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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어려워도 보람이 있습니다"

탐사 275일째 맞은 권영인 박사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벌써 262일째가 됐어요. 힘들고 어렵지만 보람이 있습니다. 저와 관련된 자료들이 있으면 사소한 것이라도 보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무사히 귀국하게 되면 이들 자료를 모아서 작은 박물관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이달 10일로 지질자원탐사전문가 권영인(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박사가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이 타고 항해한 비글호의 경로를 따라 탐사를 시작한지 275일째를 맞았다.

지난해 10월 9일 미국 동부 메릴랜드 주 아나폴리스 항(港)을 떠나 탐험을 시작한 권 박사는 그동안 남미를 한바퀴 돌아 현재 에콰도르에 머물고 있다.




권 박사는 출발 당시 이용했던 소형돛단배 장보고 호 대신 한동안 육로를 따라 탐험을 진행했다. 그동안 권 박사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권 박사는 미국 동부와 카리브해의 인접국 바하마를 거쳐 거친 파도를 뚫고 올해 1월 푸에르토리코에 도착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힘들지만 장보고 호로 해양 탐사를 계속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짧지만 장시간 항해는 해양 레저용으로 설계된 장보고 호에 무리를 가져왔다. 선체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함께 탐험을 계속하겠다는 지원자가 없어지면서 단독으로 항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장보고호를 수리한다 해도 외부 지원 없이 남미 연안을 혼자서 단독으로 항해한다는 것은 무리수였다. 게다가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건너가는 남미의 마젤란 해협을 지나려면 여름인 2월전 아르헨티나 남단에 도착해야 하는데 때를 놓친 것. 다시 1년을 기다리느냐 탐험을 포기하느냐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상황은 더 최악으로 치닫는 것처럼 보였다. 통신 사정이 열악해 한국과 연락도 쉽사리 되지 않았다. 한 달 여 가까이 철저히 ‘고립된 채’ 혼자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주위에선 “할 만큼 했고 위험하니 일단 귀국해서 후일을 도모하자”고 탐사를 만류했다. 그렇게 몇 주가 흘렀다. 권 박사는 지난 2월말 한 달 여 만에 이뤄진 통화에서 “힘든 결정이지만 배를 버리고 육로로라도 탐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윈처럼 항해를 통해 탐사를 해야 하겠지만 육로로라도 남미 탐사를 꼭 마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이번 탐사를 준비할 때부터 7달 가까이 함께 해온 장보고 호를 뒤로 하고 행장을 가볍게 했다. 실험장비와 다른 짐은 잠시 맡겨두기로 했다. 통화 사정이 좋지 않다보니 유일한 연락수단은 e메일이 됐다. 그나마 인터넷 사정도 좋지 않아 통신선이 깔려있는 곳을 전전해야 했다. 그리고 3월 그는 첫 번째 육로 탐사 지역인 브라질 동쪽 끝에 있는 살바도르에 도착했다. 살바도르는 비글호가 남미 대륙에 처음으로 닿은 곳이기도 하다. 권 박사는 이곳에서 열병으로 숨진 비글호 선원 무덤을 찾아 나서기도 하고 지역의 지질 특성을 찾아 자료를 수집했다.









당초 바다 속 이산화탄소와 메탄 농도, 해양 환경을 연구하려고 하던 당초 계획을 ‘현실성’있게 대폭 수정했다. 대신 다윈이 일기에 적은 내용을 따라 당시 탐험의 흔적을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다. 다윈이 항해기에 언급한 동식물과 지형과 지질구조를 되짚어 나가는 또 다른 기나긴 여정이 시작된 것. 그사이 우범지대로 변해버린 마을로 다윈의 자취를 따라 들어갔다 몇 차례나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다. 이름 모를 풍토병에 걸려 몇 차례나 쓰러지는 일도 있었다.

그렇게 거친 나라만 브라질과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등 모두 5개국. 현재 권 박사는 남은 일정을 다시 해양 탐사를 하기 위해 ‘장보고2호’를 준비하고 있다. 제2의 대장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이르면 10월 에콰도르를 출발해 갈라파고스 섬과 태평양을 지나 늦어도 내년 2월 여수항에 도착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수많은 폭풍과 높은 파도와 싸워본 백전노장이 된 권 박사는 이번만큼은 항해를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장보고 호가 수심이 낮은 연안 지역을 조사하는데 적합했다면 새로 구입할 장보고2호는 대양 항해에 적합한 형태를 띨 것으로 보인다. 권 박사는 이 배로 바다를 건너면서 바닷물에 녹아 있는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 산소 농도, 염도, 수온 등을 측정하는 등 다시 해양 과학조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권 박사는 “배 구입부터 함께 할 탐사 대원을 구하는 일까지 하나 쉬운 것은 없다”면서도 “반드시 이번 해양 탐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싶다”고 말했다. 영국의 다윈협회와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다윈 탄생 200주년을 맞아 해양 탐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지만 실제 탐사에 들어간 팀은 권영인 박사가 처음이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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