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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용 원자로 1호기는 천덕꾸러기?




1995년 가동을 멈춘 트리가 마크 2 원자로 외부 모습. 올해 초 제염작업을 모두 끝내고 한전으로 관리감독권을 이전하기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보존 결정 났지만 여전히 논란…이달초 마개 역할 정화수 새기도


서울 노원구 공릉동 한전 중앙연수원 부지에 있는 국내 최초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 마크2에서 이달 초 물이 새는 사고가 발생해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 원자로는 1995년 가동을 멈췄지만, 방사능 물질을 없애는 제염작업이 끝난 뒤에도 핵심 부위 등은 여전히 방사능을 띠고 있다. 인근 주민들도 반복해서 터지는 사건 사고에 방사능이 유출될 가능성이 없다는 정부의 설명을 좀처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방사능 섞인 물 10분의 9 사라져


이달 15일 원자로 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트리가 마크2의 원자로에 채워져 있던 정화수 대부분이 감쪽같이 사라진 사실을 발견했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깊이 6m정도이던 수심이 0.7~0.8m까지 내려간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정화수 중 13.5t이 액체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로 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다. 이 시설은 만에 하나 원자로에서 냉각수 등이 유출될 것을 대비해 만든 시설이다.

교과부 원자력국의 한 관계자는 “빠져나간 정화수는 제염 작업이 끝난 원자로 수조를 채우고 있던 물”이라며 “원자로가 지어진지 50년이 넘으면서 노후한 파이프에서 물이 샌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조 물의 방사능 농도는 원자력 법령에 따른 외부 배출기준의 100분의 1 이하인 것으로 나타나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리가 마크2 원자로에서 핵연료가 있었던 부위나 물이 빠져나간 일부 원자로 용기에는 아직까지 소량의 방사능이 남아있는 상태다. 정화수는 원자로 용기에 남아있던 방사능이 빠져나오지 않도록 막아주는 마개 역할을 해왔다. 원자력연구원 제염해체기술개발부 정운수 부장은 “소량이지만 방사선이 빠져나오지 않도록 수조에 정화수를 넣어 완전 보존하려던 원래 계획을 바꿔 물을 완전히 빼낸 뒤 차폐 덮개를 덮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963년 당시 서울 근교 신공릉리(현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건설된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 마크 2. 한국 원자력 연구에 효시를 당겼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원자로 원형 그대로 보존키로
트리가 마크2는 1959년 당시 서울 노원구 공릉동 소재 원자력연구소(한국원자력연구원의 전신)에 설치된 한국 최초의 연구용 원자로다. 미국 제너럴아토믹사에서 도입한 이 원자로는 1962년 본격 가동을 시작해 병원에서 쓰이는 질병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고 각종 원자력 연구에 활발히 활용돼 왔다. 1972년에는 같은 용도로 트리가 마크3가 본격 가동됐다.

정부가 국내 연구소들을 대전 대덕연구단지로 옮기면서 1985년 원자력연구소도 자리를 옮겨야 했다. 그러나 콘크리트 등으로 견고하게 설치된 원자로를 분해해 옮길 방법이 없었다. 결국 한전 측에 원자로를 완전해체해 없애는 조건으로 전체 부지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트리가 마크3는 방사능 오염원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쳐 철거작업에 들어가 2005년 완전 해체된 뒤 터만 남은 ‘그라운드 제로’가 됐다.





원자력발전의 산 증거인 트리가 마크3가 사라지기 시작하자 2000년 과학계 인사 50여 명이 나서 ‘연구용원자로보존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채영복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과 박긍식 한국과학문화연구원장 등 원로들이 주도했다. 이들 인사들은 2006년 마지막 남은 트리가 마크 2가 철거될 위기에 처하자 “과학 유물로서 가치가 크다”며 철거에 반대해 왔다.

보존 추진위원회측은 2007년 “남아 있는 트리가 마크2는 가칭 ‘원자력과학문화재’로 지정해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는 취지의 건의문을 정부에 건의했다. 그러나 한전과 한국원자력연구원측은 지자체와 주민들에게 기피시설인 원자로를 도심 한복판에 원형 보전하는 것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트리가 마크2의 관리 책임의 주체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로 부지는 한전 소유로 돼 있다. 하지만 그해 11월 과학기술부와 산업자원부, 한전이 결국 트리가 마크2를 원형 보존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원자력 연구 산실에서 법적 지위 잃은 천덕꾸러기로


원자력계 인사들은 원자로를 비롯해 핵심 시설을 제염처리한 뒤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트리가 마크2는 올해 초 원자로와 주변 시설에 붙어 있는 방사능 물질을 닦아내는 제염 작업을 모두 마쳤다. 하지만 원자로 안과 핵연료 관련 시설은 아직도 방사능을 띠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분열 과정에서 나온 중성자에 장기간 노출된 부품이 방사능을 뿜는 물질로 바뀐 것으로, 전문가들은 제염기술로 제거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원자로를 가짜가 아닌 실물로 원형 상태를 보전하려면 그만큼 어려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정화수도 원자로가 가동될 때와 가급적 똑같이 보이게 하기 위해 주입했다가 유출된 것이다.





원자로를 유물로 보존하는 데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이에 대한 법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교과부는 올해 초 제염처리가 모두 끝난 뒤 폐 원자로의 법적 지위를 변경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원자로 시설을 다른 용도 시설로 변경하는 사례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초기 원자력계가 제시한 ‘원자력과학문화재’라는 개념은 법적인 근거가 없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방사선을 쪼여 ‘코발트60’ 같은 동위원소를 만들거나 취급하는 ‘동위원소 시설’로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그사이 한국 원자력발전의 선구자 역할을 한 트리가 마크2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인근 주민과 시민단체는 기피시설인 원자로의 완전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이 사고에 앞서 지난해엔 중앙연수원 내 한 건물에 연구로 1,2호기 해체 과정에서 나온 중저준위 폐기물 1163드럼을 보관해오다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2010년 경주 중저준위 방사능폐기물처분장으로 옮겨질 예정이던 이 폐기물 드럼은 처분장 완공이 늦어지면서 2012년에나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경주 처분장이 완공되기 전에 임시저장시설을 마련해서라도 연구용 원자로 1,2호기의 폐기물을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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