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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연 기술 이전 3년의 성적표

기술료 0원 → 6년만에 100억원 사례 외국 기업 의존도 높아 위험


출연연이요? 돈만 잡아먹고 효율은 없는 곳이죠. 기업에서 그렇게 일했다면 벌써 부서가 없어졌을 겁니다.”
이공계 정부 출연연구기관에 대한 기업의 시각은 곱지 않은 경우가 많다. 성과가 가시적이지 않아 ‘돈 먹는 하마’라고 불리기도 한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출연연을 비롯한 공공연구기관은 한때는 산업화의 상징이며 산실이었다. 휴대전화도, 값싼 전기요금도 모두 출연연이 이룩한 연구성과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이런 적잖은 성과 뒤로 “효율성을 살펴보면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그런 비판의 화살을 받아온 출연연들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수년간 개발한 기술이 국내외 기업체에 이전되면서 각종 기술이전 수익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더사이언스는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의 도움을 받아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소속의 26개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보안관계로 답변을 피한 2개 기관을 제외한 총 24개(기초 13개, 산업 11개)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3년간 기술이전 실적을 조사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순수 기초연구를 해온 한국천문연구원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등을 제외한 출연연의 대부분이 최근 기술료 수익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덕연구개발특구 이공계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술이전 실적이 최근 3년간 부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0원하던 기술료, 6년 만에 100억원… 급성장 비결은 ‘TLO’


이번 조사 결과 국내 출연연 중 가장 높은 기술료 수익을 올리고 있는 기관은 매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으로 나타났다. 2006년 511억원 이던 기술료 수익이 2007년에는 592억원으로, 2008년에는 622억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도 기술료 수익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연은 지난해 다국적 제약회사 ‘길리어드’에 선급기술료 100만 달러, 실적기술료 750만 달러 등 총 850만 달러를 받기로 하고 에이즈(AIDS) 치료제 후보 물질 기술을 이전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도 ‘촉각센서’ 기술을 이전해 300억 원 이상의 기술료를 벌어들였다. 다른 기관들도 적게는 수억 원부터 많게는 수십억 원대의 기술이전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

기술 수입료 증가 현상은 최근 ETRI 뿐이 아니라 대부분 출연연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연구 기관들이 기술사업화 관련한 투자를 강화하고, 전담부서 운영하는 등 ‘기술을 제대로 팔자’며 팔을 걷고 나선 것이 주된 이유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기술 마케팅 지원 강화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식경제부의 ‘대학·연구소 선도 기술이전전담조직(TLO) 지원사업’은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 이 같은 기술사업화 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한국화학연구원 등 10개 정부 출연 연구기관들은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들 기관이 지난 해 이전한 기술은 모두 367건. 기술료 수익으로 환산하면 247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년대비 이전 건수로는 10.5%, 금액으로 42.7%나 증가한 수치다. 기술이전 숫자도 늘어났지만 ‘값비싼 기술’을 많이 팔았다는 뜻이다.

이들 기관은 연구소에 TLO를 설치하고 지경부의 지원을 받은 2~3억원을 활용해 팔릴만한 기술을 분석하고 특허조사, 기술경영교육 등의 사업을 펴는 방식으로 연구를 지원해 왔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사례는 특히 눈에 띈다. 2002년만 해도 생명연은 전체 출연연 기관평가 결과 최하위 기관으로 꼽혔던 기관이다. 당시 연간 기술료 수익은 0원. 대다수 연구원들이 외부 수탁과제에 목을 맬 때였다. 기관장이 연구소 전체를 운영하며 사용하는 고유사업비는 전체의 21%인 71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불과 5년 만에 생명연은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2006년 24억원을 기술료로 벌어들였지만 불과 1년 만인 2007년 77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도 2008년 92억원에 달하는 기술료를 벌어들였으며 올해는 100억원을 훌쩍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생명연 측은 5~6년 뒤면 기술 수입료가 연간 4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경부의 기술이전사업 지원을 받기 훨씬 이전인 2004년부터 독자적으로 운영해온 TLO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덕분이다.

