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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연구단공동기획]ET가 사는 곳을 찾아라

한정호 외계행성연구단장


외계생명체 ‘ET’와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꿈. 누구든지 한 번쯤 상상해 볼 법한 일이다. 드넓은 우주 어딘가에 우리와 다른 누군가가 살고 있을 거라고. 외계생명체와의 만남을 다룬 영화 ‘콘택트’에서 주인공 앨리 애로위(조디 포스터 분)는 드넓은 우주를 보며 말한다. “이 거대한 우주에 우리만 존재한다는 것은 공간의 낭비다.”

맞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 점점 더 거대해지고 있는 것. 그래서 인류는 이전부터 앨리 애로위와 같은 질문을 던져왔다. 지구에만 생명이 사는 걸까, 외계생명체는 없을까. 이 질문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렇다.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가진 행성은 지구뿐일까, 외계문명은 어디에 있을까.

 

호기심은 곧 그를 증명하려는 행동으로 옮겨지기 마련이다. 현재 세계 각국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세티앳홈(SETI@home)’이란 프로젝트에 참여해 외계문명을 탐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전파망원경이 외계에서 받은 데이터를 일반 사람들의 컴퓨터에 나눠 분석한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처럼 개인컴퓨터 수백 만 대가 모여 엄청난 분량의 정보를 해독하는 셈이다.

외계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을 찾으려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특히 지구와 닮은 행성을 찾는 일이 목표다.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라면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외계행성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한정호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는 “외계생명체를 찾는 일은 먼저 그들이 살만한 행성을 고르는 일에서 시작한다”며 스스로를 ‘행성 사냥꾼’이라고 소개했다.

 




한정호 외계행성연구단장. 사진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지구형 행성 관측에는 중력렌즈관측법이 유리


사실 행성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행성은 태양 같은 별과 달리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어디선가 빛을 받지 못한다면 행성은 어둠에 묻혀, 있어도 없는 게 되는 셈이다.






칠레에 있는 세로 토롤로 천문대. 한 교수는 맨 오른쪽에서 두 번째에 있는 천문대를 임대해 천체를 관측하고 있다. 사진제공 외계행성연구단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여러 관측방법을 고안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시선속도측정법. 중심별과 행성은 어느 하나를 기준으로 도는 게 아니라 둘의 질량중심을 기준으로 각각 움직인다. 이 때 행성의 중력 때문에 중심별이 미세하게 움직이는데, 시선속도측정법은 이를 측정해 행성을 관찰한다. 2009년 4월 현재 발견된 외계행성 346개 중 95%정도가 시선속도측정법으로 관측됐다.

최근에 뜨고 있는 방법은 행성횡단관측법이다. 올해 3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쏘아올린 케플러망원경도 행성횡단관측법을 사용한다. 행성이 공전하다가 별을 가리는 현상을 관찰해 행성의 유무(有無)를 판단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지구와 비슷한 지구형 행성을 찾는 데에는 한 교수가 사용하는 중력렌즈관측법이 가장 유용하다. 중력렌즈관측법은 중심별과 행성의 중력이 볼록렌즈처럼 작용해 주변 빛을 휘게 만드는 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해 행성의 크기와 거리 등을 계산한다.





중력렌즈관측법이 지구형 행성을 발견하는데 적합한 이유는 간단하다. 앞선 두 방법들은 행성의 질량과 크기가 행성의 신호에 비례한다. 가령 질량이 100배 작아지면 신호도 100배 약해진다. 하지만 중력렌즈관측법에선 질량이 100배 작아져도 신호 세기가 10배 정도 줄어 감소폭이 적다. 중력렌즈관측법이 시선속도측정법이나 행성횡단관측법에 비해 질량과 크기가 작은 행성을 관찰하는 데 유리한 셈이다.

