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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줄기세포 100개면 한국인 90%에 적용 가능"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이 6일 ‘줄기세포 연구 허용해야 하나‘를 주제로 연 포럼에 참석한 과학자들은 허용 여부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정형민 교수 주장에 대해 김중곤 교수, "제2의 황우석 사태 우려"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손상된 척수를 치료할 수 있는 희소돌기아세포(신경세포의 일종)로 분화시킨 모습이에요.
이 기술이 미국에서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갑니다.” (정형민 차의과학대 교수)

“과학자는 단지 시험관 안에서 일어난 현상을 보여주며 대중을 유혹하지 말아야 합니다. ‘
제2의 황우석 사태’가 우려되는군요.” (김중곤 서울대 의대 교수)

민간과학단체인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이하 과실연)’이 6일 저녁 7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줄기세포 연구 허용해야 하나’를 주제로 연 제28회 포럼에 참석한 과학자들이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싸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날 포럼은 정 교수의 주제발표에 대해 토론자로 참석한 가톨릭대 생명윤리대학원 구인회 교수와 이화여대 법대 김현철 교수, 이 외에 여러 참석자들이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거나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과학적 가능성


지난 1월 23일 미국 생명공학기업 ‘제론’은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척수손상 환자에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받았다.
미국 어바인대 한스 커스테드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을 제론이 인수해 임상시험을 신청한 것이다.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실제 사람 치료에 이용할 수 있게 허가가 난 건 이번이 세계에서 처음이다.
정 교수는 과실연 포럼의 주제발표에서 커스테드 교수팀이 분화시킨 희소돌기아세포 사진을 제시하면서
“임상시험 허가는 지금까지 줄기세포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온
면역거부반응이나 종양발생 등의 문제가 기술적으로 해결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장밋빛 미래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줄기세포에서 분화한 희소돌기아세포가 실제 몸속에서 근육을 뚫고 정확히 원하는 위치로 가 적당한 크기로 자랄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며
“자칫 악성 종양(테라토마)이 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배아줄기세포가 난치병 치료용으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인체의 어떤 세포로도 무한히 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만능 분화능력이 엉뚱한 세포로 무한히 증식하는 테라토마를 만들 수도 있다.

정 교수는 “테라토마 형성을 억제하는 게 우리 연구팀의 핵심 기술”이라며
“줄기세포 중에서도 무한대로 증식하는 세포만 골라내 제거하면 테라토마가 생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제론이 858마리의 실험동물에 배아줄기세포를 이식한 결과, 테라토마가 단 한 마리에서도 생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교수는 “동물은 사람보다 재생력이 월등히 뛰어나다”며
“동물의 회복 정도만 보고 사람에게도 같은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건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치의과학대 연구팀은 2005년 보건복지부(현 보건복지가족부)에 기증 받은 배아를 이용해
인간 배아줄기세포 100개를 만들겠다는 연구계획서를 제출해 승인을 받았다.
지금까지 31개의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고,
그 가운데 6개는 직접 환자에 이식할 수 있을 정도로 순도가 높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면역학적 특성이 서로 다른 인간 배아줄기세포 100가지를 만들면
한국인의 90% 이상에 면역거부반응 없이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인회 교수는 “효과가 확실하지 않은 줄기세포 연구에 국가가 왜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지 인문학자의 입장에선 이해할 수 없다”며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에게 연구비 혜택이 고루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차피 폐기될 난자 vs 난자와 배아의 존엄성


정 교수팀은 또 지난해 10월 보건복지가족부에 체세포 복제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계획서를 제출했다.
이른바 ‘황우석 방식’의 줄기세포를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국가생명윤리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지난달 5일 이 연구계획서의 승인을 보류했다.
당시 위원회는 연구에 사용될 난자 수를 1000개에서 더 줄이고 외
부전문가나 윤리전문가, 일반인을 추가로 연구 심의에 참여하게 하는 등 연구계획서를 일부 보완하라고 지적했다.

외국의 줄기세포 연구논문에 따르면
배아가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는 배반포 단계까지 자랄 확률은 5%, 배반포에서 배아줄기세포를 뽑아낼 수 있는 가능성은 10% 정도다.
난자 100개로 만들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는 이론적으로 0.5개란 얘기다.
“배아줄기세포 3, 4개를 만들려면 최소한 600개의 난자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나머지 400개는 미성숙 난자나 비정상 난자, 불임시술에 쓰였으나
실패한 난자 등 어차피 폐기될 예정인 난자를 기술을 숙련하기 위해 쓰겠다는 거죠.” 정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구 교수는
“아기를 낳기 위해 불임클리닉에 많은 돈을 투자하며 마음고생을 하는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취약계층”이라며
“불특정다수 사람들의 질병을 미래에 고쳐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 때문에
취약계층에게서 난자를 기증받아 배아를 만들어 희생시키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허가 여부만 심의 vs 모든 절차 지속적 감시


국제줄기세포학회(ISSCR)나 미국립보건원(NIH)은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난자와 배아 등이 사용되기 때문에
국제 과학계에서도 좀 더 엄격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김현철 교수는 “ISSCR과 NIH의 가이드라인은 공통적으로 줄기세포 연구자가 ‘줄기세포연구감독(SCRO)’이라는 절차를 통해 승인을 얻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SCRO는 연구의 처음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지속적으로 감독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한국처럼 연구를 승인하는 단계에서 국가생명윤리위원회나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IRB)가 일반적인 연구계획서를 심의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아예 특별 감독기구를 만들어 연구가 끝날 때까지 계속 감시, 평가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내 생명윤리법은 SCRO를 의무화하고 있지 않지만 차의과학대 연구팀이 자발적으로 SCRO를 도입하면 일각의 우려를 덜어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생명윤리나 줄기세포 관련 전문가가 부족해 SCRO 시스템을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SCRO 기능을 일부 대신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IRB에 진행 상황을 보고하며 연구하겠다는 내용을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계획서에 담았다”고 답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o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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