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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게놈 지도 나왔다


지난 12월 4일 한국인의 DNA(유전자)를 이용해 게놈(유전체)을 완전히 해독한 ‘개인 게놈 지도’가 공개됐다.

개인 게놈 지도는 뭘까.
왜 사람들은 이 지도에 주목하는 걸까.
개인 게놈 지도가 공개되면 사생활 침해 우려는 없을까.
개인 게놈 지도를 둘러싼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보자.




Q 개인 게놈 지도는 뭔가?


개인의 게놈(유전체)을 완전히 해독해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 같은 염기서열로 나타낸 것이다. 이번에 자신의 게놈을 해독한 주인공은 가천의과대 이길여 암·당뇨연구원장인 김성진 박사다.

김 박사가 자신의 게놈을 해독한 과정은 크게 4단계로 나뉜다.
우선 혈액에서 백혈구를 분리한다. 그리고 여기서 얻은 게놈을 잘게 잘라 수억 개의 DNA 조각을 만든다.
김 박사의 경우 이 DNA 조각이 6억 4000만 개였다.
DNA 조각들의 염기서열을 모두 읽은 뒤 마지막으로 컴퓨터에서 이 염기서열들을 다시 한 사람의 게놈으로 맞춰 합성하면 게놈 해독이 끝난다.
개인의 ‘게놈 지도’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김 박사의 게놈 지도는 DNA 길이로 따지면 염기 224억 개를 이은 것과 같다.
개인의 염기가 약 30억 개이므로 8배쯤 되는 양이다.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용량으로는 23GB(기가바이트, 1GB=109B)에 해당한다.
이렇게 많은 양으로 해독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 DNA 해독장비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시간도 대폭 단축시켰지만 한 번에 읽을 수 있는 염기 길이에 제한이 있어 해독한 염기서열에 오류가 생길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양을 늘리는 것이다.

이 양을 얼마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차가 있다. 현재 학계에서는 게놈의 정확한 염기서열 정보를 얻으려면 20~30배로 분석할 것을 권한다. 그러나 가천의과대와 공동으로 김 박사의 게놈을 해독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물자원정보관리센터 박종화 센터장은 “외국에선 8배 정도로만 서열을 분석해도 충분히 좋은 논문을 낸다”며 “꼭 많은 배수로 분석해야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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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4일 가천의과대 이길여 암·당뇨연구원은 김성진 박사의 게놈이 완전히 해독됐다고 발표했다. 김 박사의 게놈 정보는 온라인(KoreaGenome.org)에서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됐다.


Q한국인 최초로 게놈 지도 만든 사람은 누구?


엄밀히 말해 아직 한국인 최초로 개인의 게놈 지도가 발표된 사례는 없다고 봐야 한다. 이는 공신력 있는 저널에 논문이 발표됐는지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 얘기다. 현재 국내에서는 김성진 박사를 비롯해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 서정선 교수팀이 해독한 ‘건강한 30대 남성’까지 모두 2명이 해독됐다. 하지만 2008년 12월 현재, 2명 모두 게놈 지도가 논문으로 발표되진 않았다.

서 교수는 “지난 5월 대한의사협회 창립 100주년 기념 종합학술대회와 11월 ‘코리아 바이오헬스 포럼’ 심포지엄에서 30대 남성의 게놈 해독 결과를 이미 공개했다”며 “미국 국립유전체자원센터에서 이 게놈 지도가 99.9%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오는 1월 26일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서 주최하는 ‘마이애미 겨울 심포지엄’에 초청돼 이 자리에서도 30대 남성의 게놈 지도를 공개할 계획이다. 한편 김 박사는 해독 결과를 ‘게놈 리서치’에 게재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세계적으로 자신의 게놈이 해독된 인물은 모두 4명이다.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제임스 슨은 2007년 6월 미국의 ‘454 라이프사이언스’와 ‘BCM 인간게놈시퀀싱센터’의 도움으로 자신의 게놈 정보를 세계 최초로 손에 넣으면서 ‘세계 최초 게놈 지도 보유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리고 그해 9월, ‘셀레라’를 설립해 인간 게놈을 해독한 크레이그 벤터의 게놈이 �m슨에 이어 두 번째로 해독됐다.

재미있게도 이 둘 역시 논문 발표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순서가 달라진다. 윗슨은 게놈이 해독됐다고 알린 지 1년쯤 지난 지난해에야 ‘네이처’ 4월 16일자에 처음으로 그 결과를 공개한 반면, 벤터는 2007년 ‘공공과학도서관 생물학’(PLoS Biology) 9월 4일자에 논문을 발표하면서 게놈 해독 사실을 처음으로 알려 논문 발표 시점으로는 벤터가 �m슨을 앞선다.

세계 세 번째와 네 번째 타이틀은 지난해 ‘네이처’ 11월 6일자에 게놈 해독 결과를 발표한 중국인 양 후안밍 박사와 나이지리아 요루바족 남성에게 돌아갔다. 이들 연구는 각각 중국 베이징게놈연구소와 영국 생명정보공학기업인 일루미나 케임브리지에서 진행됐다.




Q한국인 게놈 지도는 왜 만드나?


개인의 게놈 지도가 만들어지면 이 정보를 다른 개인의 게놈 지도와 비교할 수 있다. 여기서 인종이나 개인별 유전적 변이를 찾아 이 변이가 어떤 질병이나 신체 특징과 관계되는지 생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한국인 게놈 지도를 만들면 한국인이 서양인이나 아프리카인과 유전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이것이 한국인의 외형이나 질병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석할 수 있다.

