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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캠핑의 과학

1박 2일 캠핑의 과학
| 글 | 이준덕 기자 │사진 (주)비전코베아(www.kovea.co.kr)ㆍcyrix99@donga.com ㅣ

지루하게 비를 뿌리던 장마가 지나가고 뜨거운 태양빛이 작렬하는 한여름이 왔다. 8월에 들어서며 전국 곳곳의 캠핑장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취사에서 잠자리까지 야외에서 모든 일을 해결해야 하는 캠핑에는 장비가 그만큼 중요하다. 캠핑 장비 속에는 어떤 기술이 숨어 있을까.






집 나가면 개고생? 최근 출시된 텐트는 표면에 차광피그먼트 코팅을 해 투과되는 태양빛을 줄이며 UV코팅으로 자외선까지 차단한다. 1~2인용 소형텐트는 얇고 가벼운 실을 사용해 무게도 확 줄였다.

아직까지도 고급 펜션이나 휴양지 근처의 콘도에서 보내는 여름휴가를 계획하는가? 야영을 하면서 겪어야 할 번거로움과 불편함이 끔찍하다고? 캠핑 장비가 발달하며 이제는 대자연 속에서도 편안한 휴가를 보낼 수 있다. 대부분의 캠핑 장비는 휴대하기 좋도록 부피와 무게는 줄었고 외부충격에 잘 견딜 수 있도록 내구성은 높아졌다. 텐트에는 자외선이나 비를 차단하기 위한 처리도 돼 있다. 게다가 캠핑장에서는 펜션이나 콘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낭만과 추억을 만끽할 수 있다.

만약 KBS 2TV의 ‘1박 2일’이나 SBS TV의 ‘패밀리가 떴다’ 같은 프로그램을 보며 ‘나도 한 번쯤…’이라고 고민한다면, 지금 당장 떠나자. 전국에는 자동차를 끌고 가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캠핑장이 약 200여 곳 운영되고 있으니까. 그 전에 캠핑 초보의 좌충우돌 체험기를 살짝 들춰 보자.




TENT - 길이 9km의 실이 15g


2009년 8월 ㅇ일 오후 4시 날씨 : 맑음

오늘은 ‘아기다리~고기다리~던’ 휴가가 시작되는 날. 내가 캠핑의 세계로 처음 발을 들여놓는 날이기도 하다.‘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모 TV 광고가 떠올라 큰맘 먹고 고가의 텐트도 ‘질렀다’. 설레서일까. 어젯밤에는 마치 소풍가기 전날 밤의 초등학생처럼 잠을 못 이루고 이리저리 뒤척였다.

차로 3시간을 달려 도착한 강원도의 한 캠핑장.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짐을 풀었다. 바로 옆에서 한 가족이 텐트를 설치하고 있었다. 힐끗 살펴보니 캠핑카에 각종 장비까지 두루 갖춘 모습이 말로만 듣던 ‘캠핑 고수’임에 틀림이 없었다. “혼자 오셨나 봐요?” 가족 중 아버지로 보이는 아저씨가 반갑게 말을 걸어왔다. 아저씨는 “올해로 캠핑을 다닌 지 10년째”라고 말했다.

사실 캠핑 초보인 나는 텐트 하나를 고르는 일도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15D/폴리에스테르/차광피그먼트/UV코팅.’ 대부분의 제품이 이처럼 암호 같은 문구로 설명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비싼 ‘녀석’을 골랐다.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15D’는 텐트에 쓰인 원단을 만드는 원사(실)의 굵기를 나타내는 수치라고 한다.





“실의 길이가 9000m일 때 무게가 1g이라면 1D(데니어), 무게가 15g이라면 15D로 나타내요. 길이가 같은데 무게가 더 많이 나가는 15D는 1D보다 상대적으로 실이 굵다는 뜻이죠.” 텐트를 만드는 데 많이 쓰는 실에는 15D, 30D, 75D, 150D, 210D, 250D가 있다고 한다. 아저씨는 “75D 이하는 실이 얇아 소형텐트나 경량텐트를 만드는 데, 150D 이상은 실이 두꺼워 대형텐트나 튼튼한 텐트를 만드는 데 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50D 이상의 실을 쓴 텐트는 그만큼 무거워지는 단점도 있다. 또한 아저씨는 “텐트에 많이 쓰이는 원단에는 폴리에스테르와 폴리아미드(나일론)가 있다”고 말했다. 폴리에스테르는 습기에 강할 뿐 아니라 구김이 가거나 잘 찢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더러움이 잘 타고 정전기가 잘 생기는 단점이 있다.

