농업약품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화학그룹이다. 이 같은 업종 특성상 바이엘은 종종 환경단체의 표적이 돼 왔다. 이 회사가 UNEP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환경교육사업과 각종 사회공헌사업에 연 4500만 유로(약 770억 원)를 투자하며 환경기업 이미지 쌓기에 공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다.




바이엘 케미컬파크의 폐수정화시설은 레버쿠젠시 전체가 매일 배출하는 오ㆍ폐수 1억L를 처리한다


케미컬파크.


이어 탐방한 곳은 바이엘의 화학공업단지가 조성된 케미컬파크.
“예전에 방문한 UNEP의 한 간부가 여기서 처리된 물을 컵에 따라 마신 적이 있어요. 아직 죽지 않고 잘 살고 있답니다.”
홍보 직원의 농담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건 바이엘이 자랑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폐수 정화시설이었다. 곳곳에 거대한 폐수처리탱크가 우뚝 서 있고, 수많은 파이프들이 거미줄처럼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이곳에서 레버쿠젠시 전체가 매일 쏟아내는 오·폐수 1억L가 박테리아 등을 이용해 여러 단계의 화학처리를 거쳐 정화되고 있다.

인상적인 건 지방정부와 기업이 지역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긴밀한 협조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지방정부는 관련 정책을 마련하고, 바이엘은 기술과 자본을 맡는 것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셈. 바이엘은 이 같은 폐수정화시설을 운영하는데 연간 10억 유로(약 1조 7000억 원)를 쏟아붓고 있다.
환경대사들이 방문한 시설 중 가장 관심을 끌었던 곳은 레버쿠젠 시립 폐기물 처리소다.

“종이, 병, 캔뿐만 아니라 케이블, 전자기기까지 모두 30여 종류로 쓰레기를 분리합니다. 병은 색깔별로 한 번 더 분류합니다. 시에서 연간 나오는 쓰레기 128만t 대부분이 여기서 분류, 재처리가 되고…”







바이엘 산하 커렌타에서 나온 울리히 보른바서 박사는 ‘가상의 물’(virtual water)에 관한 강연으로 흥미를 끌었다. 사진은 강연 도중 환경대사들과 펼쳤던 게임의 한 장면


쓰레기 96% 재활용, 매립은 없다!


이 곳의 홍보담당자인 하미드 사쿠르 박사의 설명을 듣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이어지는 설명에서 ‘쓰레기 매립장이 없다’는 내용을 언뜻 들었기 때문이다. 마침 한국 대표로 참가한 장유미(중앙대 영어교육과) 씨가 “정말 쓰레기 매립장이 없다고요?”라며 물었다.

“네. 여기뿐만 아니라 독일 전체에도 매립장은 없어요. 레버쿠젠의 가정과 사무실에서 배출한 쓰레기의 96%는 어떤 식으로든 여기서 재활용되고 있습니다.”
하미드 박사에 따르면 재활용이 당장 불가능한 쓰레기들은 모두 용광로에서 처리한 뒤 화학재료들을 추출해 다른 제품의 원료로 활용한다. 예를 들어 폴리염화비닐(PVC) 소재의 폐기물이 용광로에서 처리되면 염화나트륨 성분의 물질이 나오고, 이 물질은 알루미늄을 제조하는 원료로 쓰인다.

또 하나 환경대사들의 관심을 끈 건 쓰레기로 전기를 만든다는 것. 폐기물을 용광로에서 처리할 때 발생하는 증기로 발전을 하는 것이다. 하미드 박사는 “이 곳에서 생산된 전기가 레버쿠젠의 5만여 가구에 공급된다”고 설명했다.


레버쿠젠 시립 폐기물처리소는 시에서 배출한 쓰레기를 30여 종류로 분류해 그 중 96%를 재활용한다.

중국 화동이공대에 다니면서 재활용 전문 벤처기업을 경영하는 탄쟝하오는 “여기처럼 각종 쓰레기를 용광로에서 처리하면 유독가스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유독가스를 제거하고 필요한 화학물질까지 얻어낸다니 그 기술을 한번 배우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장유미 씨는 “우리나라도 쓰레기분리를 잘 한다고 생각했지만, 훨씬 정교하게 쓰레기를 분류하고 100% 가까이 재활용하고 있는 점이 놀랍다”고 소감을 밝혔다.
환경대사들은 환경시설 탐방 외에도 바이엘과 UNEP,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지방정부의 환경 전문가들이 펼치는 강연도 들었다. 특히 바이엘 산하 커렌타라는 회사에서 나온 울리히 보른바서 박사의 강연이 주목을 받았다.



레버쿠젠의 대규모 화학공업단지가 라인강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쇠고기 1kg 얻는데 물 1만 6600L 필요


“여러분, 오늘 아침 식사를 하면서 얼마나 많은 물을 썼나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가상의 물’(virtual water) 이론에 관한 강연은 환경대사들이 직접 게임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돼 흥미를 끌었다. 강단 위에 1L, 10L, 1000L 등을 표시한 줄을 걸어놓고 빨랫줄에 빨래를 널듯 커피나 계란, 닭고기, 쇠고기 그림을 배치하는 게임이었다. 게임이 끝난 뒤 커피 한 잔, 계란 하나, 사과 한 개 등을 만들기 위해 소비되는 물의 양을 차례로 알려줬다.

조규선(아주대 산업공학과) 씨는 “커피 한 잔에 물 140L, 쇠고기 1kg에는 물 1만 6600L나 필요한 줄은 몰랐다”며 “물 소비에 관한 새로운 생각을 일깨워줬다”고 말했다.

차화영(서울대 국제대학원) 씨는 “가상의 물 이론도 재미있었지만, 보른바서 박사의 ‘물은 경계를 모른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며 “국제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환경문제 해결에 국경을 초월해 협력해야 하는 이유를 느끼게 해줬다”는 소감을 밝혔다.





박6일간의 일정이 마무리되는 날, 환경대사들은 유람선처럼 보이는 한 배에 올라탔다. ‘막스 프뤽스’라는 연구용 선박으로 라인강 곳곳의 물을 퍼 올려 배 안에 마련된 연구실에서 수질을 검사한다. 한가롭게 운항하는 배 위에 서니 이내 레버쿠젠의 화학공업단지가 강변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화학 기업의 대규모 공장지대와 바로 옆을 흐르는 라인강, 위태로워 보일 수 있었던 둘 사이가 오히려 차분하고 평온해 보였다. 환경대사들은 그 이유를 가슴에 품은 채 마지막 탐방을 마쳤다.

바이엘 청소년 환경대사 프로그램(BYEE)
BYEE는 바이엘이 1998년부터 매년 주관해 온 환경교육 프로그램으로 한국은 2004년부터 참가했다. 바이엘코리아와 환경운동연합이 24세 이하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한다. 매년 6월 환경에세이를 접수해 1차로 20명을 선발하고, 7월 중순 3박4일간의 환경캠프에서 10명을 뽑는다. 그 뒤 다시 면접을 거쳐 최종 3명을 환경대사로 선발한다.

참가국
한국, 중국, 태국,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 폴란드, 터키, 브라질,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페루,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이상 18개국).

 

 

 




| 글 | 레버쿠젠 = 서영표 기자 ㆍsypyo@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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