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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연구단 공동기획]새로운 표준모델에 도전한다

이원종 격자게이지이론연구단장


물질의 기본 단위는 무엇일까. 원자다. 원자는 핵과 전자로 이뤄져있다. 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나뉜다. 이들의 크기는 1fm(페르미·1fm은 100조 분의 1m). 너무 작아 얼마나 작은지 감을 잡지 못할 정도지만 양성자와 중성자는 또 다시 쿼크와 글루온으로 나뉜다. 원자가 물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라면 쿼크와 글루온은 ‘최소 단위’인 셈이다.

최소 단위를 찾는 일은 물리학자들의 오래된 염원이었다. 최소 단위들의 물리적 성질을 이해하고 이들 입자가 어떤 힘으로 결합하는지 알면 원자나 분자의 상호작용뿐 아니라 우주의 탄생까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숱한 노력 끝에 물리학자들은 모든 최소 단위를 찾아냈다. 그러자 ‘이들 입자가 어떤 힘으로 서로 작용할까’ 하는 의문이 남았다.

입자들은 어떤 종류의 힘을 이용해 서로 결합하거나 떨어지고 영향을 미친다. 물리학은 자연에 존재하는 4가지 힘을 찾아냈다.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이다. 사과나무에서 떨어진 사과가 위로 솟구치지 않고 땅으로 떨어지는 건 중력의 영향을 받아서다. 전자가 원자핵을 중심으로 일정한 궤도를 도는 것은 전자기력 때문이고, 약력은 핵분열 현상을 일으킨다. 그렇다면 쿼크와 글루온은 어떤 힘으로 서로 결합해 있을까. 바로 마지막 남은 힘, 강력이다



이원종 격자게이지이론연구단장. 사진 제공 격자게이지이론연구단



“중력, 전자기력, 약력과 달리 1970년대까지 쿼크와 글루온이 어떻게 결합하는지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없었어요. 1973년에야 강력을 설명해주는 양자색소역학(QCD)란 이론이 등장했죠. 당시로서는 ‘쇼킹한 사건’이었습니다.”

QCD 이론은 전자기력에 음전하와 양전하가 있듯 쿼크에는 3가지 다른 색소 전하가 있으며 이들로 인해 힘(강력)이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격자게이지이론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이원종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이를 이용해 양성자와 중성자의 물리적 성질, 쿼크와 글루온의 상호작용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오차율 2%가 목표”
연구단에서는 16대의 컴퓨터를 이용해 쿼크 등의 물리적 특성을 계산한다. 연구단은 전산용 그래픽 카드(GPU)를 이용해 처리할 수 있는 양을 컴퓨터 한 대당 1테라플롭 수준으로 높였다. 1플롭은 컴퓨터가 1초당 덧셈, 뺄셈 등 사칙연산을 1번 하는 것을 말한다. 연구단의 컴퓨터는 1초에 1조번을 계산하는 셈이다.

“향후 5년 안에 현재 16테라플롭 수준에서 100~200테라플롭 수준으로 처리속도를 높일 생각입니다. 그 때쯤이면 계산의 오차율이 2% 정도 될 거라고 봐요. 지금은 5%에요.”

장비가 비싸기 때문에 쿼크에 대한 연구는 주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선진국에서 활발하다. 이들은 미시세계를 밝히겠다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지만 계산하는 방법은 각기 다르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스태거드 페르미온(SF)과 도메인 월 페르미온(DWF). 미국 부룩해븐국립연구소(BNL)와 컬럼비아대에서는 DWF를 이용해 연구한다. 미국 페르미 연구소나 영국과 미국 코넬대 공동연구그룹인 HPQCD 등은 SF를 사용한다. 각 방법마다 장단점이 있다. SF가 200배 정도 계산이 빠른 반면 DWF는 분석을 하기가 쉽다.




