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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이 있는 과학

최신 소식 속에 담긴 다양한 과학정보에 대한 해설입니다.

“과학 교육, 삶과 자연의 조화 강조해야죠. ”

박수영 前 서울 거원초 교사
지난해 12월 17일 교육계에서는 최근 10년간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시끌벅적한 사건이 벌어졌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주도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 실시 방침을 따르지 않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 7명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파면과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것이다.









박수영(36) 전(前) 서울 거원초 교사도 그들 중 한 명이다. 박 교사는 대학에서 과학교육을 전공했고 재직 시절에도 학생들과 과학 탐구 활동을 해왔다. 그는 현장 과학 교사로서 자신과 고민을 함께 하는 동료들과 연구모임을 만들어 회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뒤풀이’로 불리는 이 모임은 2007년 7차 개정교육과정이 고시된 것을 계기로 정부 주도의 과학 교육과정 개편에 대응하기 위해 전교조 서울지부 소속 과학 교사들이 결성했다.

모두의 우려대로 해직 이후 박 교사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그는 이제 정든 제자와 동료가 있는 학교가 아닌 법원과 전교조 사무실로 매일 출근한다. 올 스승의 날은 그가 교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 뒤 처음으로 제자들과 함께 보내지 못한다. 세간의 관심이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그래도 교단에 다시 서겠다는 희망의 끈은 절대 놓지 않는다.

매스컴을 통해 비쳐진 전교조는 그동안 입시와 공교육 등 우리 사회의 굵직한 교육 이슈가 벌어질 때마다 강경론을 펴는 단체에 가까웠다. 공교육이 송두리째 무너져버리는 것을 우려해 정부나 진보진영 모두 정상화 방안을 찾는 가운데 전교조 교사에게 비쳐진 초등 과학 공교육 현실은 어떤 모습일까.

과학 교육조차 아이들의 흥미를 살리기보다 입시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희망 찾기는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박 교사를 만나기 위해 서울 동작구 사당동 전교조 서울지부 사무실을 찾았다. 박 교사는 현재 교과부의 징계에 대한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과학을 물질 풍요, 인류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 현재 초등과학 교육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나.

“지금까지 교육과정 개정의 주체는 대부분 대학교수들이었다. 현장 교사의 경험과 초등생 눈높이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는 이유다. 더 문제는 과학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현 교육과정은 과학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어떤 관점을 갖게 하고 어떤 방향으로 성장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철학이 부족하다.”

-아이들에게 어떤 관점을 길러줘야 한다고 보나.

“현재의 교육은 과학을 물질 풍요를 위한 수단이나 인류의 이익을 위한 학문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너무 인간 중심적이라는 것이다. 인간 주변의 생물, 환경과의 ‘관계성’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 소극적이다. 가령 현 교과서에서는 수중 생물에 대해 다룰 때 ‘바다에 어떤 동물이 살고 먹이는 무엇이며’와 같은 단편 지식 위주의 서술을 하고 있다. 이는 수중생물을 인간인 ‘나’와 별개인 관찰 대상 혹은 동떨어진 객체로 바라보게 한다. ‘수중 생태계에서 각자는 어떤 소중한 역할을 하며, 한 존재가 사라졌을 때 어떤 변화가 생기고, 인간이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며’와 같은 고민을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만들지 못하고 있다. 과학을 통해 생태, 인권, 평화, 공존 등의 가치도 함께 가르쳐야 하지만 현 교육과정으로는 개선이 힘들다.”





- 현 교과 과정은 과거보다 환경 문제를 더 많이 다루고 있다.

“물론 교과서에 환경을 주제로 한 별도의 단원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삶과의 연관성, 생태와의 관계성에 대한 관점이 부족하다. 강의 오염을 다룬다면 나와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가 있고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피상적인 수준의 지식 전달에 머물고 있다.”

