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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공간에서 장인정신을 공유한다

생기硏 온라인 협업시스템 각광


경기도 화성에 있는 삼진엘앤디는 카메라, 복사기 등에 들어가는 정밀부품을 만들어 파는 금형 기업이다. 이 회사의 고민은 생산 효율을 높이는 문제였다. 부품을 발주한 회사는 툭하면 설계나 구조를 바꿨고, 그때마다 납기는 늦어지고 불량품은 늘었다. 당연히 비용도 크게 증가했다.

고민 끝에 삼진엘앤디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문을 두드렸다. 제품을 주문한 업체, 다른 협력 업체들과 설계 도면, 생산 공정 등을 인터넷으로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생기연은 삼진엘앤디의 업무 형태를 파악한 뒤 국내 금형 업체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네트워크 서비스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2009년 현재, 삼진엘앤디의 작업 형태는 완전히 바뀌었다. 칠판에 손으로 적던 생산계획은 이제 인터넷에 바로 올린다. 업무일지는 노트에 적지 않고 바코드를 찍어 주면 끝난다. 작업현황을 파악하려면 예전에는 누군가가 꼼꼼히 엑셀파일을 정리해야 했지만 현재는 마우스만 몇 번 누르면 된다. 공장 안에서, 그리고 외부 업체와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하게 됐다. 일종의 ‘인터넷 네트워크’를 만든 것이다.

삼진엘앤디는 생기연과 작업 개선 활동을 하면서 2004년에 비해 금형 설계시간을 60%이상 단축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일정도 쉽게 예측하게 됐다. 이 회사가 연구원에 낸 비용은 4500만원. 이경제 대표는 “정보관리, 업무효율성 등을 감안하면 약 22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낳았다”며 “고객들에게서 우수 협력업체로 인정받아 매출 역시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도움을 받은 것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온라인 협업시스템 ‘아이-메뉴팩처링( I-MFG)’이다.




기본은 협력… 관련기업들 모여 서비스 개발


“I-MFG의 핵심은 ‘협업’입니다. 여러 중소, 벤처기업들이 함께 모여 정보를 주고받는 온라인 서비스죠. 그러나 원활한 정보흐름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참여기업들의 성과가 증명합니다.”

최영재 생기연 선임연구원은 I-MFG의 장점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I-MFG는 인터넷 홈페이지다. 하지만 이 홈페이지에만 접속하면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가상시뮬레이터 프로그램, 온라인 채팅 기능을 포함하는 프로젝트 관리기능 등이 제공된다. 복잡한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공장자동화 등을 하기 위한 시설을 별도로 마련할 필요는 없다. 인터넷 홈페이지(www.i-mfg.com)에만 접속하면 액티브엑스(Active X) 형태로 프로그램이 자동 설치된다.



최 연구원은 “가장 큰 장점은 고가 산업용 프로그램을 그대로 읽어볼 수 있는 것”이라며 “중소기업들에게 비싼 프로그램 비용을 낮춰주는 현실적인 서비스”라고 했다. 이 같은 서비스를 개발한 것은 생기연이 세계최초다. 2005년 만들어져 지금까지 수정, 보완되고 있다. 인터넷에서 운용되도록 개발됐지만, 국내 산업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10여개의 산업전용 프로그램을 대부분 읽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엔시스(ANSYS) 같은 산업전문 수치해석프로그램의 가격은 1억5000만원이 넘는다. 소규모 업체라면 단순히 설계파일을 열어보기 위해 이런 고가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는 없는 셈. 결국 발주 회사를 오고가며 종이로 된 설계도를 출력해서 주고받는 불편함이 따른다.





I-MFG를 활용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인터넷 상에서 도면 뷰어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더구나 이렇게 인터넷에서 주고받은 모든 파일은 채팅내용과 함께 그대로 기록에 남는다.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를 일괄 관리할 수 있어 한결 편리해진다. 설계변경이 있다는 공지가 있으면 그대로 홈페이지에 접속해 새 설계도면을 주고받으면 된다. 과거의 설계도면도 그대로 남아 있어 그 자리에서 비교해 보고 생산에 반영할 수 있다. 이런 일이 10개의 소규모 회사끼리 모여 있어도 자유롭게 추진할 수 있다. 군소 업체들이 모여 대기업과 같은 체제로 일을 할 수 있는 셈이다.

