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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발 맛대결 기계 vs 손


냉면, 칼국수, 라면, 자장면, 우동, 스파게티…. 면 요리의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최근에는 집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즉석면류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면 요리의 다채로움은 면 자체의 다양함에서 비롯한다. 재료가 되는 곡물 종류와 만드는 방식에 따라 외형뿐 아니라 씹히는 맛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밀가루로 만들었지만 우동과 스파게티의 면은 많이 다르다. 같은 냉면이라도 면이 뚝뚝 끊어지는 평양냉면과 가위로 한두 번 잘라 먹는 함흥냉면은 전혀 다른 맛이다. 쫄깃한 면발에 숨어 있는 과학을 제대로 맛보자.







씹는 부분 따라 식감 다른 도삭면


면 요리의 대가들을 만났다. 기계가 보편화된 요즘, 굳이 힘들게 손으로 직접 면발을 만드는 이유가 뭘까. 정말 기계면은 수제면의 맛을 따라갈 수 없는 걸까.

“저길 봐. 면이 날고 있어.”









도삭면은 가운데 부분이 갈고리에서 움푹 패인 부분으로 깎여 두껍지만, 양끝으로 갈수록 얇다. 덕분에 한 면에서 쫄깃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조리사의 어깨에 걸쳐진 반죽 덩어리에서 기다란 하얀 면들이 후드득하고 떨어졌다. 중국에서 온 슈리군 조리사의 손에 들린 도구라고는 납작하고 손바닥만 한 스테인리스 칼뿐. 그는 물컹한 밀가루 반죽은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 빠르고 깔끔하게 면을 깎아내 갔다. 이 면은 칼로 반죽을 도려내듯이 만든다고 해서 도삭면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면의 비행을 본 손님들의 마음은 벌써 요리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 오른다.

면요리 전문점 란주라미엔의 김재갑 사장은 “도삭면은 먹는 맛도 좋지만 보는‘맛’이 일품”이라며 “한 가닥 한 가닥 주방장이 만드는 진정한 수제면인 셈”이라고 말했다. 과연 맛은 어떨까. 먹어 보니 면이라기보다 수제비에 가까웠다. 스테인리스 칼날은 한쪽 끝이 갈고리처럼 튀어나와 있는데, 칼날과 갈고리 사이로 면을 도려내기 때문에 잘라낸 면의 단면은 가운데는 두껍지만 양쪽 끝은 비교적 얇다.

이 때문에 도삭면은 부분에 따라 씹는 느낌이 다르다. 또 면들이 반죽에서 떨어지는 동시에 끓는 물로 들어가는데, 먼저 들어가는 면은 많이 익고, 나중에 들어가는 면은 좀 덜 익게 된다. 하지만 김 사장은 “이 또한 다양한 면의 질감을 느낄 수 있는 도삭면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기계로는 만들 수 없는 재미와 식감이 도삭면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맛인 셈이다.






 



20시간의 숙성에 발로 치대는 우동


우동전문집 야마다야의 백철균 사장은 오후 손님이 몰려들기 시작하는 오후 5시가 되자 홀은 점원들에게 맡긴 채 슬쩍 일어나 가게 뒤편에 있는 지하실로 내려갔다. 내일 쓸 반죽을 미리 만들기 위해서다. 이렇게 미리 반죽을 만들어 놓으면 면을 만드는 내일 점심 때까지 거의 20시간을 숙성시킬 수 있다.

백 사장은 먼저 질 좋은 밀가루에 물과 소금을 넣고 손으로 치대기 시작했다. 힘을 더하기 위해 반죽 위에 비닐을 깔고 20~30분간 발로 밟았다. 알맞은 크기로 반죽을 나눈 뒤 저온에서 밤새 숙성시킨다. 반죽을 치대고 밟는 과정은 다음 날 아침에도 계속된다. 밤새 숙성시킨 반죽을 눌러 봤다. 손가락이 잘 들어가지도 않을뿐더러 누른 단면이 쏙 하고 다시 올라왔다. 쫀득할 정도로‘밀가루 속 단백질(글루텐)’ 조직이 치밀해졌다.

반죽을 밀대로 밀어 펴고 칼로 잘랐다. 서로 붙어 있는 면을 떼어내기 위해 면 끝을 잡고 도마 위로 탁탁 내리쳤다. 신기하게도 면이 끊어지지 않고 고무줄처럼 통통 튀어 올라왔다. 과연 손으로 만든 우동의 맛은 어떨까. 속부터 겉까지 면 전체가 쫄깃하고 탱글탱글한 수제 우동은 전혀 새로운 음식이라고 여겨질 만큼 맛있었다. 앞으로 고속도로 휴게실에 있는 우동은 못 먹을 것 같다.




진공 반죽부터 트리플롤러 공법까지


기계로 만든 면은 수제면의 맛을 따라갈 수 없을까.