- 교육 철학적인 것 외에 다른 문제점은 없나.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마다 학년간, 과목간 교육내용의 조율 과정이 부족하다. 보통 총론에서는 온갖 좋은 말들을 다 긁어모아 개정을 추진하지만, 각 교과목별 각론으로 내려가면 총론에서 철학이 일관성을 갖지 못하고 사라져버린다. 가령 ‘생물 영역은 한국교원대, 지구과학은 서울교대’와 같은 과목별 나눠 먹기식으로 교과서를 만드는 것이 한 원인일 수 있다. 또 학생의 연령에 맞는 발달단계를 섬세하게 고려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가령 지레의 원리, 받침점과 같은 개념이 7.5차 교육과정에서는 6학년에서 4학년으로 내려갔다. 이 개념들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보통 4학년 수준에 맞지 않는 중력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열린 과학 축제로 자리매김해야”

-해마다 이 시기가 되면 각종 과학 행사가 열리는데.

“과거처럼 여전히 대회를 위한 대회, 실적을 위한 행사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일부 학생은 학생대로 힘들어하고 지도교사는 수상실적 내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학생이 큰 규모의 과학탐구대회에서 상을 타면 지도교사의 인사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학생 대다수가 다같이 의미를 찾고 즐길 수 있는 과학 행사가 되기 힘들다. 자발성과 연속성의 토대 위에서 이뤄지는 행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발성이란 뭘 뜻하나.

“예를 들어 과학행사 중 자연관찰 탐구대회라는 게 있다. 현장학습을 나가 어떤 자연 대상을 관찰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식이다. 아이들은 대개 이런 대회를 한 번 경험하면 즐겁다는 느낌보다는 과학에 질려버리거나 과학에서 마음이 떠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본인의 자발적인 호기심에서 결과물을 도출하는 게 아니라 위에서의 일괄적인 지시에 의해 억지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회성 행사라는 의미에 머물고 만다.”





-과학 행사가 ‘일회성’이 되지 않으려면.

“과학의 달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늘 과학에 관심을 갖게 하고 그 연장선 위에 탐구대회에도 나가고 하는 흐름이 필요하다. 지금은 과학의 달이니 어느 날 뜬금없이 과학 독후감을 써 내라는 식이다. 과학상자 만들기 대회가 있다면, 대회 직전 비싼 돈 들여 키트를 구입해서 벼락치기하듯 대비해 출전하기도 한다. 일상에서 즐겁게 과학을 갖고 놀고 과학도서도 읽다가 자신의 탐구 열정과 창의성을 주체하지 못해 스스로 뭔가를 만들고 독후감도 쓰는 환경을 공교육에서 만들어줘야 한다. 마치 도서관에 책을 갖다놓은 것처럼 과학상자 같은 교구를 학교에서 마련해 원하는 학생은 평소에도 방과후에 시간을 내 직접 조작해보고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그런 아이들이 대회에도 나간다.”

-학생들이 과학경연대회에 나가려면 값비싼 재료를 각자 사야한다고 하던데.

“정부 기관이 주관하는 큰 규모의 청소년과학탐구대회인 경우 누구에게나 공평한 ‘접근가능성’은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 무슨무슨 기능이 있는 교구를 준비하라는 식의 대회 규정이 있어 경제적 여건이 되는 학생만 참여하고 나머지는 배제하는 식은 분명 문제가 있다. 실제 지난해 지도했던 학생 중 한 명은 15만 원대의 교구를 구입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대회 참가를 포기하기도 했다.”





-과학행사라면 대회도 있고 축전도 있다. 과학축전은 어떤가.

“각종 과학축전이 생겨났던 초창기에는 긍정적으로 봤다. 하지만 여러 번 참여할수록 아쉬운 점도 보였다. 아이들에게 과학의 흥미를 경험하게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단순 경험이나 단순 재미의 차원에 머무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내가 왜 과학을 경험하고 있는가’ ‘내가 왜 과학에 즐거워하는가’와 같은 물음에 대해 아이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삶 속에서의 과학 가르쳐야”

-초등 과학은 중등 과학과는 다른 독특한 위치에 있는 것 같다.

