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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자 교육과정 정책 수립에 적극 참여해야




‘수학 과학 교육 경쟁력 강화 방안 모색’을 위한 포럼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렸다.

수학과 과학 교육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교육 방법 도입을 논의하기 위한 ‘수학과학 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럼’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렸다.

기초 과학 분야의 학회 모임인 기초과학학회협의체(기과협)와 국회 미래과학기술·방송통신포럼이 개최한 이 행사에서 포럼 공동대표인 박영아(한나라당) 의원은 “수학 과학 교육의 부실로 인한 이공계 지원기피가 국가 산업경쟁력마저 흔들고 있다”며 “수학 과학 경쟁력이 강화되려면 무엇보다 교육 과정 정책 수립에서 각 분야의 기초 과학자가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럼 공동대표인 이용경(창조한국당) 의원은 “산업계에서는 쓸만한 인재가 없다고 불평하지만 대학은 실용적인 기술을 가르치기보다 기초를 튼튼히 하는 곳”이라며 “기초학문이 탄탄해야 어느 분야에 진출해도 성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이공계 의원 모임의 회장인 서상기(한나라당) 의원은 “바둑이든 운동이든 어느 분야든 기본기를 소홀히 한 채 열심히 당장 필요한 연습만 하고 기교만 익히면 어느 수준까지는 올라갈 수 있으나 최고는 되지 못한다”라며 기초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영아 의원은 “교육과정 정책 수립에서 수학 물리 화학 등 기초과학자들이 적극 참여하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6일 국회 ‘수학 과학 교육 경쟁력 강화’ 포럼서
첫 주제 발표에 나선 권재술 (한국교원대 총장) 대한수학회 수학교육위원장은 포럼에 참석한 정치계 인사들을 향한 쓴 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권 위원장은 “기초과학보다 기술 개발에 치중한 그동안의 정부 예산편성을 봤을 때 대통령, 국회의원은 일반인과 똑같이 ‘과.학’이라고 발음하지만 그 의미를 달리 이해하는 것 같다”며 “정치인들은 과학을 ‘기술’로, 기초과학을 ‘기초기술’로, 자연과학은 ‘공학’으로, 과학교육은 ‘영재교육’으로, 과학자는 ‘도깨비방망이’로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 위원장은 이어 “‘관성’이란 물리 개념을 초등학교에서도 배우고 중고교에서도 배웠음에도 요즘 대학생들을 보면 이런 기초 개념조차 모르고 있다”며 “자연 현상에서 나온 게 물리라는 것을 간과한 채 교과서에서는 이론부터 먼저 가르치기 때문에 학생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권 위원장은 또 “물리 교육이 잘 되려면 사고력과 논리력 중심으로 학교 교육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물리는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원리를 유도하고 이해하는 학문”이라며 “대다수 학생에게 물리가 어렵게 인식되는 원인은 물리 자체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주입식 위주의 학교 교육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일용 교육과학기술부 인재육성지원관은 이어진 주제발표에서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PISA 등 국제학력비교에서 과학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나 자신감이 최하위 수준이라는 점에 특히 우려하고 있다”며 “이는 이공계 기피로 이어지고 전반적인 수학 과학 학력저하로 귀결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 자료에 따르면 과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도가 초등생은 56%, 중학생은 45%, 고교생은 32%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정 지원관은 이어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대 커리큘럼에서 과학교육을 강화하는 ‘과학중점교대’를 육성하는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밖에 △수학 과학 교과교실제 우선 도입 △학교밖 과학교육의 연계를 위한 수과학교육사업단 운영 △과학중점고교 시범 운영 △주제 중심의 융합형 과학 교과목 도입 △과학교육 수업시수 확대 등을 내실화 계획의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정 지원권은 또 “매년 1만명 이상의 학생이 최상급의 과학교육을 받도록 하기 위해 일반계 고교를 대상으로 ‘과학중점고교’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수 중심의 공교육 서비스라는 점에서 과학중점고 설치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박영아 의원은 “1만명이면 한 학년의 1.5% 수준에 불과하다”며 “상위 20%까지 혜택의 범위를 넓혀서 좀 더 많은 학생들을 과학 인재로 안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럼 환영사에 나선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 이 차관은 이 자리에서 입학사정관제 등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대입제도 개혁에 대해 설명했다.

또 다른 주제발표자인 전승준 고려대 화학과 교수는 “국가별 만 15세 학생의 과학적 소양을 집중적으로 평가한 2006년 PISA에서 평균점수 순위가 13위로 2003년(4위)보다 급격히 하락했고, 최상위등급에 해당하는 학생은 1.1%로 OECD 평균 1.3%에도 못 미쳤다”며 “지식 익히기 보다 공부하고 연구하는 방법을 익히는, 기본소양으로서 ‘탐구능력’을 키워주는 과학교육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수학과 과학에서 능력별 맞춤형 교육은 적극적 의미의 교육기회 균등”이라며 “교육 투자가 허락하는 수준에서 교실에서 그룹을 나눠 수준별 집중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는 “중학 2학년 2학기, 3학년 2학기에 배우는 수학 교과는 내용이 아주 빈약해 상위권 학생이라면 몇 시간만에 다 익힐 수 있다”며 “이공계 기피 현상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중학교 수학 교과 과정의 내용이 형편없이 부실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송 교수는 “낮은 수준의 중학교 수학을 공부한 뒤 고교 1학년이 되면 학생들은 급격히 어려운 수학을 공부하게 된다”며 “수학을 기피하는 학생이 급증하고 이과 선택을 포기하게 되면서 이공계 기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동시에 ‘어려운 내용을 가르치지 않으면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이 많아질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송 교수는 대책 중 하나로 ‘서술형 수학’을 적극적으로 가르치자고 주장했다. 그는 “작문이라는 과목을 객관식으로 평가하는 게 말이 안 되듯이 수학도 학교 교육과 평가에서 서술형 문제의 비율이 높아야 한다”며 “계산능력 평가보다 논리적 사고 능력과 표현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원근 충북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수학 과학 학력 저하를 불러온 2007년 ‘개정 7차교육과정’은 기존 과정의 이념에 더욱 철저하게 종속됐다”며 “2011년부터 시행되는 개정 7차 과정이 그뒤 10년간 지속된다면 기초 과학 교육은 더 부실해지고 지금의 10대가 40대가 되는 2040년 이공계 경쟁력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했다.

오 교수는 또 “단순히 문과 이과로 나누는 현행 체계는 시대 흐름을 한참 지나친 것”이라며 “프랑스 등 일부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 인문, 사회경제, 기초과학과 공학, 생명과학 등 계열을 현실에 맞게 세분화해 그에 맞는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수학 교육과정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학생의 수준별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박 교수는 “국가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수학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하지만, 평범한 수준의 아이들이 과학기술의 발전에 기여할 만한 수학적 업적을 남기는 것은 아니다”며 “중하위권 학생에게 스스로 소화하기 어려운 많은 양의 수학을 강요할 게 아니라, 초보적인 수준의 내용이라도 수학의 유용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일상생활과의 풍부한 관련성 속에서 여유롭게 배우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수 학생에게는 그 수준에 맞는 더 많은 수학 주제들을 심도있게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보경 연세대 학부대학 교수는 “현재 초중등 수학 과학 교육과정은 ‘과학적 소양을 갖춘 미래 시민의 양성’, ‘예비 이공계 인력의 양성’, ‘한국의 과학기술을 이끌어갈 리더를 위한 수월성 교육’ 등 어느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교육 현장과 각 학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교육과정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어 “교육과정의 총론이 만들어질 때부터 과학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게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서영표 동아사이언스 기자 sypy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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