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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21세기형 디지털 옷을 입다




싱가포르 맥주 브랜드 타이거맥주가 증강현실을 이용해 선보인 광고. 사진 제공 타이거맥주 홈페이지


아날로그와 디지털 미디어 결합 ‘증강현실’


광고는 전통적으로 종이매체와 방송, 인터넷으로 분리돼왔다. 매체 성격에 따라 표현 양식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종이매체의 광고는 정적인 감성이, 방송은 파격적이고 동적인 양식이 지배해왔다. 인터넷도 플래시 기술을 활용한 나름의 광고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 방송 구분을 허물 파격적인 광고 방식이 정보기술(IT)의 도움을 얻어 등장했다. 현실의 공간과 사이버 세계를 잇는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기술이 그 주인공이다. 출판과 교육, 스포츠, 모델하우스 등 일상과 접목된 증강현실 개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디지로그 광고 시장 침투


싱가포르 맥주 브랜드 ‘타이거 맥주’는 최근 국내 남성잡지인 ‘맥심’ 5월과 6월호 잡지 뒷면에 독특한 광고를 실었다. ‘엔조이 위닝(Enjoy Wining)’이라는 큰 문구와 함께 둥근 원 안에 정글 속의 호랑이를 그린 이 광고는 누가 봐도 맥주 광고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잡지를 펼쳐 광고를 웹 카메라 앞에 들이대자 화면 속 잡지 뒷면에서 작은 상자 하나가 떨어져 나오면서 맥주가 가득 찬 맥주잔이 튀어 나온다. 잡지는 실제 화면, 맥주잔은 가상의 그래픽이다. 광고에 특별한 표식(마커)을 해두고 웹카메라가 인식하면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린 타이거 맥주병이 화면에 나타나게 한 것이다.

타이거 맥주가 야심차게 시도한 이 AR광고는 독자에게 쏠쏠한 재미를 선사하며 다른 맥주 광고와 차별화한 이미지를 전달했다. 인쇄 매체 광고가 디지털 영상과 결합하면서 유비쿼터스 시대에 맞는 새로운 광고 효과를 낳은 것이다.

이처럼 증강현실은 실재에 가상이 접목된 기술이다. 가상의 캐릭터나 물체가 카메라로 촬영한 실제 현실에서 활동한다는 점에서 콘텐츠와 배경이 모두 디지털 영상인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과 차이가 난다. 특히 가상현실은 구현하려면 테라바이트(TB, 1TB는 1000기가바이트)급 컴퓨터가 필요한데 비해 AR은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에서도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웬만한 컴퓨터에는 웹 카메라가 달려있으니 무선인터넷만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서든 사용이 가능하다.





증강현실기술은 1968년 미국 유타대의 이반 서덜랜드가 개발한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머리 부분 탑재형 디스플레이, Head Mounted Display, HMD)에서 출발한다. 두 개의 소형 브라운관 모니터(CRT)가 쌍안경의 접안 부분에 장착돼 있고 CRT 바로 위에는 소형 비디오카메라가 달려있다.

카메라를 통해 들어온 영상에 컴퓨터 그래픽을 덧씌워 눈앞에 보여주는 최초의 증강현실 장치였지만 너무 무거워 천장에 매단 채 사용했다. 그 뒤로 CRT모니터는 가벼운 LCD모니터로 바뀌고 카메라나 수많은 센서도 가벼워져 헬멧크기로 작아졌다.

1990년 미국 보잉사의 엔지니어 톰 커델은 수만 가지에 이르는 부품을 이용해 항공기를 조립할 때 부품의 위치를 HMD의 화면을 통해 항공기의 적정한 위치에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장치를 개발했다. 그는 이 연구를 발표한 논문에서 ‘증강현실’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AR이 가장 먼저 활용된 쪽은 게임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분야다. 일본의 소니사는 단연 으뜸이다. 소니는 대표적인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AR을 활용해 애완동물을 키우는 아이펫(Eye Pet)을 최초로 선보였다.

화면에 등장하는 원숭이 모습의 애완동물은 사람의 동작에 반응한다. 웹카메라 앞에서 손 벽을 치면 잠자고 있던 원숭이가 깜짝하고 깨기도 하고, 과일 이미지를 집어 먹일 수 있다. 직접 그림을 그려서 카메라 앞에 비추면 그대로 따라 그리기도 한다.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개발된 아이오브저지먼트(Eye of Judgements)는 카드 게임과 결합했다. 특정한 카드를 게임 판위에 올려놓으면 미리 지정한 게임 캐릭터가 화면에 등장해 승패를 다툰다.

