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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걸음 걷는 생물 주권 정책”

국내 기록된 생물 표본은 3만 종…비슷한 기후 일본에 크게 뒤져


한국은 지난해 네덜란드에서 나리(백합) 알뿌리 600만 달러(약 76억원) 어치를 수입했다. 대부분이 하늘말나리, 털중나리, 참나리 등 한국산 나리를 교접해 만든 새로운 식물종이다. 한국의 식물이 반출된 뒤 품종 개량돼 역수입된 것이다. 해외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로 쓰이는 ‘구상나무’, 미국 라일락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미스킴 라일락’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 식물은 외국이 특허권을 갖고 있다. 더 이상 우리 고유종이라 부를 수 없게 된 것. ‘생물주권’을 빼앗겨 버린 것이다.







라일락의 순수 우리이름은 ‘수수꽃다리’다. 현재 외국에서 인기 많은 미스김라일락은 1947년 북한산에서 채취된 수수꽃다리 씨가 미국으로 건너가 개량된 것이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최근 바이오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생물주권이란 말이 중요해지고 있다. 동·식물이 신약을 개발하는 주원료로 쓰이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2000년 540억 달러(약 68조원) 규모였던 바이오 시장 규모는 2013년 2100억 달러(약 267조6000억원)로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정부는 생물주권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생물표본을 조사하는가 하면 지난해 309종의 동식물을 국외반출 승인대상 생물자원으로 추가 지정했다. 총 822종이 국외반출 승인대상 생물이 됐다. 국외반출 승인대상 생물자원으로 지정되면 상업적인 수출 목적 외 어떠한 경우에라도 승인을 받지 않고는 국외로 나갈 수 없다.




국내 기록 생물 표본 3만 종 외국 30%수준


현재 국내에 살고 있는 것으로 기록된 생물 표본은 약 3만 종이다. 이는 추정치인 10만 종의 30% 수준이다. 비슷한 환경인 일본(9만종), 영국(8만8000종)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난다. 국내 고유종의 기준 표본이 대부분 외국에 있는 것도 문제다.

기준표본은 새로운 종이 발견돼 학명을 지을 때 쓰인 표본이다.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등본과 같은 것. 한국 고유 동물은 약 3000종이라 여겨지지만 국내에 보관 중인 것은 420종에 불과하다. 국립생물자원관 고등식물연구과 임채은 연구원은 “생물조사가 외국학자, 선교사에 의해 먼저 이뤄졌다”며 “유출된 기준표본을 토대로 품종 개량했을 경우 주권을 주장하기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정치 현안에 밀린 생물 주권...2년 넘어 국회 통과


일부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등이 갖고 있는 생물자원 데이터를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생물자원은 교과부는 유전자원 확보, 환경부는 생물다양성 보전 등 목적에 따라 각 부처가 따로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연구과 이갑연 과장은 “통합관리가 되면 데이터를 활용하는데 더 편리해진다”면서도 “각 기관이 관리하고 있는 데이터의 성격이 달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정책은 거북이 걸음이다. ‘생명연구자원의 확보·관리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은 2007년 10월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률은 국가생명연구자원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각 기관별 갖고 있는 생물자원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하는 것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정부는 2007년 10월 “산발적으로 관리되어 오던 생명연구자원을 ‘국가적 자산’으로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법률은 정부가 입법화를 시작한지 1년반이 넘은 지난달 17일에서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생물자원관 1곳 건립, 1곳 계획 중…일본은 150곳


현재 국내 생물자원관은 2007년 인천에 개관한 국립생물자원관 1곳 뿐이다. 전국적으로 1170여개가 있는 미국은 커녕 이웃나라 일본(150여 곳), 중국(20여 곳), 인도(10여 곳)와 비교해도 크게 적은 수치다.

생물자원관은 다양한 생물을 보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다. 각국이 많은 수의 생물자원관을 두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생물주권을 확보하려는 정책노력 외에도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는 게 중요하다.

뒤늦게나마 정부는 얼마 전 ‘제2의 생물자원관’을 짓기로 결정했다. 환경부 자연자원과 정명규 사무관은 “2013년 경북 상주시에 낙동강생물자원관이 개관할 예정”이라며 “생물자원이 관리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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