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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유전자는 존재하나

언어 유전자는 존재하나 병이 생기면 언어 장애 나타나는 유전자 발견


지난 4월 최신판이 나온 세계언어목록‘에스놀로그(Ethnologue)’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쓰이고 있는 언어는 모두 6909가지라고 한다. 여기에는 지난 수년간 19개국에서 ‘찾은’ 새 언어 83개가 포함돼 있다. 언어학자나 인류학자는 마치 생물학자가 동식물의 신종을 채집하듯이 오지를 찾아다니며 언어목록을 추가한다.

종마다 DNA 염기서열이 다르지만 유전자는 DNA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은 공통점이듯 언어는 제각각이어도 그 바탕에는 공통 요소가 있다. 저명한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는 이를 가리켜 ‘보편문법’이라 불렀다.

신생아는 어떤 언어라도 모국어로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인간의 게놈에는 인간이 언어를 구사할 수 있게 해준 ‘언어 유전자’가 있을까. 최근 언어 능력과 밀접히 관련된 유전자가 밝혀지면서 ‘언어의 생명과학’이 펼쳐지고 있다.

인간의 사고를 연구하는 심리학도 언어를 만났다.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언어 때문에 한국인은 미국인에 비해 공간 개념이 더 세분돼 있다고 한다. 여러 언어에 노출되는 세계화 시대는 우리 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용자 수로 언어 순위를 매기는 ‘에스놀로그’에 따르면 7800만 명이 쓰는 한국어는 13위를 기록하고 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한글이 가장 이상적인 문자임이 확인되면서 국내외적으로 한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족이 토착어를 한글로 표기하기로 했다.

말은 있지만 문자가 없는 6600여 개의 언어를 표기할 수단으로 한글이 떠오르고 있다.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는 첫째 기준인 언어.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너무 익숙해서 그 위력을 잊고 있는 ‘언어의 힘’을 찬찬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당나귀는 털이 후덥지근했는지, 처마 밑 벽 그림자에 붙어 있다. 기다란 귀 덕분에 부엌에서 주고받는 엄마아빠의 이야기가 썩 잘 들려왔다. 엄마아빠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젠 잡아도 될 것 같아요, 벌써 백오십 파운드나 나가는데, 더 둬서 뭣 하겠어요.”
“좀 더 기다려도 되지 않을까…. 절여놓은 기름살이 다 떨어져가는 건 알지만….”
“기껏해야 일주일 치밖에 안 남았어요. 내 생각엔 더 기다릴 것도 없이 내일 아침에 잡는 것이 좋겠어요.”

당나귀는 순간 긴가민가했으나, 엄마아빠가 순대니 햄이니 하며 입맛을 쩝쩝 다시자 돼지에 대한 이야기임을 더는 의심할 수가 없었다. 당나귀는 흑흑거리다가, 마침내는 온 마당이 떠나가라 엉엉 울고 말았다. - 마르셀 에메, ‘날아라, 돼지!’ 중에서




20세기 프랑스 대표 작가인 마르셀 에메의 소설집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자매인 델핀과 마리네트, 아이들의 부모, 그리고 농장의 여러 동물이 등장해 벌이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여기서 동물들은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뿐 아니라 사람과 대화를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이야기할 때 동물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종종 나온다. 엄마아빠가 돼지를 잡는 얘기를 할 때도 둘이서 부엌에서 속삭이는 이유다.

사실 생화학적 관점에서 보면 사람은 다른 동물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사람이나 돼지나 몸은 약 3분의 2가 물이고 나머지는 단백질, 지질, 탄수화물로 이뤄져 있다. 최근까지도 당뇨병 환자들이 맞는 인슐린 주사의 인슐린은 돼지에서 추출해 그대로 썼다. 그럼에도 사람을 다른 동물과 차이 나게 하는 이유, 즉 다른 동물을 잡아먹어도‘도덕적 충격’을 느끼지 않는 이유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만의 능력 때문이다. 이런 능력은 아이가 자라면서 저절로 습득된다. 사람은 ‘언어 본능’을 갖고 태어나는 셈이다.




아이가 걷기 시작할 무렵 언어능력도 급격히 발달하면서 사람은 동물과 차원이 다른 의사소통 능력을 획득한다.