이런 정보를 가진 부분을 단일염기다형성(SNP)이라고 부른다. 인간의 게놈을 구성하는 DNA 염기서열의 99.9%는 같고 0.1%, 즉 300만 개 정도만 다른데, 이것이 눈과 피부색, 인종, 생김새, 체질, 질병에 대한 감수성의 차이를 만든다. SNP를 밝혀내면 개인에게서 특정 질환이 발생할 위험도를 알아내 체질에 맞는 치료법이나 약물을 투여하는 개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셈이다.

김성진 박사의 경우 이미 공개된 �m슨과 벤터 그리고 양 후안밍 박사의 게놈과 비교한 결과 일차적으로 염기 224억 개 중 207억 개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염기 17억 개는 김 박사, 즉 한국인에게만 있는 SNP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 17억 개에 대해 더욱 정교한 품질 교정 작업을 거친 결과 김 박사에게서만 발견된 SNP 후보는 총 323만 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 후안밍 박사는 이 수가 302만 개다.




또 김 박사를 포함한 4명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SNP는 57만 개인 반면, 김 박사에게서만 발견된 SNP는 약 182만 개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 중에서도 한국인 고유의 SNP를 발굴하기 위해 지금까지 등록된 SNP 데이터베이스에도 없는 새로운 SNP는 약 158만 개였다. 이는 인간 게놈 길이의 0.06%에 해당한다. 김 박사의 게놈을 한국인 표준 게놈으로 삼는다면 인류가 가진 염기 1만 개당 6개는 한국인만 갖고 있는 고유 염기인 셈이다.

인종 유전학으로 따지면 김 박사의 SNP는 서양인(윗슨, 벤터)의 것과 0.05% 다르고 중국인(양 후안밍)의 것과는 0.04% 달랐다. 이를 토대로 인종간 관계를 살펴보면 한국인은 서양인과는 멀리 떨어져 있고 중국인과 일본인의 거의 정중앙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인은 그동안 알려진 20여 명의 SNP 자료를 활용했다.

한편 김 박사의 SNP 중 질병과 관련 있거나 신체 특징을 나타내는 것은 약 1600개였다. 이 중 남들과 다른 신체 특징이나 질병 가능성을 보이는 SNP는 27개인데, 이에 따르면 김 박사는 천식에 걸릴 가능성은 낮지만 하지불안증후군처럼 다리에 병이 날 위험은 높다. 벤터의 경우 심장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현재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스타틴스’라는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




Q 게놈 지도 공개해도 윤리적인 문제없나


개인의 게놈 지도를 작성하는 일은 ‘개인 유전체학의 시대’가 머지않았을 정도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의학 연구뿐 아니라 개인의 게놈 지도를 상업적인 용도로 서비스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

미국 국립인간게놈연구소는 3년에 걸쳐 1000명의 게놈 지도를 해독하겠다는 ‘1000 게놈 프로젝트’를 2007년 말 발표했고, ‘개인 유전체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미국 하버드대 의대 조지 처치 교수팀은 비슷한 시기 포털사이트 구글의 지원을 받아 ‘개인 게놈 프로젝트’를 시작해 10만 명의 게놈 해독에 착수했다.

영국 생어센터는 1000명의 게놈을, 중국 역시 2007년부터 999명의 게놈 지도를 작성 중이다. 미국의 DNA 분석전문회사인 ‘컴플리트 게노믹스’는 2010년부터 룩셈부르크 정부의 지원 아래 2만 명의 게놈을 해독할 계획이다. 컴플리트 게노믹스는 올해부터 1인당 5000달러(약 750만 원)를 받고 게놈을 분석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문제는 현재로선 개인의 게놈 정보를 공개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할 법적,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가령 보험회사에서 내가 특정 질환에 불리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높일 수도 있다. 범죄성향이 높은 사람을 사회에서 미리 격리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처치 교수의 ‘개인 게놈 프로젝트’에 게놈을 제공한 존 할람카 씨는 지난해 10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내 딸이 남자친구와 데이트하는데, 그 녀석이 내 게놈을 보고 (내 유전자가 딸에게 유전되므로) 딸과 헤어지려고 할 수도 있다”며 농담 섞인 우려를 나타냈다. 존스홉킨스대 유전학 및 공공정책센터의 캐시 허드슨 소장은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개인의 게놈 정보가 사용될 수 있고, 그 정보는 다시 회수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자신의 게놈 지도를 공개한 슨 역시 “나는 이미 여든 살이라 정보가 공개돼도 해가 될 일이 적다”며 “DNA 해독 기술이 아직 완벽하지 않아 젊은 사람들의 정보가 공개됐을 때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정선 교수는 30대 남성에 이어 현재 한국 여성의 게놈을 해독 중이다. 지원자들이 늘어 게놈을 해독한 사람이 20명이 되면 가칭 ‘한국인 DNA 전당’을 만들어 게놈 지도를 공개할 계획이다. 하지만 서 교수는 “DNA 해독 기술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이 기술이 유전학에 근거한 우생학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화 센터장도 SNP 해석을 두고 “(기존에 알려진 질병과 관련된 SNP와) 일치하는 숫자가 크다고 병에 걸릴 확률이 꼭 높은 것은 아니다”라며 “해당 SNP를 갖고 있는 것과 이 SNP가 발현돼 병에 걸리는 일은 별개로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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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P의 정의
SNP는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의 약자로 단일염기다형성으로 불린다.
인간은 DNA가 99.9% 같고 나머지 0.1%가 달라 눈 색깔과 피부색이 다르다.
사람들 간의 이런 차이를 SNP, 즉 단일염기다형성이라 부른다.
만약 유전자의 특정 위치에 대부분의 사람에게 나타나는 시토신(C)이라는 염기 대신(1) 티민(T)이 나타난다면(2) 그 위치에 SNP가 존재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들도 염기 1000개에 1개꼴로 SNP가 나타난다


 




| 글 | 이현경 기자 ㆍuneasy75@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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