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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기지 문제 장기간 스트레스가 근본 원인"




세종기지 대원 2명이 세찬 눈보라를 뚫고 기지를 순찰하고 있다. 남극의 겨울철인 3∼9월은 이들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다. 사진 제공 극지연구소

 

 


전문가들, 극지연구자 생활 환경 개선 필요


극지 의학 전문가들은 세종기지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이 자칫 대원 개인적 특성에서 온 문제로 오인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영하 30도가 넘는 극한 추위 속에서 6개월 가까이 밀폐된 기지 안에서 집단 생활하는 과정에서 일반인들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고려대 극지의학연구회 강윤규 회장(재활의학과 교수)은 “심리적 압박에서 장기간 갇혀 지내다보면 정상인들도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앞으로 대원들이 스트레스를 최소한으로 받도록 체계적인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세종기지 월동 대원들에 대한 건강관리 뿐 아니라 심리 정신적 부분에 관리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세종기지에서 월동을 마치고 돌아온 대원들의 심리적 상태는 세상일에 초탈해지거나 인격적인 파탄을 겪는 등 두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한 부류는 마치 도를 닦고 온 듯 세상을 달관하는 태도를 보이고, 다른 한 부류는 완전히 인격에 상처를 입고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사회적 관계를 끊은 채 제한된 공간에서 장기간 집단 생활하는 집단에서 나타나는 심리 현상이다.
실제로 월동 기간 중 대원들은 바깥출입을 삼간 채 숙소에 머물며 연구를 하거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위성을 통해 인터넷을 하지만 속도가 느려 주로 채팅이나 e메일을 주고받는 정도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아무리 신체 건강한 남성이라도 스트레스가 크게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파견된 월동대 주치의부터는 고려대 병원에서 9주간 훈련을 받으면서 심리 정신 상담 교육을 받아왔다. 현재 머물고 있는 주치의도 이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고려대 의대 김한겸 교수는 “9주라는 시간은 현지의 급박한 상황에 대비한 응급의학, 외과학, 내과학을 배우기도 힘든 짧은 시간”이라며 “정신 심리 상담은 3~4년 이상 장시간의 전문지식을 습득해야 할 수 있는 전문 분야이다 보니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세종기지를 20년간 운영해오면서 대원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은 물론 육체적인 건강 문제를 다룬 연구가 거의 없다보니 이 같은 문제에 대응하기 힘들다는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향후 대원 파견에 중요한 판단 기준을 만들 수 있는 대원들의 심리 상태 변화조차 파악하시 못하고 있다는 것. 세종기지에 파견된 주치의가 의사로서 권한은 물론 전문성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도 개선될 점으로 지적된다.





한 관계자는 “세종기지에서 직원들이 심리적 갈등을 겪어도 이를 조정하는 권한을 비전문가인 월동대장이 아니라 의학적 전문성을 갖춘 주치의에게 주는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 등 남북극 기지에 의사를 파견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경우 주치의에게 건강상 문제나 심리적 갈등이 있을 때 이를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극지연구소와 극지의학연구회측은 내년 중 기지 대원들이 국내 가족들과 화상 대화를 할 수 있을 수준으로 인터넷 속도를 끌어올리는 한편 월동대로 뽑힌 대원들의 심리상태를 출국 전부터 모니터링하는 것을 올해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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