 

 


유전적으로 말 더듬는 사람들


언어가 사람의 본능이라면 유전체 어디에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있으리라’는 생각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경학자 에릭 레네버그는 소수의 아이들이 말을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그런 특성이 때로는 가계(家系)에 유전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런 생각을 했다. 물론 청각장애나 정신박약 때문에 언어습득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아니다. 이들은 감각기관도 멀쩡하고 지적 능력도 정상이지만 왠지 언어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레네버그는 이런 현상을 ‘단순언어장애’라고 불렀다.

가계를 분석해 특정 형질(키, 성격, 질병 등)의 유전적 특성을 밝히는 집단유전학자들 가운데 몇몇이 1990년 ‘KE’란 약칭으로 불리는 가계에 주목했다. 구성원 가운데 절반 정도가 언어장애를 보였는데, 3대에 걸친 분석결과 이 장애가 우성유전이고 남녀 차이가 없어 보통 염색체에 위치한 유전자의 변이 결과라고 추정했다. 그 뒤 연구자들은 KE 가계의 ‘유전자 사냥’에 뛰어들었다.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있는 사람들의 유전체를 비교해 변이가 있는 유전자를 찾는 일이었다.

1998년 이 유전자가 7번 염색체의 짧은 다리 쪽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2001년 마침내 유전자의 실체가 밝혀졌다. ‘FOXP2’로 이름 지어진 이 유전자는 아미노산 715개로 이뤄진 전사인자를 암호화하고 있었다. 전사인자란 다른 유전자의 앞부분에 달라붙어서 그 유전자가 발현되도록, 즉 전사되도록 신호를 보내는 단백질이다. 전사인자 하나는 보통 수십~수백 개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데 관여한다.




KE 가계도
구성원의 절반 정도가 언어장애를 보이는 KE 가계를 조사해 보면 이 증상이 우성유전임을 알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변이를 일으킨 유전자 FOXP2를 찾아냈다. 가계도에서 네모는 남자, 동그라미는 여자이고 바탕색이 은색은 정상, 붉은색은 언어장애, 비어 있는 건 확인이 안 된 경우다. 위쪽 그림은 FOXP2 단백질의 구조다.





KE 가계에서 언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쌍으로 있는 FOXP2 유전자 가운데 하나에 돌연변이가 있었다. 변이가 생긴 유전자가 만든 단백질은 553번째 아미노산이 아르기닌(R)에서 히스티딘(H)으로 바뀌어 있어 전사인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 FOXP2는 특히 태아의 뇌조직에서 많이 발현되는데, 그 결과 언어처리를 담당하는 회로와, 혀와 입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운동신경이 만들어지는 걸로 생각된다.

FOXP2 유전자 하나에 변이가 있는 사람들은 입과 혀의 움직임이 서로 타이밍이 맞지 않아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소리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해내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문장이나 문법을 이해하는 데도 어려움을 느낀다. 예를 들어 보통 네 살짜리 아이들도 이해하는 다음과 같은 문제에 쩔쩔맨다.

1. 매일 나는 플람해. 2. 어제 나는 __했다.

‘플람’이란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도 1번 문장을 토대로 2번의 ‘__’에는 ‘플람’이 올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장애가 있는 사람은 이런 ‘공식’을 처리하는 회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FOXP2 변이에 따른 언어처리회로 변화 FOXP2 유전자 변이로 단백질이 절반만 만들어지는 사람은 뇌의 언어처리회로가 비정상적으로 형성된다. 언어과제를 수행할 때 보통 사람들은 좌뇌의 브로카 영역이 주로 활성화되지만 변이가 있는 사람은 좌뇌와 우뇌가 산발적으로 활성화된다.

한편 변이 유전자를 지닌 사람도 정상 유전자가 하나는 있으므로 정상 FOXP2 단백질이 절반은 만들어진다. 그럼에도 언어장애가 나타나는 걸 보면 이 단백질은 매우 정교한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유전자 쌍 모두 돌연변이인 경우는 어떻게 될까. 아예 말을 하지 못하게 될까.

KE 가계에서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즉 이 유전자가 완전히 고장 나면 태아발생 과정에서 죽는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FOXP2는 언어 유전자 이상의 기능을 하는 게 아닐까. 즉 동물의 진화에서 뇌의 전반적인 회로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사람에서 언어회로를 만드는 역할을 추가로 맡은 게 아닐까.







