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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이 있는 과학

최신 소식 속에 담긴 다양한 과학정보에 대한 해설입니다.

치매 위험 높으니 보험료 더 내라?


《“천식은 안 걸리겠지만 다리에 병이 날 위험이 있습니다.

남들과 다른 신체 특징이나 질병 가능성을 보이는 유전자가 27가지 나타납니다.”

이달 초 자신의 게놈(유전자 전체)을 해독한 김성진 가천의과대 이길여 암당뇨연구원장은 연구팀으로부터 이런 설명을 들었다. 게놈 해독에 든 돈은 2억5000만 원.

이 비용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누구나 자신의 게놈정보를 통해 미래에 걸릴 병을 미리 알게 된다는 얘기다. 이 같은 게놈정보의 보편화에 대해 우리 사회가 아직 무방비 상태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게놈정보 대중화시대 서막… “잘못 쓰면 毒”


“당신의 게놈정보를 보니 기관지염에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 회사는 먼지가 많이 발생합니다. 아쉽지만 우리는 당신의 건강을 위해 고용을 포기하겠습니다.”

입사지원자로선 황당한 소리다. 하지만 고용주로선 건강이 나빠질 수 있는 사람을 굳이 뽑고 싶진 않을 터. 게놈정보가 보편화되면 이런 상황이 생기지 말란 법이 없다.

현재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31조는 유전정보를 이유로 고용이나 승진 등에서 차별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의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단지 게놈정보 때문만이 아니라 지원자의 건강을 위한 결정이라는 데 무조건 위법이라고 하기엔 무리라는 주장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게놈이 해독됐다. 미래에는 누구나 게놈정보로 자신이 걸리기 쉬운 병을 미리 알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고용이나 보험, 인종문제 등에서 게놈정보가 새로운 차별의 근거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발병 안 해도 환자 취급?


“당신은 치매 관련 유전자 ‘ApoE’에 문제가 있습니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으니 보험료를 더 내셔야 합니다.”

치매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환자 취급이니 보험 가입자로선 억울하기 짝이 없을 게다. 미래에는 보험회사가 보험료를 올리는 수단으로 게놈정보를 이용할 거라는 우려가 있다. 과거 병력이 있을 때 보험료가 비싸지는 것처럼 말이다.

과학자들은 한 질병 유전자에 이상이 있다고 해서 꼭 병에 걸린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한다. 치매 유전자는 ApoE 외에도 베타아밀로이드, 프리시닐린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화여대 의대 권복규 교수는 “게놈 분석으로 얻는 정보는 병에 걸릴 확률이 다른 사람에 비해 조금 높다는 것일 뿐”이라며 “실제 병이나 신체 특징은 여러 유전자나 환경 등의 요인이 복합돼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원인 유전자가 비교적 명확히 밝혀진 헌팅턴병도 해당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해서 모두 이 병에 걸리지는 않는다고 한다.




과학에 근거한 새로운 인종차별?


“우리 회사가 개발한 약이 한국인에게 잘 듣는지 연구하기 위해 한국인 게놈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이름과 생년월일 같은 개인정보는 빼고 제공해 주십시오.”

다국적 제약회사가 우리 체질에 맞는 약을 만든다면 이 정도는 협조해도 좋을 듯하다. 그러나 이화여대 법대 최경석 교수는 “특정 국가의 익명 게놈 데이터가 쌓이면 인종이나 민족 등 집단의 정보가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어떤 민족이 다른 민족보다 운동능력이나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등의 근거로 게놈정보가 이용될 수 있다는 것. 한 민족의 특성을 성급하게 일반화해 새로운 인종차별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학이 곧 쏟아낼 개인 게놈정보는 이미 인류 공동의 문제가 됐다고 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르면 우리 자녀가 맞닥뜨릴 문제일지도 모른다. 이에 유네스코는 2003년 게놈정보를 인권이나 자유, 존엄성을 침해하거나 차별하려는 목적으로 사용하지 말자는 ‘인간 유전자 데이터에 관한 국제선언’을 채택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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