기계면이 수제면에 비해 식감이 떨어진다고 하는 이유는 기계로 면을 뽑거나 반죽을 할 때 물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수제면이 물을 밀가루 양에 대해 40~50%정도 넣는다면 기계면은 30~35%를 넣는다. 그 이상 넣게 되면 반죽이 질어서 롤러에 들러붙는다. 물이 적어 뻑뻑한 상태에서 반죽을 눌러 면대(얇고 넓적한 밀가루 덩어리)를 만들면 탄력이 떨어지고 덜 쫄깃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 공장에서는 물 대신 수증기를 뿌리는 신형 혼합기계를 사용한다. 1분에 수천 번의 속도로 회전하면서 밀가루와 물을 섞는 이 기계는 물 대신 수증기를 뿌리기 때문에 수분이 한곳에 집중되지 않고 고르게 밀가루 속으로 침투할 수 있다. 또 일반 혼합기에 비해 물이 많이 들어가므로 한결 쫄깃하고 부드러운 반죽이 완성된다. 시중에 다가수숙성면이라고 판매하는 제품들이 이런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진공상태에서 반죽하는 공정도 있다. 진공에서는 공기방울이 빠져나가 밀가루와 물이 만나는 면적이 커지기 때문에 밀가루의 글루텐 조직이 더 치밀해진다. 당연히 면발도 더 쫄깃하다.

사실 기계라서 더 맛있는 면도 있다. 냉면과 쫄면처럼 만들 때 높은 열과 강한 압력이 필요한 면은 기계의 도움 없이 만들기는 어렵다. 풀무원에서는 면대를 3개의 롤러로 한꺼번에 눌러서 강한 압력으로 밀어내는 트리플롤러공법을 사용한다. 롤러가 2개인 일반 기계는 두서너번 눌러야 면대가 단단해지지만, 트리플롤러 장비는 한 번이면 충분하다.








기하급수적으로 가닥 수 늘어나는 수타자장면


긴 반죽 덩어리가 붕붕~ 공중에서 돌더니 휘리릭~ 어느새 꽈배기가 돼 툭 하고 떨어졌다. 중화요리 전문점 현래장의 이성갑 주방장은 “꽈배기 모양을 만들면 반죽의 결이 서로 교차돼 더 단단하고 치밀한 조직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주방장이 소다를 섞은 전분 가루를 반죽 위에 쓰윽 뿌렸다.

이 주방장의 양손이 공중에서 만났다가 떨어질 때마다 점점 반죽 가닥이 얇아지고 개수는 2, 4, 8, 16 식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공중에서의 만남 몇 번 만에 면발이 완성됐다. 면을 높이 들고 사진 촬영에 응하던 이 주방장은 “수타면 반죽에는 물이 많이
들어가 이렇게 들고 있으면 면이 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뚝뚝 끊어져 떨어진다”고 말했다. 만져 보니 반죽이 칼국수나 수제비용 반죽보다 훨씬 더 질었다. 물이 많으면 면은 부드럽고 쫄깃해진다.

소금은 밀가루 20kg에 한 주먹 정도로 많이 넣지 않는다. 수타면은 반죽을 치대는 과정에서 충분히 글루텐(밀가루 속 단백질) 조직이 치밀해지기 때문에, 소금을 너무 많이 넣으면 반죽이 되고 잘 늘어나지 않는다. 소금물의 이온들은 단백질 표면의 전하들을 중화시켜 글루텐 조직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35년 경력의 수타 장인이 뽑은 면발은 쫄깃하고 부드러워 ‘목 넘김’이 좋았다. 구석구석 손으로 치댄 면답게 오랫동안 상온에 둬도 붇지 않았다.




후루룩 국수와 우주라면의 비결


이제는 국수도 라면처럼 즐긴다. 식품회사 농심이 개발한 ‘후루룩 국수’와 ‘둥지냉면’은 라면처럼 면과 국물까지도 간편하게 조리하도록 만든 제품이다. 이를 위해 외형에도 살짝 변화를 줬다. 국수는 직선대신 꼬불거리는 면으로, 냉면은 일반적인 냉장면에서 건조면으로 탈바꿈했다. 모두 유통과정에서 부서짐과 성분의 변질을 막기 위해서다.

라면은 우주에서도 통하는 음식이다. 지난해 4월 이소연 박사가 우주로 여행을 떠났을 때 챙겨간 음식 중에는 라면도 들어 있다. 이 우주라면은 지난해 2월 정읍방사선과학연구소 이주운 박사팀이 농심과 공동 개발한 제품으로 분말수프가 뿌려진 채 포장된 형태로 개발됐다. 지상에서처럼 후루룩 젓가락으로 면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데운 물을 포장지 안으로 넣어 빨대로 빨아 먹게 했다. 국물이 있는 라면이라기보다는 비빔면에 가깝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맛이다. 지상과 달리 중력이 거의 ‘0’인 우주에서는 혈액과 세포액이 허리 위로 올라와 코와 목이 부으면서 맛과 향을 느끼는 신경이 무뎌진다. 또 평형감각을 잃어 생기는 우주멀미도 식욕을 떨어뜨리는 데 일조한다. 따라서 우주인의 식욕을 돋우기 위해 우주라면은 매콤한 맛이 강하게 나도록 했다. 또 우주공간에서 공급되는 뜨거운 물의 온도는 70℃ 정도로 지상에 비해 낮기 때문에 낮은 온도에서도 쉽게 면이 익을 수 있도록 특수제작했다.

 

 

 

 

 



| 글 | 김윤미 기자 ㆍymkim@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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