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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리카 밀림 속 신약 물질 찾아라”

세계 생물종 중 4%인 50여만 종 살고있어


《남미 코스타리카의 수도 산호세에서 서북쪽으로 차로 1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산골 마을 ‘산후안수루’. 그곳에서 만난 리디에트 바르가스 씨(55·여)는 어렸을 적 쓰던 전통 약용식물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며 짙은 아쉬움을 내비쳤다. 손녀가 어른이 될 때쯤이면 토종 약용식물을 쓰는 전통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까 염려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진경 연구원(32·여)은 아시아의 낯선 나라에서 온 반가운 손님이었다.》






사진



 

○ 코스타리카판 ‘동의보감’


생명연 산하 한-코스타리카 생물소재연구센터(KCBRC) 소속인 노 연구원은 2007년 코스타리카에 도착했다. 그녀는 도착하자마자 4개월 동안 직접 농민들과 함께 산속을 헤치며 식물을 채집하고 그들이 알려주는 이름과 효능을 받아 적었다. 이렇게 해서 식물 119종의 학명과 처방법 등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지난해에는 본부 격인 생명연 해외생물소재허브센터 연구원들과 공동으로 코스타리카 식물 50종의 정보를 담은 책도 발간했다. ‘코스타리카판 동의보감’인 셈이다. 정혁 해외생물소재허브센터장은 “코스타리카에서는 현지 과학자마저도 전통 의학을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전통 약용식물을 널리 사용하고 현대 의학과 잘 접목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코스타리카의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연구원들은 식물을 채집하기 위해 ‘인디아나 존스’의 한 장면과 비슷한 이곳의 밀림을 숱하게 들어선다. 긴팔과 긴 바지 차림에 장화와 장갑까지 단단히 차려입은 연구원들은 밀림을 헤매면서도 식물을 찾기 위해 매서운 눈초리로 바닥을 살핀다. 연구팀은 한 번 탐사에 보통 2kg의 식물을 채집한다. 약효가 다양하고 좋은 꽃이나 잎 위주로 2kg씩 따 모으려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봤자 한국으로 보낼 추출물은 5, 6g에 불과하다. 식물은 잘게 잘라 1주일 정도 말린 뒤 추출물을 뽑아낸다.




○ “과학외교로 새로운 양국 관계 열 것”


센터는 지난해 300종, 올해는 250종의 식물을 채집해 추출물을 만들었다. 이 가운데 암이나 천식 등에 효능이 확인된 30여 가지 물질은 코스타리카 연구원들과 공동 연구하기로 했다. 오일찬 KCBRC 공동센터장은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도 중국에서 오랫동안 감기에 써 온 ‘팔각’이라는 식물을 주원료로 만든다”며 “한국과 코스타리카가 함께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코스타리카는 한국의 절반 넓이도 되지 않지만 세계 생물 종의 4%를 차지하는 50여만 종의 생물이 살고 있다. 서쪽엔 태평양, 동쪽엔 카리브 해, 그리고 남북 아메리카를 잇는 지역에 있어 생물자원만 보면 천혜의 보고나 다름없다. 한국은 아시아 나라로는 처음으로 코스타리카와 생물자원 발굴 및 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한국은 코스타리카의 풍부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고, 코스타리카는 자국의 자원을 활용하는 기술을 전수받고 있다.

애나 구에바라 KCBRC 공동센터장은 “한국의 앞선 유전정보처리기술은 코스타리카의 생물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꼭 필요하다”며 “식물뿐 아니라 미생물까지 협력 분야가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권태면 주코스타리카 대사도 “과학자들의 연구 교류가 두 나라에 ‘과학외교’라는 새로운 통로를 열 것”이라고 기대했다.

 

 

 

 

 



산후안수루=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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