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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뒤 당신의 설차례상은?




급격한 기후변화로 토종생물이 줄어들면서 먹거리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70년뒤 설 차례상에 오를 제수 음식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해마다 이맘때면 설 차례상 준비에 주부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얇아진 주머니 사정 탓에 하루가 멀게 치솟는 과일이며 채소 값이 원망스럽다.
50년 뒤 주부들의 고민은 이보다 훨씬 깊어질지도 모른다.
전통 차례상에 오르는 사과나 명태, 대구를 더 이상 올리기 힘들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과학계에선 지금보다 기온이 4도만 올라가도 사과 경작지는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명태나 대구 등 한류성 어족은 사라지고 오징어나 참치가 우리 식탁을 주름잡게 될 것이다.
기온이 이처럼 계속 상승한다면 50년 뒤 우리의 설 차례상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홍동백서는 옛말...


이달 14~17일 제주 서귀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회 기후변화 대응 연구개발사업 범정부 워크숍’에서 국립기상연구소 권원태 박사는 2079~2100년 한반도 기후변화 상황을 예측한 ‘A1B’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이 2007년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지금 추세대로라면 이 기간 중 한반도 온도는 3.8도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또 열대성저기압인 태풍이 한반도를 지나갈 확률도 지금보다 42% 늘어나며, 이로 인해 한반도 주변 바다 온도도 따라서 상승한다는 것.

시나리오는 또 겨울철 기온이 올라가면서 기온이 가장 떨어지는 날이 지금의 절반으로 줄고 여름이 길어진다고 예고했다. 2090년경 한반도 겨울은 38일이 줄고 여름은 20일 늘어난다. 현재 남해안과 제주도 일대에 국한된 아열대성 기후가 결국 서울과 경기, 전북, 경북을 거쳐 동해안 한반도 전역으로 확산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일대에서 일어나는 이런 변화가 과일, 채소, 수산물 등 우리 먹거리에 직접적 변화를 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제수과일로 귤 멜론이 올라


차례상에 오르는 대표적 과일인 사과만 해도 지금 추세대로라면 50~100년 뒤면 설 차례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사과는 여름철 평균 기온이 26도를 넘지 않고, 겨울철 기온이 10.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지역에서나 재배가 가능할 정도로 기후 조건이 까다롭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한반도 기온이 1도 올라가면 재배면적이 지금보다 15%, 2도 상승하면 34% 감소하게 된다.

실제 사과 재배지는 오래전에 ‘북상’을 시작해 이제는 충청도와 강원도 일부 지역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들 지역 역시 기온이 올라가면서 복숭아순나방, 복숭아심식나방, 사과굴나방의 활동기간이 늘어나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토종 과수인 배 역시 일찍 꽃이 피고 생육시기가 길어지면서 단맛과 씹는 맛이 떨어지는 등 품질이 떨어지는 등 위기를 맞게 된다.

사과와 배의 빈자리는 따뜻한 기온에서 잘 자라는 감귤이나 멜론, 참다래 등 아열대성 과일이 채워나갈 지도 모른다. 단감도 과거에는 남부 지방에서 주로 재배했으나 지금은 재배지가 북상하고 있다. 귤도 현재 제주도 해안가에서 제주도 해발 250~300m 지대, 경남과 전남 평야로 재배지가 확대되면서 비교적 쉽게 상에 올리는 과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설 차례상에 빠져서는 안 될 도라지, 시금치, 고사리 등 삼색나물도 50년 뒤면 ‘귀하신 몸’이 될 전망이다. 기후변화로 강원도 평창·태백, 영남 내륙 산간 지역 등 일부 산지에 강수량이 급격히 들어나면서 나물 출하에 비상이 걸렸다. 겨울철 이상한파와 폭설이 반복되면서 나물의 출하량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밖에 따뜻한 곳에서 잘 자라는 대추는 비교적 구하기 쉬운 설 제수용 음식으로 남는 반면 밤은 구경하기조차 힘들어질지 모른다. 산림과학원은 지난해 한반도의 평균 기온이 5~6도 상승할 경우 밤나무는 멸종 위기에 닥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산나물 없는 차례상 등 새 풍속도


한편 차례상의 좌측 끝에는 포를 놓고 우측 끝에 수정과를 놓는다는 ‘좌포우혜’ 원칙도 흔들릴 전망. 한반도 근해 바다 수온은 최근 40년간 1.03도 올라 세계 평균치보다 3배 가량 상승 속도가 빠르다. 특히 주요 어장인 서해는 1.14도, 남해는 1.09도나 해수 온도가 상승한 것으로 나왔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한반도 주변 바다가 기후 변화에 노출된 정도는 주변국과 비슷한 보통 수준. 하지만 약간의 변화에도 큰 변동을 겪는 민감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이런 상황은 실제로 수산자원 어획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류성 어류의 대표 주자인 명태와 대구의 서식 환경은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 명태는 1980대만 해도 연간 9만6384t씩 잡혔지만 2004년에는 64t만이 잡혔다. 반면 오징어나 고등어, 멸치, 참치 등 난류성 어종은 때 아닌 대풍(大豊)을 맞고 있다. 어쩌면 50년 뒤 차례상에서는 북어(명태포)와 대구포의 모습은 자취를 감추고 참치포, 오징어포가 등장해 그 자리를 채우게 될지도 모른다.





과학자들은 환경 변화에 따른 먹거리 문제 해결을 위해 새 양식 기술과 종자 개발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기후변화를 멈추려는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기후변화가 상상외로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토종’만을 고집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아열대성 기후로 변화될 것을 대비해 변화된 환경에 맞는 종자를 찾아 서둘러 연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산화탄소저감 및 처리기술개발사업단 박상도 단장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해도 30~40년 내 국내 농업 수산업 분야가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며 “변화된 환경에 맞는 종자를 찾는 등 기후변화 적응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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