“반면 폴리아미드는 폴리에스테르보다 탄력성이 좋고 강도가 뛰어나요. 하지만 비가 오거나 습기가 많을 경우 수분을 흡수하죠.” 극성 부분인 아미드기(-CONH)가 물과 수소결합을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폴리아미드는 상온(20℃), 상대습도 100%에서 중량의 약 9%까지 수분을 흡수한다. 하지만 최근 생산되는 텐트에는 폴리아미드에서 비극성부분인 메틸렌기(-CH2)는 높이고 아미드기의 농도를 상대적 줄여 흡수성을 낮춘 폴리아미드가 쓰인다고 한다.

최근에 나온 제품들은 텐트 표면에 ‘차광피그먼트’ 코팅을 해 내부로 투과되는 태양빛도 줄일 뿐 아니라 UV코팅을 해 자외선까지 차단한다는 아저씨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POLE - 가볍고 탄력성 뛰어난 두랄루민 폴
2009년 8월 ㅇ일 오후 7시 날씨 : 흐림

“좋은 폴을 구입하셨네요.” 텐트의 뼈대 역할을 하는 폴을 조립하는 동안 아저씨는 폴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가 구입한 폴은 알루미늄에 구리와 마그네슘을 첨가해 만든 ‘두랄루민 폴’이라고 했다. “두랄루민의 강도는 철과 비슷하지만 무게는 철의 약 3분의 1로 훨씬 가벼워요.”







① 펙은 끝부분이 텐트와 반대 방향을 향하도록 한 뒤 지면과 40~60°각도를 이루도록 눕혀서 박는다. ② 텐트를 고정하는 줄은 펙과 직각을 이루도록 해야 강한 바람이 불 때 펙이 빠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③ 줄과 같은 방향을 향하도록 펙을 박으면 줄의 장력 ??문에 바람이 불면 펙이 쉽게 빠진다.

아저씨는 갑자기 폴을 부러트릴 기세로 구부리기 시작했다. 내가 깜짝 놀라자, 아저씨는 하하하 웃으며 “두랄루민은 탄력성도 좋아 이렇게 U자 모양으로 휘어도 부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래 두랄루민은 비행기 기체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만들었지만 최근에는 레저용품에도 많이 쓰인다. 사실 처음에 구입하려고 생각했던 폴은 철로 만든 ‘스틸 폴’이다. 스틸 폴은 값이 싸고 튼튼하지만 무겁다. 게다가 구부릴 수 없어 수납공간도 많이 차지한다.

아저씨는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만든 폴을 사용하고 있었다. “FRP는 철보다 강하지만 알루미늄보다도 가볍고 탄성력도 좋은 게 특징이에요. 불포화 폴리에스테르나 에폭시수지에 지름 0.1mm 이하로 가공한 유리섬유를 덧씌워 만들기 때문이죠.” 아저씨는 “불포화 폴리에스테르나 에폭시수지는 FRP의 강도를, 유리섬유는 유연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며 텐트에 폴을 끼우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그래도 내 손으로 세운 보금자리가 점점 모양을 갖추니 왠지 뿌듯했다. 이제 텐트를 고정시키는 일만 남았다. “캠핑할 때 가장 중요한 장비가 뭘까요?” 아저씨가 느닷없이 질문을 던졌다. “텐트를 고정할 때 쓰는 펙(peg)이죠.” 펙은 플라스틱이나 나무, 철이나 두랄루민 같은 금속으로 만들며, 용도에 따라 길이가 15~60cm까지 다양하다.

지반이 단단한 곳에서는 길이가 짧은 펙으로 충분하지만 진흙처럼 지반이 약한 곳에서는 길이가 긴 펙을 사용해야 한다. 아저씨는 “지반이 단단한 곳에서 길이가 긴 펙을 쓰면 나중에 뽑을 때 애를 먹는다”고 귀띔했다. 내가 구입한 ‘단조 펙’은 철을 1100℃로 가열한 뒤 망치로 두들기거나 프레스로 압착하는 방법(단조)으로 만들어 웬만해선 휘거나 부러지지 않는다는 설명도 들었다. 펙은 지면과 45~60° 각도를 이루도록 눕혀서 박고, 텐트를 고정하는 줄은 펙과 직각을 이루도록 해야 강한 바람이 불 때 펙이 빠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이제 막 캠핑의 세계에 들어선 내겐 신기한 사실들뿐이었다.




TARP - 폴리우레탄 코팅으로 방수능력 높여
2009년 8월 ㅇ일 오후 8시 날씨 : 소나기

‘후드득’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달이 떠 있는 캠핑장 반대편 하늘에는 구름 하나 없는 걸 보니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인 듯했다. 비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아저씨는 “캠핑을 하다 보면 지금처럼 예상치 못한 순간에 비가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타프는 준비 안 하셨나 봐요?” 사실 그때까지 난 타프가 뭔지 몰랐다. “타프(tarp)는 텐트 위에 치기도 하고 텐트 주변에 설치해 조리공간이나 활동공간을 확보하는 데 쓰는 일종의 천막이에요. ‘타폴린(Tarpaulin)’의 약자로 방수가 되는 천이란 뜻이죠.”

