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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 만나면 색 바뀌는 마술의 약물

[창의연구단 공동기획]고려대 발광센서재료연구단


오늘 마신 물은 깨끗한 걸까. 혹시 수은이나 카드뮴이 들어있진 않았을까. 중금속은 이온 상태로 녹아 있어 맨눈으로는 알기도 어렵고, 체내에 쌓이면 미나마타병이나 이타이이타병을 일으킬지 모른다는데…. 하지만 곧 이런 걱정을 접어도 될 것 같다.

발광센서재료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김종승 고려대 교수가 개발하는 ‘형광센서’가 있다면 물이나 하천에 중금속이 있는지 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전기적으로 물체의 위치나 움직임을 파악하는 센서처럼 이 물질을 넣으면 중금속이나 특정물질의 양을 감지해 빛을 내기 때문이다. 이 형광센서는 물 속 수은, 납, 카드뮴 등의 이온과 반응해 물의 색을 변하게 만들어 오염 정도를 알아낼 수 있다.

형광센서는 보통 커다란 방향족 구조로 돼 있는데 이런 구조를 가진 유기물은 일반적으로 빛을 내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성질을 이용해 화합물이 중금속 이온과 반응하면 다양한 색을 띠도록 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수은 이온이 녹아 있는 물에 형광센서를 넣으면 물이 붉게 변한다. 이 때 수은의 양이 많을수록 색이 진해져 색을 통해 수은이 녹아있는 양도 추정할 수 있다. 또 밤에도 빛을 내므로 야간에 중금속이 섞인 폐수를 방류하는 것도 알아낼 수 있다.

 

 




김종승 발광센서연구단장

 

 


중금속이 녹아있다면 빛이 난다?


김종승 단장은 “연구의 핵심은 소량으로 중금속의 종류와 양을 정확하게 구별한다는 데 있다”며 “이것이 바로 형광센서의 감도로 마이크로(10의 마이너스 6승)몰 농도 정도의 작은 양으로도 미량의 중금속을 검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기존에 개발된 형광센서들은 감도가 일정하지 않고, 분석하려는 물질을 구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특정 분자만 선택해서 반응하게 만드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오염물질이 수은인지 카드뮴인지 알 수 없고, 양도 정확히 측정할 수 없었다.




이에 형광센서를 연구하는 세계의 과학자들은 한 물질에만 반응하며 반응물질의 양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물질, 즉 형광센서를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이런 노력으로 개발된 형광센서는 특정 중금속 이온과만 선택적으로 반응한다고 해서 ‘선택적 형광센서’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연구단은 형광센서를 만드는 물질 중 ‘칼릭스아렌’을 연구해 선택적 형광센서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연구결과는 2007년 9월 화학분야 최고 수준의 리뷰지인 ‘케미칼 리뷰’에 발표됐다. 칼릭스아렌은 형광센서를 만들 수 있는 지지체로 이 물질을 중심으로 여러 물질을 붙인 것이다.

칼릭스아렌에 어떤 물질을 도입하느냐에 따라 화합물은 양이온, 음이온, 중성분자와 반응해 독특한 스펙트럼을 낸다. 발광센서연구단은 이러한 원리에 기반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형광센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리검출용 화학센서의 실험이미지 사진제공. 발광센서재료연구단.

 

 



연구단이 만든 형광센서는 수은의 친황성을 이용해 선택적으로 수은을 검출할 수 있는 유기형광발색단이다. ‘수은화학도시미터1’라 불리는 형광센서는 합성이 간단하고 안정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또 물에도 잘 녹아 고유의 형광과 색을 띠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감도가 매우 뛰어난 선택적 형광센서가 개발되면 중금속 오염 여부를 확인하는데 지금처럼 고가의 장비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다. 또 반응속도도 빨라 원하는 곳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측정 물질을 알아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형광센서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고감도 선택적 형광센서를 만드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연구단이 형광센서의 감도를 높이는데 주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은검출에 높은 선택성을 보이는 형광센서를 이용한 실험 결과. 왼쪽은 반응 전의 모습이고, 오른쪽은 반응 후의 모습이다. 사진제공 발광센서재료연구단.

