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척박사 연구소

척척박사 연구소과학이야기제목별로 보기해설이 있는 과학

해설이 있는 과학

최신 소식 속에 담긴 다양한 과학정보에 대한 해설입니다.

한국인 항공부문 총책임자가 전하는 NASA의 모든 것




NASA 항공연구 총책임자 신재원 박사

 

 


NASA 신재원 박사 인터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주력하는 첨단 항공 연구 분야는 ‘미래형 관리체계’와 ‘친환경 항공기’ 개발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크게 모아집니다. 정보기술(IT)가 발전한 한국은 신개념 항공 전자공학 분야에 진출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항공연구부문 총책임자(국장보)인 신재원 박사는 미래 항공 교통의 트랜드와 한국의 항공시장 진출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2월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NASA의 서열 3위 자리에 발탁된 신 박사는 24일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제3회 세계 한인의 날(10월 5일)을 맞아 외교통상부의 재외동포 저명인사 초청 강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미국의 항공 교통량은 20년 안에 지금보다 2~3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미국의 항공 관리체계는 포화상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NASA는 지상 레이더로 항공기 궤적을 추적하는 현재 방식으로는 폭증하는 항공 교통량을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 항공기 이용 횟수가 크게 늘어나고 급격한 날씨 변동이 겹칠 경우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NASA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공기 조종사들을 그물망처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차세대관제시스템(ADS-B)을 개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는 ‘녹색항공(Green Aviation)’도 NASA의 최근 주요 관심사다. 유럽연합(EU) 의회가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항공기에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연료를 적게 쓰고 배기가스도 적게 내뿜는 차세대 항공기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NASA는 항공기를 개량해도 연료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NASA는 공항 주변의 소음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기술적인 방안도 마련 중이다.

신 박사는 “무엇보다 차세대 항공 시스템 개발의 기조는 승객과 항공기 안전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NASA에서 실제로 맡고 있는 일은 뭔가….


“NASA가 1958년 설립되기 앞서 1915년부터 미국 항공기 개발을 총괄하는 미국항공자문위원호(NACA)가 있었다. NACA와 NASA는 운항했거나 지금 운항되고 있는 웬만한 항공기를 개발한 산실이다. NASA 산하에는 현재 우주과학, 탐사, 항공기, 스페이스셔틀 부분을 각각 맡은 4개 연구소가 있고 10개 센터에서 각각의 연구를 실행하고 있다. 항공쪽은 에임스, 드라이덴, 글렌, 랭글리 연구소가 있는데 워싱턴 NASA본부에서 이들의 예산과 운영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연구예산은 6억5000만 달러(7800억원)을 사용하는데 다른 3개 연구소보다 가장 작은 규모다.”



 


-한국인이 진출하기 어려운 곳 중 하나가 NASA이고 고위 관리직 진출도 쉽지 않다는데….


“동양인들은 과학자나 기술자로서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지만 관리직에 흥미를 갖지 않았다. 또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관리직에는 아예 지원조차 하지 않는다. NASA에 처음 들어갔을 때의 이런 기류는 아직도 바뀌지 않았다.인도나 중국 엔지니어도 많다. 하지만 관심을 갖고 노력한다면 한국인이 못할 곳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통은 연구직에서 성과를 못 낸 사람들이 관리직으로 옮기곤 한다는데, 1994년 항공기 사고 관련 연구 업적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관리자의 길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큰 그림 속에서 전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만족하는 나의 개인적 성향이 관리직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연구직은 자기 일만 하면 되지만 큰 그림을 보지는 못한다. 또 동양인이 관리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획일적인 생각을 누군가 한번은 깨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장보로서 일상은 어떤가.


“전체적으로 그림을 그려본다면 각종 기관과 협의를 많이 해야 하는 자리다. 백악관 과학기술부서의 책임자인 대통령과학기술고문과 협력관계를 유지한다. 백악관 관리예산국과 항공연구부문의 예산 규모를 협의하기도 한다. 의회가 열리면 하원 과학분과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NASA의 항공예산 및 운영에 대해 답변해야 한다. 의회 관계자들에게 업무 설명도 한다. 또 미국 전역에 흩어진 4개의 NASA 연구센터를 방문해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하는지 감독하기도 한다. 기업들과의 접촉, 국제회의 참석 등이 많고 세계 각국의 에어쇼에도 참석한다.”


 



-현재 항공 안전은 어떤 수준인가.


“현재 전 세계 비행기의 이착륙 횟수와 항공사고 기록으로 보면 내가 오늘부터 매일 한번씩 비행기를 탈 경우 9000년에 한 번 정도 추락사고가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비행기 사고가 발생하면 철저한 조사를 통해 두 번 다시 같은 사고가 안 나도록 조치한다. 그래서 같은 사고는 거의 없다. 항공안전 기록은 ‘피로 얼룩진 기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제는 여기서 한 단계 발전해 사고가 나기 전에 미리 알아낼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NASA에 들어간 뒤 개인적으로 가장 위기는 언제였나.


