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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 암을 잡아라

공공의 협력으로 공공의 적 물리친다
어디론가 마음대로 뻗어나가고 싶어 힘깨나 쓰고 있는 듯하다. 이상하게 일그러져 있는 모습에서 공격적이고 도전적인 느낌마저 든다. ‘네이처’ 9일자 표지에 덩그러니 놓인 퍼런 덩어리의 생김새가 꼭 그렇다. 이 덩어리는 암세포다.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유방암세포를 찍어 색깔을 입힌 것이다.

한국인 사망 원인 1위가 바로 암이다. 2007년 기준 인구 10만 명 당 137.5명이 암으로 목숨을 잃었다. 암은 1988년 이후 사망 원인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외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발표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보고서는 2010년이면 암이 심장병을 제치고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암이 세계인의 ‘공공의 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네이처는 암세포 사진 옆에 ‘암 연구의 미래’라는 제목을 달았다. 마치 미래에는 반드시 암세포를 정복할 거라는 다짐을 보여주는 것처럼. 이번 호에 암 연구에 관해 실린 리뷰논문과 연구논문들은 공통적으로 과학자들이 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려면 암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전자를 이루고 있는 A, T, G, C 등 4가지 염기의 수와 배열순서 등을 밝혀야 한다는 얘기다.




정상세포와 암세포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비교하면 암을 일으키는 돌연변이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하루에 1000~1만개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지금은 1주일 만에 수십억 개 염기서열을 분석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달했다.

암 정복은 돌연변이를 단순히 찾아내기만 해선 될 일이 아니다. 그게 정상세포를 암세포로 바꾸는 돌연변이인지 아닌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런 돌연변이를 ‘운전자(Driver)’ 돌연변이라고 부른다. 암과 상관없이 일상적인 세포분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생기기도 한다. 생물학자들은 이를 ‘운전자’ 돌연변이와 다르다는 뜻에서 ‘고객(Passenger)’ 돌연변이라고 이름 붙였다. 결국 여러 가지 돌연변이 가운데 실제 암을 일으키는 ‘운전자’만을 걸러내는 게 핵심기술인 셈이다.
이 같은 연구는 한 과학자의 힘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범국가적인 공동연구가 필요하다. ‘공공의 적’에 공동의 노력으로 대항하자는 취지다. 과학자들은 지난해 ‘국제암게놈컨소시엄(ICGC)’을 만들었다. 2003년 인간게놈지도를 완성한 영국 웰컴트러스트생거연구소가 주도해 설립한 이 컨소시엄에는 미국과 호주, 캐나다, 프랑스, 인도,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이 참여했다. ICGC는 발병률과 치사율이 높은 50가지 암의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참여국끼리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네이처는 “사람의 유전자 지도를 만들었던 인간게놈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암 연구 중복을 막고 밝혀낸 데이터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이 같은 공동연구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기능유전체연구과 이현수 과장은 “국립암센터에선 국제협력을 많이 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센터가 생긴 지 얼마 안 돼 때로는 교수들 개인 인맥을 통해 국제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전에 같이 연구하던 사람들이 만든 이번 프로젝트도 당장은 참여가 어렵겠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공동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단백질, 찰나의 변화를 한눈에


‘센트럴 도그마(Central dogma)’.
생물학자들은 DNA의 유전정보가 RNA를 거쳐 단백질로 전달하는 과정을 이렇게 부른다. 생명현상 유지에 가장 중심이 되는 원칙이라는 뜻에서다.

센트럴 도그마에서 DNA는 생명현상에 대한 유전정보를 저장하며, RNA는 이를 옮기는 역할을 한다. RNA가 실어 나른 정보는 각종 호르몬과 근육 구성 물질, 소화효소 같은 무수히 많은 종류의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바로 이 단백질이 우리 몸에서 생명현상을 조절하는 것이다.

‘사이언스’ 10일자 표지에 담긴 건 ‘칼모듈린’이라는 단백질이다. 알록달록한 선과 줄이 이리저리 엉켜있는 모습이 꼭 어린아이의 장난감 같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수많은 분자를 도형과 색깔로 단순화시켜 표현했다.

어떤 단백질이 생명현상을 일으키려면 다른 단백질이나 여러 종류의 세포와 신호를 주고받아야 한다. 단백질의 신호전달은 짧게는 찰나에, 길게는 수 초 동안 이뤄진다. 한 예로 빛이나 전기 자극을 받아 일어나는 신호전달 시간은 펨토초(10조분의 1초) 수준이지만 단백질 구조를 바꾸는 신호전달은 수 초 동안 이뤄진다. 사이언스 이번 호는 근육이 수축하는 동안 칼모듈린이 신호전달을 하는 방식을 다뤘다.


사이언스 표지사진. 사진제공 사이언스



근육은 미오신과 액틴이라는 단백질로 이뤄져 있다. 미오신이 액틴에 붙으면 근육이 수축하고 떨어지면 이완한다. 이 과정을 조절하는 게 칼모듈린과 칼슘이온이다. 칼슘이온과 결합해 활성화된 칼모듈린은 미오신과 액틴이 잘 결합하도록 돕는다.

표지에서 빨간색 부분은 칼슘이온이 칼모듈린과 결합했을 때를 나타낸다. 미오신을 활성화시키는 물질이 붙으면 구조가 급격히 변한다(파란색). 결국 이번 호의 표지는 칼모듈린이 두 가지로 구조를 변화시키는 순간을 포착해 하나로 그려놓은 모습이다.

우리 몸에서는 지금도 근육의 수축운동 말고도 수많은 신호전달이 이뤄지고 있다.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 배가 고파 먹을거리를 찾게 되는 것 역시 신호전달의 일부분이다. 각 세포와 기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신호전달은 목마름이나 배고픔 같은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킨다. 또 호르몬 분비 같은 수많은 생화학 반응을 조절하기도 한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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