“초등 과학의 목표는 지식 전달이 아니다. 과학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과학을 과학답게 공부하는 과정을 습득하면서 거기에서 즐거움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 가령 태양계에 대해 공부한다면 행성의 크기나 지구에서의 거리와 같은 단편 지식은 중요한 게 아니다. 그 수준의 지식은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하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아이에게 행성에 관한 호기심을 자극해 스스로 도서관에 가서 책을 뒤지고 인터넷을 검색하도록 하는 공부가 돼야 한다. 하지만 요즘 교실에는 과학에 흥미를 잃은 아이들이 많아 보인다.”

- 과학에 흥미를 못 붙이는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초등생 나이에서는 ‘직접 경험’이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요소다. 과학을 충분히 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교육 여건이 아직도 부족하다. 또 과학은 흥미 있는 분야라는 생각을 심어줘야 하는 나이이기 때문에 초등학교만큼은 각종 시험과 입시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과학 수업을 하며 직접 경험할 기회를 주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한 예로 어떤 내용을 가르칠 때 체험 학습이 도움이 된다고 치자. 만약 내가 속한 학급이라도 체험 학습을 나갈라치면 학교에서는 보통 난색을 표하기 일쑤다. ‘다른 반은 가만히 교실에서 수업하는데 왜 너희들만 나가려고 하냐’는 식의 반응도 감내해야 한다. 또 학교 입장에서는 체험 학습처럼 단체로 학교를 벗어날 때 만일에 있을지 모를 골치 아픈 일을 두려워하기 마련이다. 체험 학습을 나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학급당 인원수로는 제대로 된 현장 체험이 되기 어렵다. 강제로 일사분란하게 통제하는 건 가능하지만, 아이들이 현장을 자유롭게 다니면서 자발적으로 과학을 즐기게 하는 것은 무리다. 지금은 학급당 30~35명으로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의 평균에 근접한 15~20명 수준이 돼야 가능할 것 같다.”

-그런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있겠는가.

“교과 내용을 소화하기에 바쁜 학사일정 역시 과학의 직접 경험을 힘들게 하는 또 하나의 원인이다. 초등학교임을 감안하면 공부해야 할 교과 내용이 너무 많다. 보통 한 학기에 8개의 서로 다른 주제를 소화해야 한다. 1주일에 보통 과학수업이 3시간, 한달에 2개의 주제를 다룬다고 해도 빠듯한 시간이다. 중간에 시험기간도 있고 각종 행사도 끼어있고 하면, 말로만 때우면서 진도 빼기에 바쁜 수업이 되기 십상이다.”





-이명박 정부는 영재교육을 특히 강조하고 있는데.

“누구나 특정 영역에 재능이 있다고 봤을 때 이를 공교육의 틀 안에서 키워주는 방과 후 학습형태의 영재교육이라면 찬성이다. 그래서 영재교육의 영역을 더 넓힐 필요가 있다. 현재는 입시와 연관된 과목인 영어, 수학, 과학에 집중돼 있다. 또 (경제적 여건에 좌우되지 않도록) 기회의 균등이 필요하고 무상 영재교육을 더 확대해야 한다. 선행학습을 많이 한 학생을 영재로 뽑기 쉬운 현행 선발방식도 개선해 지필고사 위주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교육이 좌지우지되는 ‘특권교육’이 돼서는 안 된다.”

- 초등 과학교육에 필요한 가치관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삶으로서의 과학’이다. 우리의 삶 속에서 과학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우리 주변의 일상에는 어떤 과학 요소가 있는지에 대해 깨닫고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 그래서 인간의 삶과 연결된 생태와 환경과는 어떤 관계성을 맺고 있는지를 느끼게 해야 한다. 자연을 경제적 도구로만 보는 대운하 사업 같은 관점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과학’이라는 균형감을 가르쳐야 한다.”

 

 

 

 

 

 

 


서영표 동아사이언스 기자 sypy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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