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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교실제 ‘수학 교실’ 직접 가보니

체험 수업 수준별 학습…사회성 자칫 떨어질수도 있어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한가람고등학교. 쉬는 시간이 되자 학생들이 우르르 복도로 쏟아져 나왔다. 사물함에서 다음 시간 교재를 꺼내는 학생, 삼삼오오 바쁘게 교실로 이동하는 학생, 복도 한 켠 의자에 앉아 잡담을 나누는 학생 등으로 복도가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졌다. 복도는 보통의 다른 학교에 비해 천장이 높고 폭도 2배 가까이 넓었다. 복도 양쪽으로 배치된 각 교실에는 ‘몇학년 몇반’이 아니라 ‘202호’, ‘203호’와 같은 호수가 붙어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 한가람고교 복도. 학생들의 이동이 쉽게 복도 폭이 보통 학교에 비해 2배 가까이 넓다. 복도 양쪽의 각 교실에는 ‘몇학년 몇반’이 아니라 ‘202호’, ‘203호’와 같은 호수가 붙어있다. 서영표 동아사이언스기자sypyo@donga.com



이 학교에서 1학년을 담당하는 김주연 교사의 수학교실. 교실 벽 곳곳에는 수학과 관련된 포스터가 붙어있고, 교실 중간에는 프리젠테이션 수업을 위한 빔프로젝터가 설치돼 있다. 천장에는 프렉탈구조를 나타내는 장식물이 매달려있고, 칠판 왼쪽에는 담당교사의 책상, 책장과 함께 수학 교구들이 잔뜩 쌓여있다. 그야말로 수학만을 위한 ‘수학교실’이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이 교실에 오면 수학에 더욱 집중하고 능동적으로 수학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교실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2007년부터 교과교실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교과교실제는 과목별로 전용 교실을 두고, 학생은 시간표에 따라 교실을 옮겨다니며 수업을 듣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담임교사가 있는 교실에서 조례와 종례만 할 뿐 대부분 시간은 수업이 이뤄지는 교과교실에서 보낸다. 교사도 교무실에 모이지 않고 자신의 교실에서 곧바로 출퇴근한다. 내년부터 전국 중고교 650여 곳에 확대 시행될 교과교실제는 현재 33곳의 학교가 각 시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시범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서울 한가람고와 공항중을 찾아 어떻게 교과교실이 꾸며져있으며 어떤 방식의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지 수학 과목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수준별 학습으로 수업집중도 높아져


한가람고는 수학과 영어에 한해 수준별 수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수학의 경우 중간고사 기말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평균점수 이상을 A그룹, 이하를 B그룹으로 분류한다. 각각 35명 내외의 두 학급을 하나로 묶어 2개 그룹으로 다시 나누는 방식이다. 공항중도 마찬가지로 두 학급씩 묶지만, 3개 그룹으로 나눈다. 수학 점수가 85점 이상은 A그룹, 30점대 미만이면 C그룹, 그 중간은 B그룹이 된다. 중간 기말고사 성적에 따라 매번 그룹을 오르내릴 수 있다.

C그룹의 수학 수업을 맡고 있는 공항중 김화영 교사는 “수준별 학습의 가장 큰 효과는 수업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수업에 집중시키고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등 참여도를 끌어내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일반 평준화 교실에서의 하위권 학생들은 내용이 어려워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성적도 안나오는 악순환이 벌어진다는 것. 반면 상위권 학생들은 내용이 쉬워서 오히려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기도 한다. 공항중은 2학년부터 수준별 수업을 하기 때문에 1학년 때와 비교해 수업 태도가 적극적으로 바뀌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가람고 김주연 교사의 수업에는 컴퓨터 그래픽, 종이접기, 고전음악 등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김 교사는 이같은 접근법들을 묶어 ‘실험수학’이라는 책을 만들어 보조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서영표 동아사이언스기자sypyo@donga.com



김화영 교사는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수업을 받다가 2학년에 올라와 수준별 수업을 받게 되면서 수업시간에 자발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학생이 늘어났다”며 “수학 성적이 30점대에서 70점대로 올라 B그룹으로 올라가는 학생이 매 시험 때마다 서너명씩 나온다”고 밝혔다. C그룹에서 수업을 받는 한 학생은 “비슷한 수준의 친구끼리 수업을 하니 그전보다 더 떠들게되는 것도 있지만 ‘자격지심’같은 게 안 느껴지고 수업 내용도 더 빨리 이해된다”며 “1학년 때보다 배운 게 많고 기초가 다져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준별 수업에서는 말 그대로 눈높이에 맞춰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가르친다. 가령 중2 교과서에 나오는 연립방정식 단원이라면, C그룹에서는 어려운 계산이나 응용문제는 빼고 중1 수준의 1차방정식부터 가르치는 식이다. 김화영 교수는 “C그룹의 경우 정수의 덧셈 뺄셈이 서툰 학생도 적지 않기 때문에 소수나 분수가 나오는 방정식은 수업에서 다루지 않는다”며 “수준에 맞게 기본 개념 중심으로 반복해서 가르치면, 아이들도 ‘아는 내용이네?’ 하면서 재미를 느끼게 되고 수업에 더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수업 자체가 바뀌어야”…“놀이와 실험, 수학에 접목 가능”


