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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 성공하려면 변리사부터 뽑아라

재미과학자 신영근 박사 인터뷰


제넨테크의 총 매출은 한국의 삼성전자에 필적합니다. 항암제 한 가지만 팔면서 낸 매출이니 그 규모는 짐작이 갈 것입니다. 이런 성과는 사업화를 위한 철저한 지원 덕분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신약개발 연구가 시작되면 먼저 시장조사와 사업타당성 검토부터 합니다. 변리사를 포함한 기술사업화 인력이 팀원으로 함께 근무하는 것이다. 한국의 과학계는 너무 연구개발(R&D)에만 관심을 쏟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국적 제약회사인 제넨테크의 신영근 책임연구원은 “한국 과학계는 산업화 역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달 17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버클리 시 버클리 대에서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센터장. 현병환) 주관으로 이뤄진 ‘한미 생명과학자 공동 심포지엄’에서 “특히 생명과학계가 성공하려면 산업화 역량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신 연구원은 현재 미국 서부지역 바이오·제약기업 한인 과학자 모임인 ‘베이커스’ 회장을 맡고 있다. 신 박사는 이민 1세대다.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일리노이주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마치고 제약업계에 몸 담아 왔다.




신영근 베이커스 회장은 “한국 생명과학계가 발전하려면 사업화 역량에 대한 정부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남 좋은 일 시키려고 연구하나?”
순수과학만 연구하는 입장에선 기업에서 똑같은 아이디어로 특허를 내도 큰 문제가 없다. 학술적 성과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과학자들이 같은 연구성과를 내면 쾌재를 부른다. 이미 지적재산권을 가지고 있으니, 과학적 연구가 이뤄질 경우 그 성과를 십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박사는 “지금의 한국 과학계가 이런 문제에 빠져 있다”며 “남 좋은 일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순수과학자의 입장에선 꼭 필요한 연구라고 생각 될 수도 있지만, 방향 조정은 연구비를 지원하는 정부의 몫이다. 한국처럼 과학계 전체가 크지 않은 입장에서는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순수과학을 연구하더라도, 그 성과가 국가적인 매출과 연결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연구기관보다 훨씬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의 대형 제약회사는 어떨까? 신 박사에 따르면 제넨테크는 3개월마다 사업 타당성을 조사한다. 사업 시작 단계부터 철저한 타당성 조사가 이뤄진다. 경쟁사나 해외 연구기관에서의 관련기술을 연구하고 있는지, 개발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지금 시장에 뛰어 든다면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는지를 철저히 분석한다는 것이다.

어느 틈에 다른 회사에서 먼저 특허를 냈는지, 기술 동향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확인해 연구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극단적 사례지만 완성을 목전에 둔 연구 프로젝트가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이미 다른 기업에서 특허를 냈다면 더 이상의 연구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신 박사는 “미국을 비롯해 대형 제약회사 대부분은 이와 유사한 형태로 일하고 있다”며 “한국 과학계에서도 조속히 사업화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한국은 정부 주도로 기초연구가 진행되는 만큼 대형 제약회사 위주로 신약개발이 진행되는 미국과 현실적인 차이가 있다. 신 박사도 이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순수 기초연구를 하는 대학 연구실보다는 산업화 쪽에 초점을 두고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부터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점진적으로 기초연구도 수익성이 보장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 과제 취득이 쉽도록 도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기간 내다보고 사업화 투자비율 늘려야


신 박사가 근무하는 제넨테크에선 연구 인력의 5%가 순수 기초연구만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가 발전해 큰돈을 버는 신약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신 박사는 이 같은 예를 들며 “한국도 대학, 연구소 등 많은 기초과학연구기관이 있어 미래가 있다”며 “다만 제약산업은 아직 초창기이니 정부의 산업화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즉 개발 단계부터 ‘시장성’을 고려해 사업타당성이 높은 연구는 집중 지원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흔히 신약 하나를 개발하려면 10~15년의 시간이 걸린다. 자본도 1조원 이상 투자해야 한다. 이렇게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도 성공할지, 안할지를 모른다. 신약산업을 ‘고위험 고수익’ 산업으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 박사는 한국이 신약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참을성을 요구한다. 신 박사는 “제넨테크의 창업주는 25년 동안 적자를 보면서도 계속 투자했다”며 “집중 지원하기로 결정한 곳이 있다면 끝까지 밀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물론 투자기간 동안 정기적인 사업타당성 검토를 진행하고, 특허관리, 개발된 아이디어와 기술에 대한 사업화 지원 등을 실시하여야 한다.

신 박사는 이어 “신약개발은 크게 3단계로 연구(특허), 개발(전임상), 사업화(임상)로 나뉜다” 면서 “한국의 연구기관이나 제약회사들도 이런 특성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즉, 연구 단계까지만 작업해 특허료를 받고 큰 기업이 기술을 판매하려는 시도가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시장에서 ‘기술’만으로 승부하기엔 쉽지 않다. 다국적 제약업체도 새로운 약을 만들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원천기술 하나만 가지고 승부하기엔 한계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술개발만 해서 외국 기업에 넘기기엔 헐값에 팔릴 염려가 높고, 제품화를 직접 하기엔 국내 회사들의 규모와 역량이 부족한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 박사는 먼저 제품화 전 단계인 임상 1상 정도까지 연구해 시장진출을 노리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보라고 권한다.

또 신 박사는 “시장진출을 꾀하더라도 법률전문가나 변리사 등 전문가들의 도움은 필수적”이라며 “철저한 시장 분석을 한다면 연구개발 단계에서 기술을 판매할 지, 임상 단계까지 진행해 가치를 높인 다음 판매할지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정부연구기관에서 이런 사업을 진행할 경우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며 “연구개발 초기부터 사업전문가와 법률지원팀이 함께 동고동락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영근 박사의 이것만은 꼭!


○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신약개발 사업은 정부에서 적극 지원해야
○ 사업화 역량 강화와 정기적인 타당성 검토도 필요
○ 신약개발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고 독자적인 한국식 수익모델을 발굴해야




신영근 박사는 누구?


미 서부지역 바이오기업 한인 과학기술자들의 모임 베이커스의 회장으로 과학기술자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1989년 서울대 제약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같은 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약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2001년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연구원으로 취업해 미국 제약업계에 발을 들여 놓았으며, 2004년부터 암 치료제 전문기업인 제넨테크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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