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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구멍 숭숭…어반하이브의 비밀



 



육각형 벌집구조로 철골기둥 대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흰색 콘크리트 덩어리 건물은 이미 이 지역의 명소가 됐다. 구멍이 숭숭 뚫린 벽 때문이다. 차를 주차하며 관리요원에게 전부 몇 층인지 물어보니 17층이란다. 총 면적은 약 1000 m². 건축면적만 584m²이니 176평이 넘는다.

건물 내부에는 기둥 하나 없다. 구멍 뚫린 콘크리트만으로 건물을 짓다니, 이렇게 만들어도 무너지지 않으려나? 옆에서 보고만 있자니 무슨 마술을 부렸나 싶어 궁금증도 함께 쌓여 올라온다.

서울 강남구 교보타워 사거리에 지난 3월 들어선 빌딩 ‘어반 하이브(urban hive)’는 건축업계의 혁신이었다.

고층 빌딩을 만들 때는 굵고 큰 철근으로 뼈대를 쌓아 올린다. 건물 골격이 완성되면 외벽은 건축 디자이너의 선택에 따라 벽돌도, 유리도, 나무도 될 수 있다. 외관은 장식을 할 뿐, 건물의 구조와는 큰 관계가 없다. 커튼월 방식이라고도 한다.

이런 커튼월 방식은 수세기 동안 쌓아온 고층건물 건축기술이 낳은 유용하고 안전한 방법이다. 거리를 나가서 볼 수 있는 고층 빌딩은 대부분 이런 형태다. 디자인이 자유롭고 하중을 견디기 쉬워 누구나 이 방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어반 하이브를 설계한 건축가 김인철 중앙대 교수(61)의 생각은 달랐다. 어반 하이브는 보통 고층빌딩과 달리 외벽부터 만든 건물이다. 외벽을 쌓아 올리고 층을 나누는 작업을 해 나갔다. 그런데도 다른 건물들 못지않게 튼튼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고층건물은 커튼월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상식을 뒤집고 싶었다”고 했다.

커튼월 방식의 단점도 적지 않았다. 너무도 보편화 되어 있다 보니 건축자재도, 외장재도 모두 공식처럼 쓰이는 것들이 정해져 있었다. 결국 모든 디자인을 건축가가 알아서 할 수 없고, 단지 기업에서 어떤 자재가 출고되는지 살피는 게 빨랐다. 이런 상황에서는 애써서 아이디어를 내고, 남다른 빌딩을 구상해 봐야 크게 달라질 것이 없어진다. 김 교수는 그런 점이 가장 싫었다고 했다.

이런 아이디어로 만들기 시작한 어반 하이브는 건축 당시부터 각계의 관심을 끌었다. 구멍이 숭숭 뚫린 독특한 디자인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눈에 잡았다. 채 완공되기 전인 지난 해 10월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하더니 지난 23일에는 서울시가 시내 건축물들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제27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수상작 대상으로 선정됐다.




벌집 구조 벽체로 견고성 확보… 원형 구멍 뚫어 무게 줄여


어반 하이브의 높이는 70m에 달한다. 커튼월 방식이 아닌 노출콘크리트 벽 구조 건물이 이 정도 높이에 달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찾기 어렵다. 콘크리트 자체의 무게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획기적인 높이를 완성했을까?

비결은 내부에 있는 허니콤 철근 구조에 있다. 허니콤 구조는 벌집 모양의 6각형 구조로 가운데가 비어 있는 형태다. 6각형의 벌집구조는 자연에서 가장 안정한 구조로 알려져 있는데, 가볍고도 강해 고분자 복합재료나 방탄소재 등을 만들 때 이용될 정도다. 비행기 날개 등을 만들 때 내부 소재를 이같이 만들기도 한다.

어반 하이브도 마찬가지. 시멘트 판에 구멍을 뚫어 두어 얼핏 보기엔 약해 보이지만 내부를 들어다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철근을 정밀하게 6각형으로 엮어 건물의 뼈대를 만들어 견고성을 확보한 것이다. 이런 방법을 건축업계에선 다이아그리드(DIAGIRD)라고 부른다.




6각형 철근을 넣은 콘크리트가 분명히 튼튼하긴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남았다. 높이 올리기엔 너무 무거웠다. 결국 김 교수는 설계당시 하중을 받는 외벽에 구멍을 뚫기로 했다. 구멍의 지름은 1.05m. 총 개수는 3371개에 달한다. 외벽에 뚫어 둔 구멍이 오히려 건물을 더 튼튼하게 만들기 위한 비밀인 셈이다.

김 교수는 “미리 구멍을 내둔 거푸집을 놓고, 철근을 6각형 구조로 정밀하게 짜 맞춘 다음, 그 위에 콘크리트를 부어 굳히는 작업을 반복해 가며 필요한 높이를 완성했다”며 “어반 하이브는 원통형의 거대한 벌집구조로 짜여진 구조물”이라고 설명했다.

 

 






옥상 정원 만들고 야경 위해 LED 조명 설치… “친환경 공간 완성 꿈꿨다”


“건물은 사람을 위해서 만드는 겁니다. 설계도 내부에 있는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김 교수가 어반 하이브를 설계할 때부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일 했다고 했다. 원형 구멍을 뚫은 것도 같은 이유다. 건물 내부에 있는 사람에게 적당한 채광량을 만들어 주고, 바깥세상을 바라 볼 때 적당히 절제된 시각을 가지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건물을 살펴보면 곳곳에 이런 배려가 숨어 있다. 옥상에는 60cm 높이의 흙이 쌓여 있고, 잔디와 나무가 어우러진 간이 공원이 꾸며져 있다. 건물의 색상도 회색빛 콘크리트가 아닌, 흰색의 염료를 넣어 최대한 시원해 보이게 구상했다. 1층 앞 공간에는 길을 가던 사람들이 앉아 쉴 수 있을만한 공간을 330m²(약 100평) 이상 만들어 놓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어반 하이브에서 외부 시각을 배려해, 실용성과 관계없이 만들어 둔 장치가 꼭 하나 있다. 멋들어진 야경을 연출하기 위해 각 층마다 LED조명을 넣은 것. 덕분에 논현동 교보타워 사거리를 지나는 사람은 저녁이 되면 누구나 밝은 치즈케이크(어반 하이브의 별명) 하나를 볼 수 있다. 삭막한 도시환경에서 이런 눈요깃거리의 가치는 생각보다 클 것이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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