“가장 위기였을 때 기회가 찾아왔다. 미국 아메리칸 이글 항공기가 떨여진 이유를 밝혀낸 뒤 관리자로 발탁됐다. 당시 NASA에서는 프랑스와 영국이 공동 개발한 콩코드 다음으로 나올 200명 이상타는 초음속 여객기를 만들 프로그램을 시작했었다. 1992년부터 준비작업 해오다 1994년 시작했다. 그때 NASA 항공 분야에서 그게 넘버원 프로젝트였다. 돈도 많이 쓰고, 의회도 좋아했고. 나사 너도나도 좋아했다. 당시 몸담고 있던 글렌 연구소는 초음속 엔진부분 개발을 맡았는데 좋은 평가를 받아 프로젝트 부책임자를 맡게 됐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 결빙 연구하던 사람이 엔진을 어떻게 연구하냐며 불만을 제기했다. 소수 동양계가 혜택받았다는 얘기도 나오고 한 번도 관리 경험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냐는 말도 나왔다. 당시 책임자는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어항속의 물고기라고 생각하라고 했다. 사람들의 말에 아랑곳하지 말고 오직 실력으로 보여주라는 것이다. 그 뒤 그런 신념과 시간을 갖고 사람들을 대하기 시작했다.”




-미래 과학자를 꿈꾸며 NASA와 같은 세계적인 우주연구기관에서 일하기 원하는 한국 청소년들에게 조언한다면….


“무엇보다도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대학까지 졸업하고 미국에 왔을 때 각종 프로젝트 과제물로 어려움을 겪었다. 책에 나온 공식을 이해한다고 풀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교과서를 보고 하는 것이었으면 잘 했을 텐데…. 그런 경험 때문에 한국 교육이, 특히 과학기술 분야의 교육이 종합적인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력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젊은 학생들이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갖고 노력하면 NASA 뿐 아니라 더 좋은 기관에도 들어갈 수 있다. 또 하나는 사명감을 가지라는 것이다. NASA에는 기업에서 환영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적은 월급에도 불구하고 사명감으로 즐겁게, 또 자발적으로 일하고 있다. 예전에 ‘아폴로 13호’라는 영화를 보면서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우리가 하는 일에 보람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눈물을 흘린 이유가 서로 달랐을 텐데….


“영화 ‘아폴로 13호’에서는 각자가 맡은 일을 위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자기가 할 말은 다하고 자기 일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극한 상황에서 우주인을 구해내는 광경에서 저런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또 당시 아폴로 13호 우주인들과 함께 일했던 분들이 있다. 그 분들은 NASA가 생긴지 50년이 지나면서 과거의 정신이 사라지고 관료화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재외동포로서 성공한 비결이 있다면….


“성공 비결이라고 하기는 그렇고, 제 개인적인 삶의 기준이 있다. 우선 안과 밖이 똑같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시간이 걸리고 남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인기를 얻는 대신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또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보려고 노력했다. 관리자가 실수하는 이유는 자신의 실력이나 성향을 부하 직원에게 투사하는 것이다. ‘나라면 이렇게 하는데 너는 왜 못하느냐’고 얘기하는 것은 조직을 비효율적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자동차도 4기통, 6기통, 8기통이 각각 다르다. 4기통의 실력을 가졌지만 나중에는 8기통으로 발전할 수 있는 사람에게 미리 8기통에 해당하는 일을 하라고 하는 것은 불공정한 처사다. 좋은 관리자는 직원의 능력을 빨리 파악해 적합한 업무를 주고 최선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렇게 일하다보니 나를 따르는 사람이 많아졌고 급할 때 도와줄 사람들이 좀 생겨났다. 그게 가장 큰 자산이다.”




-NASA 생활 20년에서 어려웠던 일은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했나.


“기회가 올 때 어려움도 같이 왔다. 1994년에는 콩코드 후속으로 200명 이상이 탑승할 수 있는 초음속 여객기 프로그램이 추진됐다. 당시 초음속 엔진부분을 개발하던 글렌리서치센터의 프로젝트 부책임자로 가게 됐다. 그때 ‘비행기 결빙을 연구하는 사람이 왜 그 자리에 가느냐’는 비난과 질시가 이어졌다. 소수 동양계에 대한 특혜라는 얘기도 나왔다. 당시 나를 뽑아준 분이 ‘이제부터는 어항 속의 물고기라고 생각하라’고 말했다. 주위 사람들의 질시를 받는 자리에 올라가니 실력으로 인정받을 때까지는 신중하게 처신하라는 얘기였다.”




-고의적인 악성 루머도 있었다던데….


“경쟁자이던 여성이 내가 동양 남자여서 여자를 함부로 대한다고 말했다. 회의 시간에는 자기의 의견을 묵살한다는 악의적 소문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다보니 그런 악성 루머는 사라지게 됐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김영식 동아일보 기자 spear@donga.com



관련주제가 없습니다.
내과학상자담기  E-MAIL 프린트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페이스북 RSS
관련 콘텐츠가 없습니다.

나도 한마디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등록하기

목록


내 당근 보러가기

내 뱃지 보러가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