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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공 잘 잡고 싶어? 움직이면서 가늠해봐

야구 명품수비 뒤에 숨어있는 ‘필드의 물리학’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LG 대 두산의 경기. 3회 LG 타자가 친 공이 중견수와 좌익수 사이로 날아갔지만 끝까지 쫓아온 두산 중견수가 몸을 날려 멋지게 공을 잡는다. 이번엔 6일 경기 김포의 한 사설야구장에서 열린 사회인 야구팀의 경기. 5회 타자가 친 뜬공을 2루수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따라갔지만 공은 생각보다 오른쪽으로 크게 휘며 멀리 날아가 결국 안타가 됐다.

경기를 보다 보면 평범한 뜬공 같은데 의외로 어렵게 잡거나 에러가 나곤 한다. 반면에 명수비수들은 물샐틈없는 수비를 보여주며 여간해서는 공을 놓치는 법이 없다. 어이없는 에러와 명품 수비에는 어떤 과학이 숨어 있는 걸까.




○ 첫 1.5초 조금씩 움직이며 공 궤적 계산


뜬공을 잘 잡으려면 공이 방망이에 맞은 직후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미국 웨스턴온타리오대 연구팀은 “공이 방망이에 맞아 떠오르는 순간 1∼1.5초 앞이나 뒤로 조금씩 움직이면 낙하지점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과학학술지 ‘휴먼 무브먼트 사이언스’ 4월호에 발표했다. 가만히 서있는 사람은 멀리서 오는 공의 속도를 짐작하기 힘들다. 하지만 조금씩 앞이나 뒤로 움직이면 바라보는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공의 속도를 가늠할 수 있다. 어려운 말로 ‘시각의 가속도 상쇄’라고 한다.









예를 들어 조금씩 뒤로 물러나는데도 공이 계속 위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면 그 공은 더 뒤로 날아갈 확률이 높다. 반대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데 공이 떨어지거나 멈춘 것처럼 보이면 더 앞으로 다가가야 잡을 수 있다. 선수들은 물리학 이론에 ‘모자 챙’이라는 팁을 덧붙인다. 모자의 챙을 기준으로 공이 챙 위로 올라가면 뒤로 이동하고 아래로 떨어지면 앞으로 이동해 챙과 비슷한 위치에 공이 보이도록 한다.

연세대 물리학과 이삼현 교수는 “좌우로 이동하는 것도 공을 쫓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사람은 두 눈에 보이는 영상의 미세한 차이를 통해 입체감을 느끼는데 먼 거리의 물체는 눈 사이의 간격이 좁아 거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몸 전체를 좌우로 움직이면 입체감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어 공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쉽다.




○ 타격 소리 듣고 한발 먼저 움직여야


이번에는 공이 방망이에 맞는 소리를 듣고 날아올 거리를 예측해 보자. ‘야구의 물리학’을 쓴 미국 예일대 물리학과 로버트 어데어 교수는 “타자가 공을 쳤을 때 낮은 음으로 경쾌하게 울리는 소리가 나면 멀리, 둔탁하거나 높은 음으로 짧은 소리가 나면 가까운 곳에 공이 떨어질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방망이에서 낮고 경쾌한 소리가 나는 이유는 가장 효과적으로 힘을 전달하는 지점인 ‘스위트스폿’에 공이 맞았기 때문이다. 이곳에 공이 맞으면 방망이 전체가 활처럼 휘며 단 하나의 진동을 한다. 그래서 크고 오래 울리는 단 하나의 소리만 난다. 하지만 다른 부분에 공이 맞으면 방망이가 2∼4부분으로 나뉘어 따로 진동하기 때문에 파장이 짧은 여러 소리가 난다. 이런 소리는 서로 뭉치며 상쇄되기 때문에 음은 높지만 크기가 작고 오래 울리지도 않는다. 공도 멀리 뻗지 못하고 심지어 방망이가 부분별로 진동해 부러질 수도 있다.

예외는 있다. 4일 KIA 김상현 선수는 방망이를 부러뜨리며 홈런을 만들었다. 이삼현 교수는 “공이 스위트스폿에 맞았지만 방망이 앞부분에 균열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이 닿을 때는 앞부분이 수축돼 틈이 벌어지지 않고 힘도 잘 전달됐지만 방망이가 반대쪽으로 진동하면서 틈이 벌어져 부러진 것이다



○ 내야 뜬공이 더 잡기 어려운 이유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팀은 “내야에 높이 뜬 공은 회전이 심해 내려오는 궤적이 변하기 때문에 잡기 어렵다”고 지난해 미국 물리학회지에 발표했다. 뜬공은 대개 방망이 윗부분에 맞아 공이 진행하는 반대방향으로 도는 역회전이 걸린다. 역회전이 걸리면 공 주위의 압력이 서로 달라지며 축구의 회전 프리킥처럼 심하게 휘면서 떨어진다. 포수 위 뜬공은 더 복잡하다. 공이 올라갈 때는 포수를 향해 휘지만 땅으로 떨어지면 투수 쪽으로 휘며 필기체 L자(소문자) 형태의 궤적이 된다. 이런 타구는 투수 쪽을 등지고 잡아야 더 쉽다. 땅에 강하게 튀는 공은 진행 방향과 공의 회전 방향이 같아 땅에 접근하는 각도보다 훨씬 낮은 높이로 빠르게 튀어 오른다. 이걸 모르고 일반적인 바운드를 예상하면 공이 글러브 아래로 지나는 속칭 ‘알까기’가 나오기 쉽다. 어데어 교수는 “강한 땅볼은 공이 땅에 닿는 순간이나 닿기 직전에 잡을 수 있도록 글러브를 갖다 대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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