FOXP2 단백질의 진화 FOXP2 단백질은 설치류와 영장류가 약 7500만 년 전 공통조상에서 갈라진 뒤 아미노산 715개 가운데 단 한 곳만 바뀌었다. 그러나 사람은 600만 년 전 침팬지의 공통조상과 갈라진 이래 아미노산 두 곳이 바뀌었다. 이 변화가 사람의 언어능력 획득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추정된다.

그 뒤 연구자들은 다른 동물의 유전체에서 사람의 FOXP2에 해당하는 유전자를 찾았다. 예상대로 FOXP2 유전자는 사람뿐 아니라 침팬지, 쥐같은 다른 포유류에도 존재했다. 그렇다면 사람에서만 언어능력과 관련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스반테 파보 박사팀은 여러 종의 FOXP2 단백질 아미노산 서열을 비교했다.




사람 유전자 받은 쥐, 찍찍 소리 바뀌어


그 결과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쥐와 침팬지의 FOXP2 아미노산 서열을 비교하자 단 한 곳이 달랐다. 진화의 역사에서 쥐와 영장류가 공통조상에서 갈라진 게 약 7500만 년 전인 걸 고려하면 단백질이 거의 변하지 않은 셈이다. 그만큼 생물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약 600만 년 전 공통조상에서 갈라진 침팬지와 사람은 FOXP2 단백질 아미노산 서열에서 두 곳이 달랐다.

좀처럼 변화하지 않던 유전자가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갑자기 두 곳이나 바뀐 것이다. 돌연변이가 일어난 자리는 단백질이 작용을 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자리로 추정됐다. 결국 이 돌연변이로 인해 사람의 FOXP2는 새로운 기능을 갖게 됐고 그 결과 사람 태아의 뇌조직은 독특한 회로를 갖추게 됐음을 의미한다.

이 결과가 발표되자 흥미로운 카툰이 많이 나왔다. 예를 들면 한 사람이 돼지를 가리키며 옆 사람에게“저 녀석이사람의 유전자를 받은 돼지야”라고 말하자 옆에서 지켜 보던 돼지가 “저녁 메뉴가 뭐죠? 설마 전 아니겠죠”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돼지까지는 몰라도 침팬지의 FOXP2 유전자를 사람의 유전자로 바꿔치기하면 이런 엽기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침팬지의 유전자를 조작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답을 알기는 어렵다.



사람의 FOXP2 유전자를 받은 쥐는 찍찍거리는 소리가 바뀌었고 뇌 기저핵 뉴런의 신경돌기(위)와 수상돌기(중간, 아래)가 더 길어지는 변화가 생겼다.



명금류인 금화조가 다양한 레퍼토리로 지저귀는 데도 FOXP2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 올해 5월 29일자 생명과학 저널 ‘셀’에 쥐를 대상으로 사람의 FOXP2 유전자를 바꿔치기한 실험결과를 담은 논문이 실렸다. 이에 따르면 사람의 유전자를 받은 쥐는 초음파 영역에서 내는 ‘찍찍’거리는 소리가 바뀌었고 뇌 기저핵 부분의 신경회로가 변화됐다. 바뀐 아미노산이 실제로 단백질의 기능을 변화시켰음을 암시하는 결과다.

기저핵은 대뇌반구의 안쪽과 밑면에 해당하는 부위로 이곳의 회로는 언어처리와 관련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 책임자인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 류학연구소 볼프강 에나드 박사는 “이 연구는 인류의 진화에 관련된다고 보이는 단백질을 동물 모델에 치환한 최초의 사례”라며“여기서 관찰한 현상은 FOXP2 변이가 인류의 언어 능력 획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네안데르탈인 언어 능력 왜 떨어졌을까


