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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태풍 어디로 사라졌나?



 



태평양과 북태평양기단의 이상 행동 연구중


결국 18호 태풍 ‘멜로르’도 한반도 남동쪽에 비를 뿌린 뒤 일본 동쪽으로 빠져나가다 소멸됐다. 올해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의 개수는 ‘0’. 1988년 이후 21년 만의 ‘태풍 없는 해’가 됐다.

올해 한반도에 태풍이 오지 않은 이유로 두 가지를 추측해 볼 수 있다. 태풍이 예년보다 현저히 적게 발생했거나, 태풍의 경로가 바뀌었을 가능성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태풍은 예년에 비해 특별히 적지 않았다”며 “경로 변화의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동아시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필리핀과 괌 인근에 걸친 넓은 해역에서 만들어진다. 여름철 바다의 온도가 올라가면 수분을 머금은 강한 상승기류가 생기며 저기압이 발생한다. 중심부의 기압이 낮아 최대 풍속이 초속 17m를 넘으면 태풍이 된다.





올해 10월 11일까지 발생한 태풍의 수는 모두 19개. 2006~2008년 10월 11일까지 발생한 태풍 개수인 17개보다 많다.

물론 태풍이 많이 발생해 여러 개의 태풍이 한반도를 휩쓴 해도 있다. 2004년에는 모두 29개의 태풍이 발생했고 이중 22개가 10월 11일 이전에 발생했다. 그해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은 모두 5개. 2002년에는 10월 11일 이전 21개의 태풍이 발생해 4개가 한반도를 찾았다. 2003년에는 4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피해를 입혔지만 10월 11일 이전 발생한 태풍은 16개에 불과하다. 생성된 태풍 개수가 한반도를 찾아오는 태풍 수와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표


김태룡 국가태풍센터장은 “태풍 발생 수보다 경로가 한반도를 찾는 태풍에 영향을 미친다”며 “북태평양기단이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북태평양기단은 태평양 북쪽 해역에 대규모로 자리 잡은 거대한 공기덩어리로 여름에 발달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다. 고온다습한 이 기단이 차갑고 습기가 높은 오호츠크해기단과 만나면 한반도에 장마전선을 만들고 장마 뒤 한반도를 덮으면 무더위가 찾아온다.

동남아시아나 괌 인근 해상에서 발생하는 태풍은 북태평양기단의 경계를 따라 이동한다. 기단은 태풍보다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저기압인 태풍이 고기압인 북태평양 기단을 만나면 방향을 틀 수 밖에 없다.

북태평양 기단이 확장해 서쪽 경계가 한반도를 넘어 중국까지 미치면 태풍은 베트남 북부나 중국 남쪽으로 향한다. 이 지역은 전체적으로 동풍이 부는 편동풍 지역이기 때문에 태풍은 한반도 반대쪽인 서쪽으로 나아가다 소멸된다.

반대로 북태평양 기단이 수축해 서쪽 경계가 일본 동쪽으로 이동하면 태풍은 일본 남쪽으로 향한다. 이때 전체적으로 서풍이 부는 편서풍 지역에 닿으면 서쪽으로 방향을 꺾게 되며 상공에 강하게 부는 제트기류의 영향으로 일본 남동쪽 해상으로 빠져나가 버린다.

태풍이 한반도로 향하려면 북태평양 기단의 서쪽 경계가 오키나와 부근에 ‘애매하게’ 걸쳐있어야 한다. 그러면 태풍은 오키나와와 남중국해를 거쳐 우리나라의 서해로 이동한다. 이때 편서풍의 영향을 받아 한반도로 진로를 틀어 상륙하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올해는 북태평양기단의 서쪽 경계 일부를 이루며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남쪽에 자리 잡아 태풍이 중국대륙으로 가거나 일본 남쪽으로 지나갔다”고 밝혔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태풍을 막는 ‘방패’ 역할을 한 셈이다.

김 센터장은 “올해 열대야 현상이 적은 이유도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남쪽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대개 북태평양 고기압은 장마전선이 소멸된 뒤 한반도를 뒤덮는다. 하지만 올해는 고기압이 한반도로 올라오지 않아 덥고 습한 무더위도 찾아오지 않았고 열대야 현상도 부쩍 줄었다.

올해 북태평양기단이 이러한 움직임을 보인 이유는 현재 활발히 연구 중이다. 올해만 유난히 태풍이 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지난해에도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이 없었기 때문이다. 2008년 7호 태풍 ‘갈매기’는 한반도 중부에 강한 비바람을 몰고 왔지만 중국대륙을 거치며 힘을 빼앗겨 서해에서 소멸되고 말았다.





지구 전체에 이상 기후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 2년간의 변화도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기엔 위험하다. 북태평양의 ‘엘니뇨’를 연구하는 한국해양연구원 기후연안재해연구부 예상욱 선임연구원은 “엘니뇨의 이상과 한반도 태풍의 변화를 연관시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니뇨는 3~8년 주기로 바다의 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섭씨 0.5도 이상 높아지는 현상으로 주로 태평양 동쪽에서 일어나 페루 등지에 기상 이변을 가져왔다. 예 연구원은 엘니뇨가 서쪽으로 이동해 태평양 중앙에서도 발생한다는 연구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9월 24일자에 발표한 바 있다.

예 연구원은 “최근 엘니뇨가 서쪽으로 이동하며 북태평양을 비롯한 태평양 전체의 대기 순환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미 오래전부터 연구해왔기 때문에 이르면 2~3달 안에 연구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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