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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와인 업계에는 아직 영향 적어….”

줄리 카빌 크루그 와인메이커


줄리 카빌 씨. 사진 제공 크루그



“크루그의 첫인상이 어때요?”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파크하얏트서울 호텔. 세계적인 명품 와인브랜드 크루그의 줄리 카빌 와인메이커(포도 재배부터 와인 제조 전 과정을 관리하는 사람)와 기자는 각자 크루그 샴페인이 담긴 잔을 든 채 긴장했다.

카빌 씨는 기자의 입에서 나올 대답에, 기자는 양볼이 터질 듯 입안에 가득 찬 샴페인의 거품 때문이다. 샴페인을 삼킨 뒤에도 혀 아래부터 입천장까지 따끔거림이 남아있다.

“샴페인의 탄산이 부드러우며 강렬했다”는 기자의 대답에 카빌 씨의 굳은 표정이 풀어진다. 기자가 마신 ‘크루그 그랑 퀴베(Grande Cuvee)’는 탄산을 매력적으로 만드는데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샴페인이 아닌 ‘크루그’로 불러달라”며 정색한다.

카빌 씨는 그랑 퀴베 탄산의 특징을 ‘크리미(creamy)’라고 설명했다. 공기방울 크기를 줄이고 양을 늘리면 크루그 특유의 톡 쏘는 크림 같은 탄산이 만들어진다. 이런 탄산은 향이 강한 허브 샐러드나 매운 맛이 강한 한국 음식에도 크루그가 잘 어울리도록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크리미 탄산을 만드는 비밀은 숙성에 달렸다. 15개월 정도를 숙성하는 다른 와인과 달리 크루그의 모든 제품은 6년 이상 숙성한다. 공기방울은 와인이 2차 발효할 때 만들어지는데 이때 적절한 온도를 유지시키면 미세한 기포가 생긴다.

와인을 병에 담기 전 침전물을 제거하고 당분을 보충하는 ‘도사주(dosage)’ 단계에서 최소한의 당분을 넣는 것도 요령이다. 당분이 많이 들어가면 공기방울이 서로 뭉치며 크림 같은 느낌을 잃는다. 카빌 씨는 “100여개의 서로 다른 와인을 섞을(블렌딩) 때부터 도사주 단계를 고려한다”고 말했다.

크루그의 블렌딩은 12월부터 3~4개월에 걸쳐 이뤄진다. 12월에는 그해 수확한 와인 250개를 맛본 뒤 특성에 따라 분류한다. 이중 35~40%는 숙성을 위해 보관하는 ‘리저브 와인’이 된다.





1월에는 2년 이상 저장된 리저브 와인을 꺼내 크루그 특유의 맛과 향의 균형을 맞춰 블렌딩한다. 제조법은 크루그 와인메이커 4명과 사장을 포함한 크루그 가문 관계자 3명의 기억에 의존한다. 기억을 토대로 크루그 와인의 맛이 매년 유지되는 것이다. 제조법을 문서로 남기면 새어나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와인메이커 4명은 같은 비행기를 탈 수 없다. 불의의 사고로 제조법이 흔적없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카빌 씨는 “어차피 와인메이커 가운데 한명은 반드시 포도밭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함께 다닐 일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와인메이커의 기억만큼 소중한 크루그의 자산은 매년 150여 종씩 추가되는 리저브 와인이다. 리저브 와인은 수확된 해의 날씨와 기후에 따라 서로 다른 개성을 갖기 때문에 빈티지(와인 생산 연도)에 따라 크루그의 맛이 좌우되지 않도록 막는다.




사진 제공 크루그



그래서일까. 카빌 씨는 “크루그는 리저브 와인을 저장할 때 그해 여름의 기온을 함께 기록하는데 온도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경향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크루그 와인메이커 입장에서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2003년은 8월에 포도를 수확할 만큼 더웠지만 이후에는 평균 기온과 비슷했다.

이날 기자가 마신 그랑 퀴베에도 1998년의 더운 여름에 수확된 빈티지가 블렌딩됐다. 1998년은 1962년 이후 가장 더운 여름이 찾아온 해다. 평소보다 한 달 빠른 8월에 포도를 수확했는데도 전체의 15%는 사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1998년 빈티지는 순수하고 신선한 맛으로 크루그의 ‘아이콘 빈티지’가 됐다.

카빌 씨는 “아이콘 빈티지는 1947년, 1959년, 1976년처럼 더운 여름을 견딘 포도가 주로 차지한다”며 “크루그는 4개 이상의 서로 다른 빈티지를 블렌딩하기 때문에 특정한 해의 기온에 대한 걱정은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카빌 씨는 세계를 돌며 일반인에게 크루그의 첫인상을 묻고 있다. 크루거를 즐기는 크루기스트를 만들려면 첫인상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크루그를 접했던 때처럼 다른 사람도 크루그에 대해 꿈꾸게 하고 싶다”는 것이 카빌 씨의 소망이다.







사진 제공 줄리 카빌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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