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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미플루 개발자 “한국 신약사업,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김정은 美 길리어드 부사장


“전 세계에서 30여 가지 C형간염 치료제가 개발 중입니다. 어지간한 대형 제약회사는 모두 덤벼들었다는 말이지요. 아직 뛰어난 치료제가 세상에 없기 때문인데, 성공만 하면 많은 이익이 보장될 겁니다. 하지만 한국 제약회사들이나 연구기관에서는 C형간염 치료제 시장에 뛰어들 엄두도 못 내는 것 같더군요. 찾아보면 방법은 있는데 말입니다.”

신종인플루엔자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한국인 재미화학자로 경구용 독감치료제 ‘타미플루를 개발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김정은 길리어드 부사장이 한국 신약사업 시스템에 조언을 던졌다.

김 부사장은 지난 달 18일(현지시간) 본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타미플루가 성공한 이유는 기초과학 기술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시장의 요구를 잘 파악했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아이디어를 가지고 뛰어들면 세계 신약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조언했다.





아이디어가 승부의 관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라


연 매출 50억 달러(약 6조300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제약기업 길리어드.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 인근 포스터 시에 자리한 만난 김정은 부사장은 길리어드를 초대형 기업으로 키워 놓은 1등 공신이다. 타미플루의 성공 때문이다.

김 부사장이 길리어드로 자리를 옮긴 건 1994년. 당시엔 직원 100명도 채 안 되는 작은 회사였다. 연 매출도 2000만 달러 정도여서 향후 2~3년 안에 승부를 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 부사장의 타미플루 개발성공으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타미플루가 전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먹을 수 있는’ 독감치료제로는 유일하기 때문이다. 뛰어난 효과도 한 몫했지만 비슷한 약효를 가진 바이러스 치료제는 많다. 김 부사장은 “다른 약은 주사를 맞거나, 호흡기로 들이마시는 형태여서 빠른 치료가 어려웠다”면서 “타미플루는 개발할 때부터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약’을 목표로 했다”고 소개했다.

타미플루를 대신할 만한 약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개발 중인 치료제도 있지만 아직 임상실험이 끝나지 않았다. 리렌자 등 현재 시판 중인 다른 치료제는 주사를 맞아야 해서 급성질환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미국 현지에서 만난 길리어드 김정은 부사장은 “사업화 아이디어만 좋다면 한국 신약사업도 승산이 있다”고 충고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급성 독감으로 위독한 상황에서 병원을 찾아 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고, 가지고 다니면서 증상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다는 점이 타미플루의 최대 장점이다. 간단하지만 병의 증상이나 병원체의 구조 만을 생각하는 순수 과학자는 떠올리기 어려운 아이디어다. 현재 타미플루는 미국 로쉬에서 생산, 판매를 맡고 있으며 길리어드는 매출의 15% 정도를 로열티로 받고 있다.

길리어드의 자랑인 AIDS 치료제 역시 마찬가지. AIDS 치료제는 전 세계 회사들이 앞 다퉈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시장의 60%를 길리어드가 점유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3가지의 복잡한 약을 합쳐 하루에 한 알만 먹고도 효과가 가능한 유일한 약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과학, 산업계의 특성 살려 도전해야… “늦었다는 건 없다”


그는 “타미플루를 왜 길리어드에서 직접 생산을 하지 않았느냐”라고 묻자 “로쉬에 생산, 판매 권한을 넘겨주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타미플루가 완성된 초창기에는 길리어드는 지금과 같은 대형 제약회사가 아니었다. 막대한 추가 연구비가 들어가는 임상실험을 진행할 여력이 없었다.

김 부사장은 “그래도 당시 5000만 달러를 계약금으로 받고 회사가 숨통을 틀 수 있었다”면서 “지금도 매년 전체 매출의 5%에 해당하는 수익을 올려주는 효자상품”이라고 소개했다. 무엇보다 타미플루의 성공이 알려지자 각계에서 투자문의가 잇따르는 등 회사가 성공궤도에 올라선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고 김 부사장은 밝혔다.

실제로 이 방법은 소규모 제약회사나 공공연구기관 등이 개발한 기술을 사업화 할 때 자주 활용되는 방식이어서 국내 신약사업 발전에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길리어드에는 나를 포함해 실력 있는 화학자가 많다”면서 “뛰어난 화학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약품들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시장과 고객의 요구를 파악해 아이디어를 낸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했다. 회사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해 편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한국도 분명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약회사 규모가 작다고 섣불리 포기해선 안 되죠. 한국만의 특징을 파악하고, 그것을 활용해 시장에 적극 뛰어들어야 합니다.”

신약개발에는 순서가 있다.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특정 질병에 대한 원인규명 등 기초과학 연구가 이뤄지면, 이를 바탕으로 인체의 반응을 조절하는 약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김 부사장은 “그러나 이런 전통적인 방법을 고집한 기업 중 사업화에 크게 성공한 곳은 드물다”면서 “기초과학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지만 좀 더 시장 지향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부사장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신종인플루엔자(H1N1)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종 인플루엔자 때문에 사람이 많이 죽지는 않는 것 같다”면서도 “다만 곧 가을과 겨울이 오니 인플루엔자가 유행할 시기이고, 변종된 바이러스가 남미나 뉴질랜드 지역으로 확산될 경우의 위험성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그에 대한 대응책으로 타미플루를 예방 차원에서도 활용할 것을 강조했다. 타미플루가 예방효과가 없다는 지적은 하루가 지나면 몸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 하지만 독감이 만연한 지역을 여행하거나, 직장동료 등으로부터 전염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하루에 한 알 씩 정기적으로 먹기만 해도 예방이 가능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타미플루를 치료약으로 적용할 경우 하루에 2알을 먹는다. 특히 학교, 직장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환자가 발생할 경우, (환자로 부터 완전히 분리될 때 까지)주변사람들이 타미플루를 하루 한 알씩 먹는 것만으로도 대규모 확산을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정은 부사장의 ‘한국 신약사업, 이것만은 꼭!’


○ 시장분석을 통해 ‘팔릴만한’ 아이디어를 적극 발굴해야
○ 한국만의 독자적인 접근방법 필요… 특기를 살피고 시장에 뛰어 들어야




김정은 부사장은 누구?
일본 도쿄 대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친 뒤, 미국 오리건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다국적 제약회사인 브리스톨 마이어를 거쳐 1994년 길리어드로 자리를 옮긴 후 지금까지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는 C형간염백신과 새로운 에이즈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포스터=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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