 

 


약 전달되면 색 바뀌는 화합물 개발…새로운 약물전달시스템 개발


연구단은 선택적 형광센서를 고감도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있다. 약물전달체계에 적용하는 응용 단계에까지 뛰어들었다. 모두가 감도만을 생각할 때 또다른 가능성을 찾은 것이다. 이런 연구단의 생각은 국가에서도 인정받아 2009년 4월 창의연구단에 선정됐다.

약물전달체계란 약을 환자의 치료에 사용하는 방법으로 주사나 경구투여 등을 통해 약물이 몸에 전달되는 시스템을 말한다. 몸에 약이 전달되는 과정을 형광센서로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이 연구의 핵심. 그런데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우리가 약을 먹거나 주사 등을 통해 체내로 약물을 투입하면 혈액을 통해 약이 온몸을 순환하게 된다. 그런데 약물은 염증이 있는 곳까지 충분하게 전달돼야 하므로 실제로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양이 투여된다. 게다가 제대로 전달됐는지도 알 기 어렵다.




김 단장은 “약에 빛을 발하는 유기화합물을 붙여 체내로 투입하면 전달기관에 약효가 전달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암세포를 대상으로 몸에 약물을 넣는다면 표적세포에게만 약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제대로 전달됐는지도 형광센서의 빛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유기물과 약의 연결이 pH 7.0 이하에서만 끊어지도록 설계한다. 그러면 약은 중성인 정상세포는 지나치고 암세포에만 작용하게 된다. 이 때 약과 유기물이 떨어지면서 형광센서가 다른 빛을 내도록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고, 장비를 이용하면 몸 밖에서도 약물의 전달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지능형 나노형광센서를 개발하면 ‘표적지향형 약물을 합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약물 전달 후 약물의 효과를 색 변화로 쉽게 알 수 있다”며 “아직은 실험용 쥐인 누드마우스를 이용한 실험단계에 있지만 개발에 성공하면 약물전달시스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단은 지난 4월 창의연구단에 선정된 뒤 SCI 논문만 30편을 등재했고, 5월에는 미국화학회지(JACS)와 독일 앙게반테 케미스트리 등 화학분야 권위지에도 2편의 논문이 표지를 장식했다.




● 김종승 교수 약력
1982 ~ 1986: 공주사대 화학교육과 학사
1986 ~ 1988: 충남대 대학원 화학과 석사
1988 ~ 1989: 한국화학연구소 연구원
1989 ~ 1993: 미국 텍사스 공대 유기화학 이학박사
1993 ~ 1994: 휴스턴대 유기화학 박사후연구원
1994 ~ 2003: 건양대 화학과 부교수
2003 ~ 2007: 단국대 화학과 교수
2007 ~ 현재: 고려대 화학과 교수




발광센서연구단은?
“형광센서 연구자들은 화합물의 선택성을 높이고, 고감도로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유기화합물의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감도와 이온선택도 높일 수 있거든요. 우리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창의’를 보탰습니다. 약물전달시스템에 응용하기로 한 것이죠.”

형광센서 연구를 하는 곳은 김 단장 외에도 세계적으로 많다. 하지만 이를 약물전달체계에 응용하겠다는 생각을 한 사람은 김 단장뿐이었다. 창의는 모두가 생각하는 것에서 한 발자국 더 나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더 나은 설계, 더 새로운 방법은 없을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연구에 임하는 그의 자세다.

“연구도 경쟁이 치열합니다. 남들과 다르려면 밤낮없이 노력해야죠. 새로운 방법과 아이디어를 위해 세계 여러 나라의 우수한 연구원을 우리연구단으로 모셨습니다. 연구원들과 거의 동고동락하며 연구하고 있습니다.”

김 단장은 연구단 소속 연구원을 가리켜 ‘질 높은 연구인력’이라 부르는 김 단장. 인도와 베트남, 중국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해외에서 좋은 인재를 모셔와 부지런히 연구하는 그의 연구가 성공해 약물이 몸에 전달되는 과정을 보는 날이 대된다.

박사후연구원 5명, 박사과정 4명, 석사과정 6명으로 구성된 연구단은 올 4월 창의적연구진흥사업단에 선정됐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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