TV에서도 축구경기를 중계 방송할 때 잔디 구장 바닥에 점수나 선수 정보가 나타나는 것처럼 보여주는 기술이 대표적인 예다. 또 바닥에 쏜 영상을 발로 밟으면 그에 따라 내용이 바뀌는 대형 쇼핑몰의 광고 영상에도 증강현실기술이 적용됐다.

하지만 인쇄매체와의 결합만큼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것은 없다. 신문과 달리 잡지는 전통적으로 인터넷을 멀리해왔다. 잡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고유한 멋을 평면 모니터에 표현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에 노출될수록 다른 인쇄매체와의 차별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이유 중 하나다.







증강현실 기술은 현실과 가상현실을 결합한 새로운 차원의 영상을 제공한다.
올드미디어 새 돌파구 가능성 열어
증강현실은 날로 축소되고 있는 ‘올드미디어’에 새 돌파구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시범적이긴 하지만 광고에선 이미 가능성이 입증됐다. 종이 매체가 지면 한계를 보완하기도 한다.

증강현실은 사진이나 도표, 일러스트레이션의 평면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페이지마다 필요한 정보를 담은 코드를 미리 지정해두고 독자들이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해당 지면에는 나오지 않는 정보를 추가로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건축 잡지에 등장하는 평면 건물 사진에 인식코드를 웹 카메라에 비추면 건물의 입체를 볼 수 있는 것과 같다. 흡사 종이접이가 펼쳐지면서 입체가 되는 팝업북을 컴퓨터 모니터 상에 구현하는 셈이다.

물론 전통 인쇄 매체 독자들의 글 읽기 방식에도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 AR미디어 과학자들은 웹 카메라가 신문 사진 기사 옆에 마커를 인식하면 관련 동영상을 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자동차 광고를 웹 카메라로 비추면 모니터에 차량의 입체 이미지가 뜨기도 하고 물가 인상 기사를 볼 때 다양한 도표가 화면에 나타나기도 한다. 독자들은 신문이나 잡지를 전통적 방식으로 읽으면서도 인터넷 검색한 결과 이상의 정보를 수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AR이 접목될 경우 큰 영향을 미칠 또 하나의 분야를 교육으로 보고 있다. 이해력과 몰입감을 높여 학습 효과를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책 따로 실험 따로 수업이 이뤄져 왔다. 맨틀을 문자 그대로 이해할 뿐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구본이나 교육용 비디오를 봐야 했다.

그러나 AR을 활용할 경우 책 한 권이면 모든 게 해결된다. 웹카메라 앞에서 책장을 넘기면 컴퓨터 화면에 관련 내용을 담은 입체 이미지나 도표, 동영상이 나타난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KAIST, 광주과학기술원 등을 중심으로 AR을 활용한 도서를 개발 중이다.

AR형식은 점점 다양화하고 있다. 웹 카메라로 찍은 현실에 입체 디지털 이미지를 합성하는 방식 외에도 컴퓨터에 달려 있는 마이크를 활용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미국의 과학기술 전문지 ‘파퓰러사이언스’는 GE가 만든 풍력발전기를 표지 사진으로 실으면서 AR를 결합했다. 컴퓨터에 달려 있는 마이크에 바람을 불어넣거나 소리를 내면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속도가 빨라진다.





명품 브랜드들도 AR을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기 시작하고 있다. 대상 업종도 기계·자동차·가방 문구 등 광범위하다. 다국적회사 GE는 환경캠페인 사이트인 에코메지네이션 홈페이지에 AR 체험관을 만들어 자사가 만든 친환경 제품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 회사 BMW도 ‘미니’의 홍보 수단으로 AR을 사용했다. 잡지에 표식을 인쇄한 광고를 내보내고 웹카메라에 비추면 차량의 입체 이미지가 보이도록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는 출시한 X시리즈의 차창에 각종 정보를 보여주는 ‘헤드 업 디스플레이’(HUD)를 설치했다.

HUD는 자동차 앞 유리에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정보를 띄워 운전자가 고개를 숙이지 않고도 속도나 갈 길을 알 수 있다. 눈에 보이는 도로에 가상의 이미지를 띄운 AR기술이다. 국내에서는 올 4월 경기도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 국제모터쇼에서 현대자동차가 AR을 활용해 홍보를 진행한 바가 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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