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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옷 여성 가장 매력적

스포츠, 호감과 암기력 영향 미치는 붉은색


2004년 8월 30일, 아테네 팔리로스포츠센터. 아테네 올림픽 남자 80㎏ 이상급 결승에서 한국의 문대성(붉은 보호 장구)선수와 그리스의 알렉산드로 니콜라이디스 선수가 맞섰다. 팽팽한 긴장감이 무대를 감쌌다.

앞차기를 시도하며 니콜라이디스 선수가 다가오는 순간 문 선수의 왼발이 전광석화처럼 날라들었다. 왼발 뒤후리기는 니콜라이스 선수의 얼굴을 정확히 타격했다. 문 선수의 KO승. 한국의 9번째 금메달이었다. 상황을 바꿔보자. 만약 문 선수가 파란 보호 장구를 착용했더라면 경기의 승패는 어떻게 됐을까.






2004년 아테네 올림칙 80kg 이상급 결승전 장면. 붉은 보호 장구를 착용한 문대성 선수가 발차기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태권도 시합에서 이기는 꼼수?


보호 장구의 색깔 차이로 문 선수가 졌을 것이라 예상하기는 힘들지만 이겼을 것이라 장담하기도 어렵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경기의 승패는 선수 능력 외에도 보호 장구나 유니폼의 색깔에 영향 받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영국 더럼대 인류학자인 러셀 힐 연구팀은 2005년 5월 “아테네 올림픽 종목 가운데 권투, 태권도,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레슬링 자유형 등 4개 격투기 종목의 승패를 비교한 결과 붉은 보호 장구나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승률이 높았다”고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의 분석결과 이들 4개 종목 21경기에서 유니폼이나 보호 장구 색깔이 무작위로 배정됐음에도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의 승률이 55%로 절반을 넘었다. 붉은색의 승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태권도였다. 선수의 실력이 서로 비슷하면 붉은색 유니폼의 승률은 60%로 올라간다는 것.

이는 다른 연구에서도 증명됐다. 독일 뮌스터대 연구진은 42명의 태권도 심판에게 기량이 비슷한 선수들 간의 경기를 보여줘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컴퓨터로 선수들이 입고 있던 보호 장구의 색을 뒤바꾼 다음 다시 같은 경기를 보여주고 평가하도록 했다. 그 결과 붉은 보호 장구를 착용한 선수가 평균 13%정도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연구를 주도한 노베르트 하게만 박사는 “기량이 비슷할 경우에는 외적으로 보이는 색의 차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해 ‘심리과학’ 8월호에 실렸다.




적색효과는 선천적? 후천적?


붉은 유니폼을 입거나 보호 장구를 찬 선수들의 승률이 높은 이유는 뭘까. 그 원인은 선천적일까, 후천적일까.

어떤 이들은 붉은색이 다른 색에 비해 눈에 잘 띄기 때문에 경기에 유리하다고 말한다. 축구를 예로 든다면, 멀리 있어도 잘 보이기 때문에 쉽게 패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적인 해석도 있다. 붉은색은 인류사회에서 경고, 공포, 공격 같은 의미를 갖기 때문에 심리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눈에 잘 띄는 만큼 반칙도 더 잘 보이기 때문에 ‘가시성’은 정확한 원인이 될 수 없다. 후천적으로 학습된 것이란 주장에 대해 197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생태학자 니코 틴버겐 박사는 약 60여 년 전 자신이 키우던 큰 가시물고기가 보인 행동에 주목했다. 창밖에 주차된 붉은 우편배달차량을 보고 물고기가 머리를 낮춰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던 것. 이 일화는 ‘적색효과’가 선천적이라는 주장에 손을 들어준다.





실제 호주 맥콰리대 연구진은 호금조를 이용해 이를 증명했다. 호금조의 머리 깃털 색깔은 크게 두 가지다. 붉은색은 우성, 검은색을 열성으로 분류한다. 연구진은 먼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호금조 새끼들을 각각 우리에 가둬 얼마간 키웠다. 얼마 지난 후 머리 깃털에 빨강, 파랑, 검정 등 페인트를 칠해 원래 갖고 머리 깃털의 색을 바꿨다. 그 다음 두 마리씩 우리에 넣고 20분마다 먹이를 주었다.

놀랍게도 먹이의 대부분은 붉은 깃털을 갖고 있는 호금조 새끼가 먹었다. 연구진은 “머리 깃털의 색이 원래 붉은색이든 페인트로 칠해 붉은색이 됐든 상관없이 붉은 머리깃털을 가진 새끼에게는 다른 새끼들이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 달려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붉은색을 띄는 적수와 마주한 새는 파랗거나 하얀 적수와 마주칠 때보다 스테로이드호르몬의 일종인 ‘코티코스테론’을 58% 더 많이 분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색효과는 학습의 결과도 아닐뿐더러 호르몬 분비를 즉각 촉진시킬 만큼 본능적이란 것이다.




호금조 사진. 머리 깃털의 색이 붉은 게 우성, 검은 게 열성이다.


남자 마음 얻으려면, 암기 잘 하려면?


붉은색은 이외에도 남녀 간의 호감이나 암기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로체스터대학 앤드류 엘리엇 교수팀은 남자 대학생 100명에게 여자들의 사진을 보여준 다음 누가 제일 매력적인지 묻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실험자들은 같은 여성 사진을 보여줘도 사진틀의 색이 흰색, 녹색일 때보다 붉은 색일 때 가장 매력적이라고 답했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해 11월 ‘인성과 사회심리학 저널’에 실렸다.







남자에게 예쁘게 보이려면 어떤 구두를 신어야 할까. 연구결과에 따르면 같은 여성의 사진이라도 배경의 색깔에 따라 호감도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들은 붉은색을 바탕에 둔 사진을 가장 매력적이라고 꼽았다. 붉은색이 호감도를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또 지난 2월 ‘사이언스’에는 빨간색이 암기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됐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진은 각각 빨강과 파란 배경에 적힌 36개의 단어를 2분 동안 208명에게 보여준 다음 20분 뒤에 이들이 기억하는 정도를 알아봤다. 빨간 바탕에 쓰인 단어를 본 사람들은 평균 10~21개 단어를 외운 반면 파란 바탕에 적힌 단어를 본 사람들은 그보다 적은 6~17개를 기억했다. 연구진은 “색깔은 사람에게 미치는 효과가 있다”며 “주의력이 필요한 일을 할 때는 빨간색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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