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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공룡 연구자도 ‘멸종위기’

‘돈되는 학문’ 좇아 고생물학 등 후진 끊겨


경기 고양시에 사는 서한울 군(6)은 주변에서 ‘꼬마 공룡 박사’로 통한다. 브라키오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벨로시랩터 등 공룡 이름을 척척 외운다. 서 군은 “커서 한국의 공룡을 연구하는 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서 군이 어른이 될 무렵 한국에서 공룡을 공부하는 것은 불가능해질지 모른다. 국내에서 공룡학 자체가 ‘멸종’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한국고생물학회에 따르면 현재 학회에서 활동하는 학자는 모두 61명. 고생물학자만 약 150명이 활동하는 중국의 난징지질고생물연구소 한 곳에도 못 미치는 수다. 1000명 가까운 회원을 보유한 일본고생물학회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난다. 더 큰 문제는 젊고 패기 있는 후진 연구자들을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돈 되는 학문’을 좇는 풍토가 ‘소수 학문’을 고사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 연구비-급여 적어 ‘학문 전향’도


한국고생물학회 회원들 가운데는 최근 ‘학문적 전향’을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연구비를 타기 쉬운 실용학문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다. 국내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유일하게 고생물학을 연구하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도 상황은 좋지 않다. 고생물학을 전공한 연구원 6명 가운데 절반이 손을 뗐다. 1980년대 29명이던 한국고생물학회의 박사급 회원은 1990년대 42명으로 늘었다가 2000년대 들어 36명으로 급감했다. 실제 연구에 관여하는 연구자도 1980년대 21명에서 현재는 13명에 머물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후진 양성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고생물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정년퇴임할 경우 다른 전공의 교수로 채우는 일이 최근 10여 년간 주요 대학에서 벌어졌다. 전공 교수가 자리를 떠나자 대학원 과정도 함께 사라졌다. 연세대의 경우 1990년대 고생물학 석사과정 학생이 20명이 넘었지만 현재는 한 명도 없다.

올 초 고생물학회는 이공계 학술지원단체인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로부터 회원 자격을 준회원으로 한 단계 강등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준회원으로 강등되면 학회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지 못하게 된다. 과총은 “학회에서 활동하는 학자가 적고 발표되는 논문 수도 적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고생물학회는 얼마 전 구 한국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등재학술지 후보에서도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국제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

(SCI)에 등록된 세계적 학술지를 펴내는 이웃 일본, 중국 학계와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표



○“기초과학 중요성 인식 전환을”


동식물의 조상과 진화 과정을 연구하는 생물분류학 분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내 자연 환경과 식생 분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학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가 한반도 안에서 이뤄지다 보니 해외에서 인정받는 논문을 내기가 힘들다. SCI급 논문 수만으로 평가될 경우 지원 대상에서 늘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신숙 한국동물분류학회장(삼육대 생명과학과 교수)은 “생물학 전공자들도 분류학 같은 기초 학문보다 생명공학 등 응용 분야로 몰린다”며 “분류학이 생물자원 탐사에 필수라는 식의 인식 전환이 없다면 국내에서 학문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암석학이나 항공우주의학처럼 서양에서 오랜 전통을 가진 학문부터 국가 우주개발 사업에 필요한 학문까지 상황은 비슷하다.

정부는 소수 학문을 보호하겠다고 하지만 의심하는 연구자들이 적지 않다. 정부는 올해부터 이공계 개인 연구자들에게 연구비 지원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원 대상이 주류 학문에 치우쳐 있다. 김원선 서강대 자연과학대 학장은 “자연 생태계가 종(種)다양성을 유지해야 건강성을 유지하듯 학문도 마찬가지”라며 “사무실 운영과 학회지 발간, 학회 개최를 공동으로 하는 등 효율성은 유지하되 소수 학문이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학계가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표 동아사이언스 기자 sypy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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