격자게이지이론연구단의 컴퓨터. 이 컴퓨터는 1초에 1조번의 사칙연산 계산을 할 수 있다. 사진 제공 격자게이지이론연구단
세계 최초로 고안한 SF 분석틀, 이젠 세계 표준
이 교수는 미국국립과학원(NAS) 교수로 있던 1999년 SF 방법으로 계산된 결과를 분석하는 ‘틀’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미국물리학회에서 발행하는 ‘피지컬 리뷰D’에 발표했다.

“복지제도를 만든다고 생각해봅시다. 각 사람마다 자기가 처한 상황이 다르지 않겠어요. 보행이 불편한 사람에겐 수월히 움직이게 돕고 일자리가 없는 사람은 취업지원에 중점을 둔 개인맞춤형 복지제도가 있으면 사람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마찬가지에요. 여러 분석 방법이 있지만 SF에만 딱 맞는 분석틀을 개발한 거죠.”

당시 쿼크의 물리적 특성을 계산하는 방법의 오차율은 10%가 최고 수준이었다. 이 교수가 개발한 분석틀은 오차율을 5%로 절반이나 낮췄다. 10번에 1번 틀릴 확률을 20번에 1번 틀릴 확률로 ‘확’ 낮춘 것. 현재 이 방법은 SF 방법을 이용하는 연구그룹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다. 이 교수는 “학계에선 일종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1년 후 이 교수는 글루온이 여러 개 뭉쳐 생긴 글루볼의 존재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증명했다. 그간 학계에서는 글루볼이 있을 것이라 짐작은 했지만 쿼크 입자와 성질이 비슷해 실험적으로 구분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피지컬 리뷰D’에 발표한 이 연구결과는 현재 136회나 다른 학자들에게 인용됐다.




“표준모델 새로운 도전”
물리학에서는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을 다 포함하는 표준모델로 세계를 해석한다. 하지만 뉴턴의 역학이 우주를 설명하는 데는 맞아도 원자 수준의 미시 세계를 설명하지 못했던 것처럼 지금 쓰이는 표준모델 역시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학계는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강력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표준모델이 정확히 맞는 건지 안 맞는 건지 몰랐어요. 하지만 컴퓨터가 급속도로 발전해 이전에 계산치 못했던 것도 할 수 있게 됐어요. 표준모델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고 있는 셈이죠.”




● 이원종 교수 약력
1984~1988 : 서울대 전자공학과 학사
1989~1991 : 미국 프린스턴대 응용물리학과 박사과정
1991~1995 : 미국 컬럼비아대 물리학과 석·박사
1995~1997 : 미국 IBM 연구소 박사후연구원
1997~2000 : 미국 국립과학원 박사후연구원·교수
2001~현재 :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2009~현재 : 격자게이지이론연구단장







격자게이지이론연구단. 박사과정 3명, 석사과정 8명 등 총 11명이 연구를 진행한다. 사진 제공 격자게이지이론연구단


격자게이지이론연구단은?


‘절장보단(絶長補短).’ 긴 것을 잘라 짧은 것을 보충한다는 뜻이다. 장점으로 단점을 덮는다는 것. 이 교수의 지도방침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간다.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한다.

“먼저 학생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려고 하죠. 어떤 학생은 컴퓨터를 잘 다루지만 상대적으로 이론에 약한 학생이 있고 다른 학생은 그 반대일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컴퓨터와 이론에 관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내줘요. 장점은 끌어올리고 단점은 따라가라는 뜻이죠.”

이 교수 연구실 한편에는 몇 권의 ‘학생지도철’이 있다. 그는 학생들을 면담할 때마다 지도철에 상담내용을 기록하고 다음 상담할 내용을 정리해둔다. 연구를 하면서 겪는 어려움 외에도 우울증 등 상담내용은 다양하다. 학생들을 이끄는 ‘선생님’이자 같이 연구하는 ‘동료’인 셈이다.

박사과정 3명, 석사과정 8명으로 구성된 연구단은 올해 4월 창의적연구진흥사업단에 선정됐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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