본래 타폴린은 돛이 물에 젖지 않도록 하고, 비가 올 때 갑판을 덮는 섬유에 방수를 하기 위해 기름 성분인 타르(Tar) 칠을 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아교와 같은 풀을 발라 수분의 침투를 막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는 방수능력이 있는 합성섬유 수지를 섬유에 바르는 방식으로 타폴린을 만든다.

“대부분의 텐트나 타프는 폴리우레탄으로 코팅해 방수능력을 높여요. 텐트나 타프에는 ‘내수압 3000mm’와 같은 표기가 있는데, 내수압이란 텐트나 타프에 쓰인 원단의 방수능력을 알려주는 수치예요.” 지름 10mm의 원통을 원단 위에 세운 뒤 안쪽으로 물이 스며들기 시작하는 물기둥의 높이를 재 내수압을 측정한다. 일반적으로 가랑비에 견딜 수 있는 내수압 수치는 500mm, 폭우에 견딜 수 있는 수준은 내수압 1500mm 이상이다. 아저씨는 “최고급 제품 중에는 내수압 4000mm 이상의 제품도 있지만 내수압 3000mm 정도면 웬만한 비를 피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내수압 수치가 높은 텐트나 타프일수록 폴리우레탄 코팅액을 많이 사용해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비가 와도 문제없다. 텐트와 타프에 폴리우레탄 코팅과 테플론 코팅을 한 덕분이다.

빗줄기가 굵어지는 것 같아 잠시 나가 살펴봤다. 빗방울이 텐트에 닿자마자 구슬처럼 주르륵 흘러내린다. 테플론(폴리테트라플루오르에틸렌)으로 한 번 더 코팅한 덕분이다. 테플론은 듀폰사가 만든 제품 이름으로 프라이팬에도 쓰인다. 텐트와 타프를 테플론으로 코팅하면 표면 저항이 작아져 빗방울이 고이지 않고 흘러내린다. 테플론은 강산과 강염기, 고온에 강해 텐트와 타프의 표면이 상하거나 불에 타는 일도 막는다고 한다. 다시 들어와 텐트 안에 누웠다. 한결 마음이 놓여서일까. 빗소리가 경쾌하게 느껴진다.




STOVE - 소형 레인지에는 부탄가스보다 가솔린
2009년 8월 ㅇ일 오후 11시 날씨 : 갬

누워 있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어느새 비는 그쳤고 비를 뿌렸던 먹구름도 모두 물러갔다. 이미 밖은 칠흙같이 어두워졌다. 갑자기 허기가 진다. 이때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아저씨가 가족들과 함께 가솔린 스토브로 야식을 만들고 있었다. “가솔린은 계절이나 날씨, 습도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어요. 오늘처럼 비가 오고 난 뒤 습한 경우에도 가솔린은 일정한 화력을 유지할 수 있죠.” 소형 가스레인지에 많이 쓰는 부탄가스는 겨울철에는 사용하기 어려워 캠핑 장비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부탄가스의 끓는점이 -0.5℃로 기화가 잘 일어나지 않아 화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캠핑장에서는 가솔린이나 액화석유가스(LPG)를 많이 쓴다. LPG는 끓는점이 -42~-1℃로 부탄가스보다 낮다.

가솔린은 계절이나 날씨, 습도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어 캠필용 스토브와 랜턴에 많이 쓴다. 랜턴과 스토브는 같은 연료를 사용하는 제품을 고르는 편이 좋다.

아저씨의 권유로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음식을 익히는 동안 내가 가져온 테이블과 의자를 꺼내 조립했다. 아저씨는 “조립식 제품은 해체했을 때 부피를 최소로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조립과 해체를 반복하는 동안 부품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접이식 제품을 추천했다. 캠핑용 테이블과 의자는 무게를 줄이고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알루미늄이나 티타늄을 많이 쓴다고 한다.


캠핑의 재미 중 하나는 맛있는 음식을 해먹는 게 아닐까. 야외에서 먹는 음식은 계란프라이라고 해도 맛이 다르다.

생각해보니 깜빡하고 랜턴을 챙겨오지 못했다. 아저씨가 가솔린을 사용하는 랜턴과 건전지를 사용하는 랜턴을 각각 1개씩 빌려줬다. 가솔린 랜턴은 스토브와 마찬가지로 계절이나 온도에 상관없이 야외에서 쓸 수 있다. 스토브와 같은 연료를 쓰는 랜턴을 구입해야 편리하다는 사실도 알았다. 아저씨는 “가스누출이나 화재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텐트 안에서는 건전지 랜턴을 쓰라”고 충고했다. 먹은 음식을 정리하고 텐트 안에 들어와 지금 이 일기를 쓴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펼쳐질까. 쉽게 잠을 못 이룰 것 같다.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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