한 교수는 “질량이 작은 지구형 행성을 최초로 발견하는 건 중력렌즈관측법일 것”이라며 “시선속도측정법으로 이제 겨우 목성 크기 행성을 발견했는데 이 방법으로 지구만한 행성을 발견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지구는 목성 크기의 300분의 1이다.




지름 1.6m 망원경 3대 만들어 우주 관측해


연구단에선 중력렌즈관측법을 이용해 많은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1년에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논문만 10편 이상 발표한다. 지난 8월 17일 취재차 연구단을 찾았을 때도 5편 이상의 논문이 심사 중이었다. 6월에는 우리은하에서 약 1만3000광년 떨어진 목성형 행성을 발견해 천문학 분야 권위지인 ‘미국천체물리학회지’에 발표하는 성과도 올렸다.

지난해에는 태양계와 비슷한 외계 행성계를 찾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 교수가 참여한 한·미 공동연구진이 발견해 2008년 2월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이 행성계는 우리 은하에서 5000광년 떨어져 있고, 중심별의 질량은 태양의 50% 수준이다. 중심별을 공전하는 두 행성의 질량비와 거리비가 꼭 태양-목성, 태양-토성을 닮아 제2의 태양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심을 낳았다.







2013년까지 한 교수와 한국천문연구원은 지름이 1.6m인 망원경 3대를 만들 계획이다. 디자인(그림)은 이미 마친 상태고 내년 초부터 제작에 들어간다. 사진제공 외계행성연구단

연구단은 한국천문연구원과 함께 앞으로 5년 안에 지름 1.6m 크기의 우주망원경 3대를 제작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큰 우주망원경의 지름은 1.8m다. 연구단은 내년부터 제작에 들어가 2011년부터 1년 단위로 망원경을 만들어 각각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에 배치할 예정이다. 한 교수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KMTNet 프로젝트’다. 한 교수는 “칠레, 남아공, 호주의 시차가 각각 8시간이어서 24시간 관측이 가능하다”며 “예산 300억 원이 들어가는 거대한 프로젝트지만 2013년 이후에는 우리 스스로 외계 행성의 관찰부터 분석까지 모든 과정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단은 그동안 ‘마이크로펀’이란 공동 연구그룹에서 지름 1m 크기 우주망원경 3대와 40~50㎝ 소형 망원경 20여대를 동원해 우주를 관측해왔다. 하지만 한 교수는 망원경의 구경이 작아 정밀도가 떨어지고 넓은 우주를 동시에 관찰할 수 없어 한계로 생각해왔다. 2013년 이후에는 자력으로 외계를 정확히 관측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국민 자부심 불러일으킬 것


연구단은 천문학이 직접적으로 경제적 효과를 불러오지는 않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2000년대 초반에 왜 국민들이 황우석 박사에 열광했는지 생각해 볼 일이죠. 당장 내 생명을 구해줄 것 같으니까? 병을 앓는 사람들은 그렇다 해도 건강한 대다수 사람들은 왜 그랬을까요? 너무 자랑스러웠기 때문이죠. 이젠 우리도 세계와 떳떳하게 겨룰 수 있다, 이런 자부심을 국민들에게 안겨줬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일어난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황 박사를 향한 열망은 논문조작으로 얼룩졌지만, 한 교수는 적어도 천문학이 국민들에게 그런 자부심을 다시 한 번 줄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한다.

“제가 대학에서 공부할 때는 외계행성에 대해 배워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1990년대부터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천문학계에서 발표된 논문 5개 가운데 적어도 1개 이상은 외계행성에 관한 것일 정도로 주목받고 있어요. 아마 10년 후에는 우리 연구단이 이 분야에서 우뚝 서있을 겁니다. 두고 보세요.”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한 연구원이 컴퓨터를 이용해 관측자료를 분석하는 모습을 한 교수가 보고 있다. 천체관측자료는 정보량이 크기때문에 이를 분석하려면 빠른 처리속도가 필수다. 이 컴퓨터에는 CPU가 150개 장착돼 있다. 사진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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