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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연구단]“신경세포의 몽블랑 산에 오를 것”

[여기에 오기까지]건축에서 신경세포로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소년의 꿈은 건축가였다. TV에서 웅장한 건축물을 볼 때면 가슴이 설??다. 소년에게 건축은 하나의 건물 이상이었다. 멋진 건물에는 아름다운 겉모습 외에도 공학적인 수식과 인문사회학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여겼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갑작스레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혈압이 문제였다. 너무도 슬펐다. 소년은 생각했다. 건축 외에도 중요한 학문이 있구나.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해보자. 소년은 약대에 진학했다. 시냅스생성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KAIST 생물과학과 김은준 교수는 그렇게 생명과학과 연을 맺었다.

약대에 입학한 김 교수는 자연스레 신경과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전체 약의 20~30% 정도가 중추신경계, 말초신경계와 작용하는 만큼 비중도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한국에서는 신경과학을 다루는 연구실을 찾아볼 수 없었다.





김은준 시냅스생성연구단장. 사진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1986년 부산대 약대를 졸업했지만 신경과학에 대한 미련이 남았다. 1988년 KAIST 응용미생물학연구실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3년 반 동안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도 그 미련은 쉽게 버릴 수 없었다.

“유학을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보니 암 연구도 해보고 싶더라고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있을 때인데, 선임연구원이 자기 지도교수의 말이라면서 앞으로 신경과학과 발생학이 발전할 분야라고 귀띔해주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선견지명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주목받는 줄기세포도 발생학에 들어가거든요. 어쨌든 신경과학에 좀 더 관심을 뒀던 터라 그 길을 걷게 됐습니다.”




[어려움을 넘어]몽블랑 산의 초입에 들어섰을 뿐


길이 언제나 평평한 건 아니다. 특히 ‘극한의 경쟁’이 이뤄지는 신경과학 분야는 더욱 그렇다. 언제 어디서 다른 연구 그룹이 나타나 자신을 추월할지 모르는 상황. 하루 차이로 그간 피땀 흘려 연구한 논문이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김 교수도 한 번 ‘데인’ 적이 있다.

2006년 김 교수는 생쥐의 뇌에서 신호전달과 관련 있는 ‘살름(SALM)’이란 새로운 단백질을 발견해 국제학술지 ‘뉴런’에 논문을 냈다. 뉴런 측은 연구결과를 좀 더 보강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사이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진이 이 단백질에 ‘세모(SEMO)’라는 이름을 붙여 ‘신경과학저널’에 먼저 발표했다. 뉴런 측은 결국 단백질 이름을 세모로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지금까지도 그 단백질은 살름 보다 세모로 더 많이 불린다.

하지만 김 교수는 “현재 모습은 마치 백사장의 얕은 물에서 서로가 치고 박고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이미 알려진 좁은 영역 안에서 엎치락뒤치락 한다는 것이다.

“신경과학자들은 현재 인간이 신경계를 이해하는 점수가 100점 만점에 2점이라고 말해요. 그만큼 모른다는 겁니다. 블루오션이 있는 건 분명한데 어디를 뒤져야 블루오션이 나오는지 알 지 못하는 거죠. 그러다보니 이미 알려진 곳에서 경쟁이 치열한 거구요. 미국 신경과학회장을 지낸 데니스 최 박사님은 이렇게 말한 적도 있습니다. 신경계를 완벽히 이해하는 것을 스위스 몽블랑 산의 꼭대기에 오르는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해발 100m에 와 있다.”




신경세포 안으로 신호가 들어오면 세포의 전하량이 미세하게 변한다. 한 연구원이 신경세포의 전위차를 관찰하고 있다. 사진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그만큼 신경과학 분야엔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 무궁무진하다. 치열한 경쟁이 스트레스지만 스트레스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몽블랑 산의 고도는 해발 4807m다.



[나의 성공담]세계에서 두 번째로 시냅스접착단백질 발견
우리 몸에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다. 각 신경세포는 보통 시냅스 1만개 정도를 갖는다. 다시 말하면 신체 내에는 약 1000조 개의 시냅스가 있다는 말이다.

시냅스는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와 신호를 주고받는 다리 역할을 한다. 폭은 0.5~1㎛(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이 작은 공간에서 수많은 신호가 오가며 우리 몸의 반응과 활동을 조절한다.

김 교수는 시냅스를 유지하고 변화시키는데 PSD95 단백질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이를 연구 중이다. 또 목적지에 올바르게 신호가 전달되도록 돕는 신경세포접착단백질(CAM), 시냅스를 만드는 시냅스접착단백질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올해 4월 새로운 시냅스접착단백질 NGL3과 LAR 한 쌍을 발견해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시냅스는 신호를 전달하는 쪽에 있는 단백질과 신호를 받는 쪽의 단백질이 만나 만들어진다. 자신에게 맞는 짝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전까지는 1995년 미국 스탠퍼드대 토마스 스투호프 교수가 발견한 뉴렉신과 뉴롤리긴 단백질 한 쌍이 전부였다.


이에 앞서 2005년에는 IRSp53이라는 신경세포접착단백질의 메커니즘을 ‘신경생물학저널’에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신경세포접착단백질은 100여 종. 그 중 김 교수는 IRSp53와 함께 10여 종을 발견했다.




0.5~1㎛폭의 미세한 공간 ‘시냅스.’이를 통해 신경세포는 신호를 전달한다.


[시냅스연구의 미래상]치매 등 퇴행성 신경질환 치료할 것


시냅스는 정신지체나 퇴행성 신경질환과 깊이 연결돼 있다. 엉뚱한 신경세포끼리 시냅스가 만들어지면 원래 신호가 전달되지 못한다. 그러면 정신지체나 자폐증을 앓을 수 있다. 최근에는 치매의 원인을 시냅스에서 찾기도 한다.

“신경세포는 분화하지 않고 한 번 없어지면 다시 생기지 않아요. 특히 신경세포 간에 신호전달이 원활하지 않으면 해당 신경세포는 사멸합니다. 시냅스도 없어지는 거죠. 실제로 원숭이에서 증명된 건데,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직전에 시냅스 수가 50% 정도로 확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어요. 이전에는 단백질 문제로만 치매를 설명하려고 했는데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는 거죠.”

김 교수는 시냅스 연구가 잘 이뤄지면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씨가 앓고 있는 신경퇴행성 질환인 파킨슨 병 등도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몽블랑 산을 오르기 위해 힘든 발걸음을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내딛고 있는 셈이다.




시냅스는 [대화의 길]이다
두 개의 신경세포 간에 있는 미세한 빈 공간. 시냅스다. 각 신경세포는 이 공간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다. 그래서 시냅스는 물리학적으로는 떨어져 있지만 신경학적으로는 연결돼있는 공간이다. 신경세포의 대화가 오가는 길인 셈이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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