또 기술전문 회사라면 개발프로젝트 등을 운영하며 자신이 가진 설계, 업무의 노하우를 그대로 전수할 수도 있다. 프로젝트 파일에 남은 기록만 정리하면 그 즉시 한 권의 경험서가 되기 때문이다. 생기연 측은 “I-MFG를 활용하면 산업계 장인들이 서로의 업무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면서 “활용하기에 따라 어떤 부품이 어떤 공정과정에 있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고, 따라서 업무를 진척사항을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설비용량 및 부하율을 관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영재 생기연 선임연구원은 “앞으로는 은행 전산프로그램과 같이, I-MFG가 회원사 직원이 그날 그날 자신이 해야 할 업무까지 프로젝트에 맞춰 제공하는 서비스도 개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I-MFG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점점 늘고 있다. 2008년 말 414개 였던 것이 현재 600여개 기업으로 늘었다. 생기연 측은 2012년까지 3000개, 2015년까지 1만개 기업이 참여하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중소 벤처기업 전문 기업 네트워크로 거듭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I-MFG의 3D(3차원) 설계 프로그램 연동화면. 기업체가 설계프로그램을 갖추지 않고 있어도 설계 자료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부쩍부쩍 자라는 산업계 네트워크… 금형 다음은 자동차, 다음은 조선


자동차부품전문기업 우성정공도 이런 산업체 네트워크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사례다. 광주시 하남산단에 위치한 우성정공은 삼진엘앤디와 같은 금형전문기업. 그러나 자동차부품 등을 주로 생산한다는 점에서 자동차 관련 업체들의 협력 체제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우성정공은 9개 협력사와 함께 I-MFG의 설계공유 기능을 이용해 외주업체에 까지 3차원 설계 프로그램을 적용하게 했다. 공간에서 마치 옆 자리에 있는 것처럼 여러 회사, 여러 부서가 협력해서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과거에는 외주업체에 팩스로 설계도면을 보내던 번거로움이 인터넷 클릭 몇 번으로 바뀌었다. 중요한 설계 변경이 있으면 일일이 전화를 하고 담당자와 통화했던데 반해, 이제는 담당자에게 자동으로 문자메시지(SMS)가 발송된다. 출력된 종이 도면을 보지 않고, 3차원 도면을 여러 기업이 공유해서 볼 수 있어 불량율 역시 크게 줄어든다. 마치 옆 자리에 있는 것처럼 여러 회사, 여러 부서가 협력해서 일을 할 수 있는 인터넷 협력 시스템이 완성된 셈이다. 이 결과 작업 지시 시간은 94% 이상 줄어들었다는 게 우성정공 측의 설명. 박화석 우성정공 대표는 “I-MFG도입 이후 약 10억 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I-MFG 서비스는 금형업체에 특화돼 있다. 금형 관련 업체들과 함께 연구, 개발해 온 산업체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7년 이후로는 금형관련 업체들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참여도 독려하고 있다. 이미 사출금형 설계, 사출금형 생산, 블로우 제품, 엔지니어링, 오토몰드, 자동차 부품 및 프레스 금형 등 9개 분야 협업허브가 구축돼 운영 중이다. 여기에 대중소기업 300여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생기연 측은 관련업종 종사자를 위한 서비스도 강화돼 왔다. 생기연 측도 자동차 부품 기업에 맞춰 I-MFG에 추가 기능을 추가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미 자동차 모듈 설계 지원 관리 시스템, 다기종 설계정보 변환 시스템, 인터넷 상에서 샘플 부품을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목업시스템 등을 개발해 지원 중이다.

생기연 측은 2009년 까지 자동차 부품 관련한 협력허브 지원 서비스 개발을 완료하고, 이어 설계, 조선 분야 기업들을 지원할 예정이다.

생기원 디지털협업지원센터 이석우 부장은 “많은 기업들이 참여할 수록 그들과 함께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연구, 개발 할 수 있다”면서 “중소, 벤처기업들이 서로 모여 대기업 못지 않은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기업체 직원이 I-MFG로 입체영상을 확인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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