김주연 한가람고 교사는 “진정한 교과교실제라면 수업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며 “전용교실만 마련한 채 예전처럼 칠판에 판서하면서 말로만 끝내는 수업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공식 암기와 같은 단순 지식 전달에 치중하고, 수업 내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기존 수업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 김 교사는 “수학은 여러 각도의 다양한 접근방법으로 정답에 이를 수 있는 학문”이라며 “수학교실에서는 교과서만 펴 놓은 채 수학을 배우는 게 아니라 직접 만지고 체험하면서 직관적으로 개념을 터특할 수 있는 수업에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김 교사의 수업에는 컴퓨터 그래픽, 종이접기, 고전음악 등 다양한 접근법이 동원된다. 가령 원뿔의 최대 부피를 구하는 수업에는 중심각이 제각각인 부채꼴 모양의 전개도를 직접 접어보게 하면서 원뿔의 부피를 구하게 한다. 그 뒤 교과서에 나오는 미분법을 이용해 최대 부피의 정확한 값을 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기하평균’을 가르칠 때는 고대 그리스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등 수학사(史)로 접근해 왜 ‘기하’라는 용어가 붙었는지 설명한다.







한가람고 김주연 교사의 수학교실. 교실 벽 곳곳에는 수학과 관련된 포스터가 붙어있고, 천장에는 프렉탈구조를 나타내는 장식물이 매달려있다.서영표 동아사이언스기자sypyo@donga.com



‘황금비’라는 개념을 가르칠 때는 건축이나 미술에서의 황금비를 소개하면서, 헝가리 고전음악 작곡가인 벨라 바르톡의 음악을 들려준다. 바르톡은 황금비에 해당하는 지점을 최대한 강조하는 식의 작곡을 했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이같은 접근법들을 묶어 ‘실험수학’이라는 책을 만들어 보조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그는 “직접 손으로 조작하면서 관찰하는 동안 ‘수학이 재미있구나’ 하는 느낌을 경험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특히 성적이 하위권인 B반 학생에게는 수학에 대한 재미와 동기부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화영 공항중 교사도 퍼즐, 도미노, 주사위 던지기 같은 게임을 수업에 자주 활용한다. 가령 종이 퍼즐을 완성하면 방정식 문제가 나오고, 그 문제를 가장 먼저 푼 조에게는 사탕이나 빵을 주는 식이다. 김 교사는 “수업에 집중시키려면 흥미를 유발하는 게 필수”라며 “보통 10분 이상 집중을 못하는 학생이 많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서 놀이를 하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수업과 무관하게 닭싸움이나 가위바위보 놀이도 시킨다. 김 교사의 수업을 듣는 한 학생은 “예전처럼 무작정 문제 풀기를 시킬 때보다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열반 잡음 없어”…“사회성 교육 어려워져”

이처럼 교과교실제와 함께 사실상의 우열반 수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의외로 두 학교 모두 별 잡음 없이 제도가 정착되고 있는 듯 보였다. 김화영 공항중 교사는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 매번 성적으로 그룹을 나누는 것을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며 “수준별 수업은 흔히들 우열반으로 일컫는 방식과 초점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과거 우열반이 문제가 됐던 건 잘하는 학생을 중심으로 수업이 이뤄지고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주는 등 특혜를 주는 반면 못하는 학생은 방치하는 방식이었다는 것. 지금의 수준별 수업은 각 수준에 해당하는 학생이 부족한 면을 채워준다는 의미가 강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동수업’에 대해서는 교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일부 교사는 이동수업의 단점으로 학생들이 계속 자리를 옮겨다니기 때문에 안정된 분위기가 조성되기 어렵고 들떠있기 쉽다는 점을 꼽았다. 또 교실 안에서 이뤄지는 사회성이나 공동체의식을 기르기가 힘들어졌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화영 교사는 “한 교실에서 하루종일 부대끼며 좋은 것, 나쁜 것을 함께 보고 배우면서 때로는 친구들과 싸우고 화해하는 등 또래 집단에서 경험해야 하는 사회성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내성적인 학생은 학기 초반 친구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이동수업을 하며 혼자 다니게 되는 등 자칫 왕따가 만들어지기 쉬운 환경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보완책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영표 동아사이언스 기자 sypy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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