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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술 80%…초고압-초저온-초청정 ‘우주항구’


나로우주센터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전남 여수공항에서 자동차로 2시간을 달려야 한다. 육지와 섬을 이어주는 다리를 지나 10분가량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도 지나쳐야 한다. 한국이 우주 선진국으로 가는 길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하지만 ‘우주 기술 불모지’라는 악조건을 이겨내고 나로우주센터가 마침내 위용을 드러냈다.




○ 첨단 IT 기술력은 외국 우주센터보다 앞서


“발사지휘소와 발사체 통제센터를 한 건물에 있도록 설계한 경우는 세계에서 나로우주센터가 처음입니다.”(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 대개 발사체 통제센터는 발사장 인근 지하에, 발사지휘소는 이보다 떨어진 위치에 짓는 것이 관례다. 발사체는 강한 폭발력을 지닌 연료를 갖고 있는 데다 발사 순간 섭씨 3000도가 넘는 열을 뿜어내기 때문에 통제센터는 보통 발사대 인근 지하에 벙커를 만들어 세운다.

하지만 나로우주센터는 발사체 통제센터와 발사지휘소가 발사통제동에 함께 있다. 발사통제동은 발사대에서 2km나 떨어져 있다. ‘IT강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첨단 통신 기술로 거리의 한계를 극복한 것.

나로호를 무(無)진동 차량에 수평으로 눕혀 발사장까지 끌고 가는 점도 특이하다. 발사대까지 500여 m의 꼬불꼬불 가파른 오르막길을 안전하게 운반하기 위해 수직 이동 대신 수평 이동 방법을 택했다. 발사체를 수평으로 조립한 뒤 수직으로 일으켜 세워야 하기 때문에 수평조립이 수직조립보다 더 어렵다.




<적립된 발사대 모습>


○ 국내 기업은 나로우주센터의 숨은 공신


국내 기업의 활약도 돋보인다. 민 센터장은 “러시아 기술 의존도가 높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나로우주센터 건설 기술의 80%는 국산”이라고 밝혔다.

우선 현대중공업이 발사장과 발사대 건설을 담당했다. 발사체가 중력을 이겨내고 우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발사대가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한다. 단순한 지지대 이상의 견고함과 정밀함은 필수. 현대중공업은 러시아에서 공수받은 발사대 상세 설계문서를 ‘한국형’으로 바꾸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A3 용지 크기 2만1631장의 설계문서를 한 장씩 변환하는 작업에만 꼬박 8개월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국내 최초로 초고압·초저온·초청정 기술도 개발했다. 발사대에는 대기압의 400배를 견디는 초고압 배관이 문어발 모양으로 1.5km 깔려 있다. 영하 276도의 액체 헬륨을 주입할 수 있는 초저온 기술도 최초로 접목됐다. 공기 내 수분과 먼지를 거의 없애는 초청정 기술도 활용됐다. 민 센터장은 “현대중공업의 ‘전공’인 조선 기술과 연계하면 바다 한가운데서 발사체를 발사하는 시론치 시스템이라는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발사통제동>

나로호 조립은 대한항공이 전담했다. 항공기 개발과 조립에서 베테랑인 대한항공도 우주발사체 조립은 처음 시도해본 낯선 경험이었다. 대한항공은 나로호를 발사대까지 끌고 올라가는 수송수단 2기도 특별히 제작했다.

한화는 나로호의 추진 계통 제작에 참여했다. 전통적인 화약 기업의 명성에 걸맞게 액체추진제 공급과 킥모터 제작 등을 담당했다. SK와 팝엔지니어링은 발사통제시스템에 필요한 프로그램 등을 개발했다.




○ 2018년 ‘나로 2호’ 탄생지


나로우주센터 건립의 가장 큰 성과는 기술 축적이다. 사업 초반 한국을 ‘초짜’라며 무시했던 러시아는 이젠 ‘동반자’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발사대 시스템을 담당한 러시아 설계회사인 KBTM은 최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발사장에 새로운 발사대를 지어야 하는데 컨소시엄을 만들어 같이 해보자”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현대중공업 측에 제의했다.

앞으로 나로우주센터는 국내 우주개발 중심지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나로우주센터는 나로호 다음 단계로 무게 1.5t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한국형 우주 위성발사체(KSLV-Ⅱ)를 100% 순수 국산 기술로 만드는 중대한 임무를 맡았다. 이를 위해 나로우주센터는 추진기관시험동을 추가로 설치해 발사체 추진기관의 각종 기능을 점검하고 연소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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