그렇다면 사람의 FOXP2 유전자를 정말 ‘언어 유전자’라는 이름으로 불러도 되는 걸까. 2007년 네안데르탈인의 FOXP2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이 현생인류의 것과 동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만일 FOXP2 유전자가 언어 발달을 총괄한다면 네안데르탈인도 현생인류와 비슷한 언어능력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약 2만 4000년 전에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보다 힘도 셌고 뇌용적도 더 컸다. 그럼에도 이들이 사라진 이유는 현생인류에 비해 의사소통, 즉 언어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화석을 비교해 보면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는 발성기관의 해부학적 구조에서 차이가 난다. 즉 후두에서 만들어진 소리는 혀와 인두의 미묘한 조절을 통해 자음과 모음으로 변형돼야 하는데, 네안데르탈인은 인두와 후두가 너무 가까이 있고 혀도 자유자재로 움직이기 어려운 구조다. 그 결과 이들이 내는 소리는 그리 다양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자들은 인류의 FOXP2 유전자 변이가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공통 조상이 살았던 30만~40만 년 전에 일어났다고 추정했다. 따라서 자음과 모음을 능숙히 조합해 수많은 소리를 내는 현생인류의 언어능력은 그 뒤 오랜 세월을 거쳐 수많은 유전자의 변화가 축적된 결과일 것이다. 즉 FOXP2 유전자 변이는 사람의 ‘언어 본능’ 획득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FOXP2 유전자의 발견은 언어의 진화 역시 생물학의 진화 범주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음을 강력하게 입증한 사례다. 1871년 펴낸 저서 ‘인간의 유래’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쓴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이 이 발견을 안다면 무척이나 기뻐하지 않았을까.

“어린아이들이 옹알거리는 걸 보면 알겠지만, 사람은 말을 하려는 본능적인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도 빵을 굽거나 맥주를 만들거나 글을 쓰려는 본능적인 경향은 없다.”


새끼 금화조는 수컷 새의 지저귐을 모방해 배운다. 수컷 새의 성문(sonogram, 위)과 정상 새끼의 성문(가운데)이 비슷한 반면, FOXP2 발현이 억제된 새끼는 제대로 흉내 내지 못한다(아래).


새도 FOXP2 고장나면 음치돼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을 ‘꾀꼬리’라고 부르듯 꾀꼬리 같은 새들은 소리를 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앵무새는 사람의 말을 흉내 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새의 이런 능력에도
FOXP2가 관여하지 않을까.

2004년 독일 막스플랑크 분자유전학연구소 콘스탄세 샤르프 박사팀은 새에도 FOXP2 단백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과 비교한 결과 아미노산 서열이 98% 같았다. 흥미롭게도 새의 뇌에서 사람 뇌의 기저핵에 해당하는 영역X에서 FOXP2가 많이 발현했다. 사람 역시 기저핵에서 FOXP2가 많이 발현된다.

새는 꾀꼬리 같은 명금류(songbird)와 비둘기 같은 평범한 종류로 나뉜다. 명금류의 경우 새끼가 주위 새들이 지저귀는 걸 보고 모방해 지저귐을 배운다. 아이가 말을 하게 되는 과정과 비슷하다. 흥미롭게도 명금류는 보통 새들보다 영역X에서 FOXP2가 더 많이 발현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명금류는 계절이 바뀔 때 노래 레퍼토리도 바꾸는데, 이 시기에는 FOXP2가 더 많이 발현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발성기관 비교 네안데르탈인은 후두 위치가 높고 혀도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려워 현생인류처럼 다양한 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추정되지만 FOXP2 단백질은 동일하다. FOXP2 진화만으로 현생인류의 언어능력 획득을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2007년 샤르프 박사팀은 ‘녹다운(knockdown)’ 기법을 이용해 명금류인 금화조(zebra finch)의 영역X에서 KE 가계의 사람처럼 FOXP2 단백질이 부족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녹다운이란 특정 유전자의 mRNA에 결합할 수 있는 짧은 RNA가닥을 세포에 집어넣으면 mRNA에 달라붙어 단백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의도대로 녹다운 조작을 한 금화조의 영역X에서는 FOXP2 단백질이 정상의 30% 정도만 만들어졌다.





그 결과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사르프 박사는 “어린 새들은 다른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모방을 하는데, FOXP2 단백질이 부족한 녀석들은 이 일을 제대로 못했다”며 “KE 가계의 유전자 결함이 있는 아이들이 보이는 현상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길을 걷다 아름다운 새소리가 들리면 나도 모르게 ‘FOXP2’란 단어가 떠오르며 강한 동질감이 느껴지지 않을까.

 

 


| 글 | 강석기 기자ㆍsukki@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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