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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인 연구인력 관리가 성과의 지름길이죠”

[바이오선진화!]정종경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는 사람이 합니다. 함께 연구할 동료들을 아끼고 사랑해야 성과가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 과학계는 인력이 부족해요. 이런 부분을 정부에서도 꼭 알고 있어야 합니다. ”

사람의 질병 유전자 연구와 초파리 연구라면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정종경 KAIST 교수. 정 교수는 2006년 초파리 연구를 통해 파킨슨씨 병의 원인을 밝혀내는데 성공했다. 얼마전에는 비만원인 물질을 찾아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보잘것 없어 보이는 초파리 하나로 인류 난치병 치료의 문을 연 셈이다.

정 교수가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공동연구의 극대화’라는 독특한 연구방식 때문이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함께 일하고 함께 연구해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내 왔다는 것이 정 교수 연구팀원의 설명이다.



같은 우물을 파는 연구자들의 연합


KAIST는 초파리 연구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꼽힌다. KAIST 생명과학과 28명의 교수 중 8명이 초파리를 대상으로 실험하고 있다.

그 중 선두에 선 것이 당연히 정종경 교수. 원래 사람의 배양세포를 가지고 연구를 하던 정 교수는 10년 전부터 동료 교수들과 함께 초파리 연구를 독려하고 스스로도 집중했다. 동료 교수와 함께 1만3000여 개나 되는 초파리 유전자를 각각 돌연변이 시켜 10만 종류의 유전자 변형 초파리를 만든 것이다.

초파리는 사람과 질병 유전자가 70%나 같고 한 세대가 2주에 불과해 유전자 연구에 적합하다. 또한 세포신호전달 체계가 단순해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의 기능을 확인하기에 용이하다. KAIST에는 이미 유전자별로 다양한 돌연변이 초파리를 갖추고 있어 찾고자 하는 유전자의 기능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 정 교수는 2006년 파킨슨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기능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 영국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듬해엔 당뇨병과 비만 조절 유전자로 알려진 ‘AMPK’가 손상된 세포의 기능을 회복시켜 암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또 한번 네이처에 게재했다. 현재 정 교수는 AMPK 유전자의 기능을 활성화해 암을 치료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세포성장과 관련한 신호전달 체계를 바로 이해해 질병의 원인을 밝힌다면 어떠한 난치성 질환도 정복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정종경 KAIST 교수


박사후연구원을 위한 안정적 지원


세계 정상급 연구자로 유명한 정 교수지만 그의 연구실에는 남모를 어려움이 있다. 함께 연구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

2001년 국내 최고의 연구지원사업인 창의적연구진흥사업에 선정됐지만 그동안 함께 연구를 이끌어갔던 박사후연구원은 다섯 명이 채 되지 않는다. 아무리 국내 최고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인 KAIST라지만 가족을 고려해야 하는 연구원에겐 대전행 티켓을 끊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전 뿐 아니라 한국 전체 연구원 수가 줄고 있는 현실도 무시하지 못한다. 힘들고 지위조차 불안정한 연구원을 꺼려하는 학생의 수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연구에 꿈이 있는 학생은 유학을 먼저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

하지만 학생들이 무조건 유학을 떠나는 것은 막고 싶다고 정 교수는 이야기한다. 미국 대학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한국보다 연구환경이 안 좋은 곳을 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우수한 인력의 해외 유출을 막고 국내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연구원 특히 박사후연구원을 위한 정부의 안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

정 교수는 “박사후연구원이 하나의 직업으로 평생 직장처럼 연구할 수 있게 해야 국내 연구가 안정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국내 대학에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온 연구원의 수가 늘고 있고, 이들이 없으면 연구실 운영이 힘든 대학도 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학위를 받기 위해 유학 가는 사람에게 장학금을 주는 제도가 국내에 남아있다”며 “과학에도 사대주의가 남아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과거 돈이 없어 유학을 못 가던 기억이 이런 제도를 계속 운영하게 하는 것 같다”며 “이는 우리 돈을 들여 외국의 과학을 지원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에서 우수 인력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펼치는 전략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정부에서 이 같은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인력확보가 국내 과학기술계 발전을 위한 최우선 과제라는 점은 당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연구보다는 ‘학습’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할 학부생 시절에는 반 강제적인 연구독려 제도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정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최근 연구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학부생에게 연구논문을 쓰게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다”며 “학부생의 연구를 장려하는 측면에서는 찬성하지만, 기존 연구실에서 단순 인력확보를 위해 학부생을 이용하거나 대학원생 수준의 참여나 성과를 바란다면 연구에 흥미를 잃게 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적으로 학부생의 연구논문을 쓰게 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그는 대학원생이 학부생 교육에 할애하는 시간만큼 연구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부작용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부생들은 연구가 재미있고, 이렇게 할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교육적인 측면에서 연구참여를 강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학원생 이상의 전문인력은 해외로 무조건 빠져나가지 않도록 국내에서도 좋은 육성시스템을 갖춰야 하지요. 좋은 정책이 우수한 인력을 만든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정종경 교수가 연구실 학생들과 토론하고 있다. 정 교수는 정부가 대학원, 박사후연구과정 학생들의 국내 유치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dongascience.co.kr


안정적 연구비 확보 아쉬워, 과학자 위한 지속적인 연구환경 만들어야


정 교수는 올해로 지난 9년간 참여해 온 ‘창의적연구진흥사업’을 마치게 된다. 이 사업은 국내 최고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다른 과학자들의 부러움을 살 만한 지원을 받는다.

정 교수는 그동안의 우수한 연구활동과 성과를 고려할 때 후속 연구비를 걱정해야 할 처지는 아니다. 그러나 연구지원시스템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전혀 새로운 연구지원사업을 신청하려면 잠시 연구를 멈추고 사업신청과 관련한 업무에 몇 배의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규모의 연구를 계속하려면 두세개 소규모 사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국내 과학기술계도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연구비지원사업인 ‘R01’을 예로 들었다. R01은 최초 연구지원기간이 5년이지만 좋은 연구성과가 있을 경우 재신청을 거쳐 계속 지원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창의사업-도약사업-국가과학자 등 지원사업의 형태가 달라 매번 사업신청에 따른 연구자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정책적 문제로 과학 연구의 지속성 유지에 큰 어려움을 가져오는 것이다.

“연구자에게 단기적 측면에서 연구비를 배분고 평가하는 시스템은 잘 갖춰졌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를 배출할 장기적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종경 교수의 ‘이것만은 꼭!’
○ 효율적인 인력관리를 위한 새로운 정책시스템이 필요하다.
○ 성과높은 과학자가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성해야 한다.
○ 공동분야 연구자들이 함께 모여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종경 교수는
1994년 미국 Dana-Farber Cancer Institute, Postdoctoral fellow
1996년 미국 Harvard Medical School, Postdoctoral fellow
1996년 한국과학기술원 자연과학부 생명과학과 조교수
2000년 (현)한국과학기술원 자연과학부 생명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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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획기사 시리즈는 교육과학기술부 및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와 공동으로 기획했습니다.
※ 이 기획기사 시리즈는 향후 생명공학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자료로 활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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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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