2004년 단순 특허관리와 기술이전만 담당하는 3명의 행정원으로 정책팀 내에 TLO을 출범했다. 연구소 내에서 개발되는 모든 기술이전 변동추이를 파악하고, 직접적인 관리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 주효했다.

생명연 기술이전 사업 정착에 앞장선 현병환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장은 “과학자도 이제는 자신의 연구에 관한 경제적 가치를 평가할 줄 알아야 한다”며 “기술의 사업화 역량만 강화해도 경제적 가치를 높게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성과→기술료→재투자’ 선순환 이뤄야


기술료 수익의 증가는 인센티브제 확대와 실패할 위험이 높은 창의적인 연구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수익의 50%를 연구개발에 참여한 과학기술자의 인센티브로 지급하도록 돼 있다. 연구에 참여한 정도에 따라 연구자들이 나눠 갖게 되는 것. 핵심기술 하나만 잘 개발하면 ‘부자과학자’ 축에 들 수 있는 길이 생긴 셈이다.

또 남은 절반 중 일부가 연구비로 재투자되면서 정부 정책에 부합하지 않아 연구비가 부족한 과제나 연구비를 확보하기 힘든 신진 과학자들에게 기회가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다.




ETRI에서 비디오카메라 1대로 입체 애니메이션을 구현하는 기술을 연구하던 구본기 박사는 실제 기술료 수익의 혜택을 톡톡히 본 대표적인 경우다. 구 박사는 정부에서 연구비를 받기 어려워지자 연구소가 벌어들인 기술료 수입에서 17억원 가량을 지원받아 초기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팀이 어느 정도 연구성과를 내자 이번에는 정부가 나서 연구비 투자를 결정했다. 구 박사 연구팀은 2014년까지 총 443억원 지원 받을 예정이다.

ETRI 박준 박사 연구팀도 15억원의 연구비를 기술료 수익에서 지원받아 자동 통역기술을 개발하다 정부 연구비를 받게 됐다. 박 박사팀은 2012년까지 매년 20억 원씩 모두 134억원을 지원받는다.

화학연도 올해 기술료 수입 중 3억원을 우울증 치료제 개발에 재투자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고성능 태양전지기술에 3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 연구소는 2006년 14억원, 2007년 15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등 기술료 수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제약회사 길리어드를 비롯해 SK에너지, 중외제약에 총 29억 원어치의 기술을 판매했다.




기술 이전 관리 아직 ‘허술’


전문가들은 “국내 출연연의 기술 이전 사업 관리 체계는 아직 태동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수익구조가 외국계 회사에 집중되는 등 취약한 부분도 있어 체질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출연연의 기술이전 사업료 중 가장 규모가 큰 사업은 ETRI가 미국의 통신회사 퀄컴과 계약을 통해 받고 있는 CDMA 관련 로열티다. 2007년 ETRI가 거둔 기술료 수입액 592억원 가운데 56.7% 이상이 퀄컴에서 받았다. 하지만 지난 해 퀄컴에서 2006년 7·8월분 기술료를 받고 계약을 공식 종료하면서 기술료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화학연 역시 지난 해 기술료 수익 총 29억 원 중 10억 원 이상이 미국 길리어드사에서 받은 것이어서 해외기업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연연이 만든 기술을 이전받기 원하는 국내 기업은 대기업보다 영세한 중소기업과 벤처들은 출연연 기술이전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큰 규모의 기술 이전은 대부분 외국계 기업과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출연연이 홀로서기를 하려면 안정적인 연구성과를 지속적으로 내놓고, 이런 성과를 안정적으로 기술료로 바꾸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설익은 기술을 시장에 내놓게 만드는 정부의 과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름을 밝히기 꺼리는 한 중견급 연구원은 “정부가 성과만을 바라고 빨리 기술사업화 성과를 내놓기를 기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출연연들이 성공해도 시장에서 크게 평가받지 못할 기술만을 내놓을 우려가 있다”며 “원천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국제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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